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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보다 무서운 세금

운영자 2021.06.07 10: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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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보다 무서운 세금




일기를 들추다 보니 십팔년전인 이천삼년 크리스마스날 나는 로스앤젤레스의 윌셔가 모퉁이에 있는 작은 음식점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처가의 사촌 처남을 만나고 있었다. 한국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던 그는 어느 날 사직서를 내고 가족과 함께 미국행을 택했다. 생활력이 강한 그는 미국생활에 곧 적응했다. 청소부터 시작해서 돈을 모아 세탁소를 차렸다. 근면한 성격의 그는 쉬지 않았다. 어느 날 그가 귀국해서 나를 찾아왔었다. 미국에서 개발한 임신측정기를 중국에 수출해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의 사업구상은 적중했다. 그는 미국에서 큰 돈을 벌어 부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성공한 이민자가 되어 미국의 지역신문에 손을 대어 경영자가 됐다.바쁜 그가 힘들게 시간을 내서 LA 근교를 구경시켜 준 일이 있었다. 경치나 대형건물을 안내할 때마다 꼭 “한국에는 이런 거 없죠?”라고 하는 말이 약간 거슬렸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어떤 우월감을 찾고 싶은 본능인 것 같았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이민을 간 다른 사람들도 대충 비슷한 정서 같았다. 그러나 인생의 밀물과 썰물도 끊임없이 오고 가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는 풀이 다 죽은 모습에 초췌한 얼굴이었다. 그의 골 깊은 주름은 모진 고난의 파도가 지나간 흔적 같았다. 그가 몇 마디씩 지나간 고통을 내뱉었다.

“어느 날 세무당국에서 조사를 나왔더라구. 내가 번 돈들을 다 파악하고 있었더라구. 그동안 내 수입의 몇 배가 되는 돈을 추징당하니까 나는 완전히 파산이지. 그리고 블랙리스트에 올랐어. 자본주의 미국에서 신용불량자로 찍히면 완전히 하수구 바닥에 내팽겨쳐지는 셈이지. 그렇게 됐어. 다시 세탁소에 가서 일을 해주고 먹고 살고 있어.”

그 말을 들으면서 내남없이 우리는 국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꼭두각시 같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는 세금이라는 몽둥이로 한 순간에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세금을 내지 못해 논과 밭을 버리고 유랑민이 되어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또 세금에 저항하기 위해 영국의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고 미국의 독립전쟁이 일어났다. 내가 삼십대 중반 무렵 대통령직속 기구에서 몇 년 일할 때였다. 언론은 끊임없이 정권의 비밀을 폭로하고 공격했다. 어느 날 읽던 어떤 자료 속에서 특이한 상황을 발견했다. 정보기관은 각 언론사마다 탈세한 상황들을 면밀히 체크 하고 있었다. 언론사 담당 임원들은 언론의 힘을 배경으로 세무당국과 협상을 해서 탈세를 해 오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처리하면 끝인 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정보기관은 달랐다. 언론사의 매년 증가하는 탈세액을 계산해서 무기화 하고 있었다. 언론사들의 탈세 합계액들을 보니까 어느 날이라도 손을 뻗치면 사주를 구속 시키고 회사를 문 닫게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정권과 부딪친 사주들이 갑자기 구속된 일도 있었다. 권력은 세금으로 언론을 비롯해서 모든 것에 재갈을 물릴 수 있었다. 사업을 하는 아는 분이 갑자기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죄인이 되어 법정에 섰다. 그가 탈루한 소득세가 칠십억이라고 했다. 그의 사업은 하루아침에 스러지는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걸 봤다. 내가 아는 국회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사상을 통제하는 국가보안법보다 훨씬 무거운 게 조세범 처벌법이예요. 국회에서 세율만 간단히 높이면 전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고 마음먹은 대로 감옥에 보낼 수도 있지. 힘들게 혁명을 하거나 구데타를 할 필요가 없어. 국회에서 세금으로 얼마든지 혁명을 할 수 있어요.”

그건 세금의 본질을 꿰뚫은 무서운 말이었다. 나름대로 세금을 내고 살아왔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댓가로 생각했다. 그 돈들이 공정하고 따뜻하게 곳곳에 흘러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입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세금을 내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시민권자 일 인당 무조건 몇 천달라를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구민들에게 무조건 일정액이 송금된 적이 있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어햐 하는 게 아닌지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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