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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버스에 같이 좀 탑시다

운영자 2021.06.21 1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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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버스에 같이 좀 탑시다




MBC의 선동적인 방송으로 시청 앞에 백 만명 가량의 사람들이 몰려나온 광우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였다. 변호사인 나는 농 수산부 장관과 미국과의 소고기 협상대표인 민동석차관의 의뢰를 받고 선동방송을 고소하는 대리인이 됐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뒤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변호사선임료를 내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내가 방송의 담당프로그램 제작진을 고소하자 나는 극우세력으로 취급됐다. 좌우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냥 고소사건을 맡은 변호사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세상은 그런 프레임을 씌웠다. 그 후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문제가 정치화됐을 때였다. 나는 박원순 시장의 의뢰를 받고 그 사건을 맡아 처리했었다. 나는 갑자기 극좌세력이 됐다. 좌파의 대장인 박원순의 호위무사라는 말이 인터넷에 먼지같이 떠돌았다. 박원순시장은 고등학교 일 년 후배였다. 한때 서소문의 같은 빌딩에서 위아래층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인연이었다. 그 무렵 박원순 시장에 대한 글을 고교동창회보에 보낸 적이 있다. 그 전부터 십여년 정기적으로 원고를 보낸 칼럼의 필자이기도 했다. 박원순에 대한 글을 보내자 나의 컬럼이 중단됐다. 동창회에서 좌파에 대한 것을 회지에 올릴 수 없다는 통보였다. 세상이 이쪽 저쪽으로 갈려 그 한쪽에 소속되어야만 편안할 수 있는 사회인 것 같았다. 나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지 못한 뒷골목 법률사무소의 개인 변호사였다. 당연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변호를 맡았다. 돈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은 나 같은 변호사에게 오지 않았다. 장관을 하거나 법원장출신의 변호사들 한테 갔다. 어느 날 내게 좌파변호사라는 뒤에서 하는 소리가 전해져 왔다. 또 한번은 명문 재벌의 자식인 고교동기의 집안 사건을 맡게 됐다. 그 재벌가의 한 사람이 이상한 듯 내게 물었다.

“인권변호사란 말이 있던데 어떻게 우리 같은 재벌가 사건을 맡을 수 있죠?”

그런게 세상의 인식인 것 같았다. 대하는 사람들을 분류하고 색깔을 입혔다. 솔직히 나는 좌파 우파가 뭔지 그 철학을 모른다. 그냥 양심에 따라 그때그때 올바르다고 판단하는 쪽을 따른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을 하고 측근들에게 한 말을 기록한 내용을 읽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편하게 한 말 중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었다.

“공산주의 혁명이론이 뭐냐면 버스 딱 세워놓고 몽둥이 들고 올라가서 ‘차주 내려와’ 하면서 패고 ‘기사 내려’ 하면서 패고 그들을 확 끌어내 버리고 ‘우리가 몰고 가자’하고 빵빵하며 몰고 가 버리는 거죠. 그런데 진보는 조금 달라요. 진보라는 건 그게 아니고 ‘차가 좀 비좁나? 그래도 뭐 다 같이 가야 되는 사람들인데 타야 될 거 아이가? 우리도 좀 타자’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못 타게 하니까 ‘ 왜 못타 임마, 김해 사람은 손님 아니야?’하면서 올라타는 거죠. ‘김해 사람은 손님 아니야?’ 그렇게 하고 막 밀고 가는 게 진보죠. 요새 진보는 그 정도 얘기거든요. 나도 좀 타고 가자 이거죠.”

노무현은 폭력혁명과는 조금 다른 색깔로 진보주의에 대해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하는 말을 계속 찾아서 살펴보고 있었다.

“버스가 운행을 하는 데도 ‘왜 니들끼리 코스를 마음대로 정하고 그래? 나도 의논하는 데 한자리 끼자’ 이런 얘기죠. 그런게 진보예요. 그러면 보수는 뭘까? ‘야 이 차가 비좁다. 손님 태우지 마라. 늦는다.’ 이거죠. 내가 어릴 때 부산서 출발해 김해에 오면 김해정류장에서 늘 그런 싸움을 했거든.”

노무현 진보주의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가 이렇게 결론으로 가고 있었다.

“진보의 가치는 뭐냐 함께 살자 이겁니다. 버스로 말하면 ‘쟤들도 태워줘라’ 이겁니다. 그 차는 사람들이 버스 뒤로 좀 들어가면 얼마든지 더 탈 수 있는 데 앞에 딱 버티고 서서 안 비켜주는 사람도 있어요. 그게 보수주의잡니다. 그 차에서 ‘차장, 오늘 어렵더라도 같이 타고 가야지 그 사람들도 가서 제사 지내야 하는데’ 그렇게 말해주는 손님이 진보주의자예요. 그런 사람 중에서 ‘뒤로 좀 들어가세요’하고 사람들을 밀어주고 차 문을 열어 타게 해 주는 사람은 그래도 더 나은 진보이구요. 이게 엄밀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교리하고도 맞는 거 아닙니까? 이웃을 사랑하라는 연대정신이죠. 논리적으로 점잖게 말하면 공존의 지혜구요”

예수가 비유로 말했듯이 노무현은 만원 버스의 비유로 진보주의의 핵심을 꿰뚫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보수의 철학은 무엇일까? 뒤 쳐진 사람을 살피는 따뜻함은 마찬가지 아닐까. 좌우를 가리고 진보 보수를 가리는 건 다 포장을 보고 하는 게 아닐까. 내용물이 사랑이어야 진품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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