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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의 해독제

운영자 2022.05.03 11:01:59
조회 117 추천 1 댓글 0

아내와 남해바닷가를 차로 여행하는 중이었다. 아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니 이럴 수가 있어요? 내 말 한번 들어봐요”

그 후배는 그가 만난 누구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끝도 없이 뱉어내고 있었다. 전화를 받을 형편이 되느냐고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얘기가 계속되자 핸들을 잡고 운전하던 아내의 분노가 터졌다.

“쓰레기 같은 얘기로 남 즐겁게 여행하는 기분을 완전히 잡치게 하는 사람이네.”

그의 내면은 항상 불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의 시각으로 볼 때 그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는 뛰어난 지능을 타고 났다. 내가 가고 싶었던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운전면허라도 따듯 쉽게 고시에 합격하고 판사가 됐다. 정부나 국회의 위원회에서는 그를 위원으로 모셔가고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다. 그런데도 그는 매번 전화할 때마다 미워하는 누군가를 꼭 한 명씩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가 뱉어내는 불만을 받아주는 화장실 변기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세상이 불평과 화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따금씩 들어가는 인터넷 언론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버럭버럭 화를 내면서 지지하지 않는 상대편 정치인을 처절하게 씹어댔다. 대통령과 정부를 헐뜯고 사회에 대한 비난을 그치지 않았다. 그 걸 보면서 우리만큼 감사와 만족과 기쁨이 모자라는 국민도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거가 미약한 일데 대한 지나친 불평은 국민적 질병이다. 성내는 것 불평하는 것 그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다. 수 많은 아내들 수 많은 자녀들은 성 잘내는 남편, 화 잘 내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한 사람이 늘 우울해 있기 때문에 온 집안이 모두 우울하고 쓸쓸해 지는 집안이 얼마든지 있다. 천성적인 병자들이 있다. 화를 내고 불평하는 건 타고난 기질 같기도 하다. 불평의 병균을 남에게 감염시키려고 한다. 며칠 전 강가에 사는 몸이 불편한 친구가 전화로 내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의미를 물었다. 그가 전한 내용은 이랬다.

“참 이상한 일이 있어. 내가 아는 부부가 있는데 경제적 여유가 없는 데도 병든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거야. 내가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래 부모한테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만해도 자기들은 감사하대.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나도 아버지를 모셨지만 힘이 들었어. 그런데 그런 기회에 대해 감사하다니 말이 되는거야? 그 부부를 보니까 위선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나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인간으로는 그런 말이 나오기 불가능하지 그렇지만 어떤 존재가 그들의 영혼을 바꾸어 놓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해. 너 영화를 보면 나쁜 귀신이 씌우면 그 사람의 몸은 완전히 허깨비가 되고 전혀 다른 존재로 바뀌는 걸 볼 때가 있잖아? 마찬가지로 성령이 우리의 영혼에 씌워지면 보통인간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갈 수도 있다고 믿어.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게 그런 경지 아닐까? 당장 너만해도 그렇잖아?”

“내가 뭘? 나는 아버지를 모시는 걸 힘들어하고 원망했는데.”

“아니야 옆에서 너를 지켜보면 너는 소아마비고 처절하게 가난했어. 제대로 걷지 못하는 그 몸으로 돈을 벌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끝까지 모셨어. 몸이 성한 다른 형제들도 그렇게 못했잖아? 그러면서도 너의 입에서 불평이 나오는 걸 나는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 나는 성령이 이슬같이 너의 영혼에 내려 너를 착할 길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불평불만과 세상에 대한 비관으로 꽉 차서 살았겠지.”

나는 성령은 가장 난치병인 불평의 병을 고치는 약이라고 생각한다. 성령은 없애고자 해도 없앨 수 없는 불평 덩어리를 녹여준다. 그 성령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성경을 펴들면 성령은 잔잔한 바람같이 모르는 사이에 다가온다. 십자가를 우러러보면 어느새 성령은 조용히 뒤에 와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인생을 예술같이 만들 수 있는 기쁨을 준다. 그리고 아홉가지의 선물을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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