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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도의 비자금 - 11 중국행

운영자 2010.01.05 10:38:14
조회 759 추천 0 댓글 1

11

중국행


    2009년 4월 9일 오전 9시30분 KAL805편으로 나는 텐진을 향하고 있었다. 판결이 선고된 지 일년이 흘렀다. 비행기에서 부장검사출신의 정익우 변호사를 만났다. 검사시절 대만대학을 유학한 그는 현재 대형로펌의 중국전문가였다.


   “제가 인천검찰청에서 부장검사를 할 때 중국의 텐진시 간부들과 교류를 가졌었죠. 중국에서 사람들이 오면 인천의 남동공단을 견학시켰어요. 그리고 우리가 중국에 가면 텐진시장은 텐스리 그룹의 공장을 보여줬어요. 연간 매출액 일조육천억의 대단한 기업이더라구요. 중국고유의 약을 현대화해서 팔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여러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서 재벌그룹이 됐죠.”

    정변호사는 주수도가 중국의 탠스리그룹과 합작투자해서 설립한 화장품회사와 방문판매회사의 마무리를 맡았다고 했다. 재판당시 국정원보고서와 언론에서는 중국에 수십억의 비자금을 빼돌렸다고 했다. 합작투자소리는 전혀 없었다.
 

   “중국의 탠스리 그룹은 왜 주수도와 합작을 했죠?”

    내가 물었다. 다단계라면 사람들은 머리부터 흔들었다.  


   “중국이란 나라는 삼성같은 한국의 대기업이 들어가도 담보를 제공받을 수 없는 나라예요. 개인소유의 땅이 없는 사회주의국가니까 그렇죠. 우리나라에서는 판매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리점 땅들을 저당잡고 안심하고 물건을 공급하잖아요?  그러니 한국기업이 들어가도 현찰장사를 하던가 아니면 직영대리점을 만들어야죠. 그렇게 하면 판매비용이 너무 드니까 성공하지를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중국기업의 판매방법은 다릅니다. 중국은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한 다단계판매방식이 먹혀들어가는 나라예요. 미국의 암웨이가 들어가 지금 수조원의 엄청난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탠스리 그룹회장은 암웨이보다 주수도의 마케팅이 자기네한테 더 적합하다고 본거죠. 중국이나 한국은 가족관념이 강하고 한국에서 주수도가 암웨이를 이긴 실적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합작투자가 이루어진 겁니다. 물품은 탠스리 그룹에서 만들고 중국전역과 인도 그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마케팅은 주수도가 담당하기로 한 거죠.”

    밑천이 안드는 영업기법의 수출이란 얘기였다. 텐진외곽 삼십만평의 부지 위에 탠슬리 그룹의 웅장한 공장들과 사택으로 쓰는 아파트단지가 있었다. 그 공장들 안에 주수도가 설립한 화장품공장과 치약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화된 깨끗한 생산라인에서 흰 옷을 입은 공원들이 화장품과 치약들을 박스에 포장하고 있었다. 주수도의 이니셜인 JU가 박힌 구리간판이 대리석 벽에 붙어 있었다. 나는 주수도 화장품회사의 사장인 중국인 예륀을 만났다. 사십대 중반쯤의 의사출신인 그는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이었다.

   “주수도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가 물어보았다.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근면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그룹의 이엔총재님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수도 회장이 사기죄로 현재 징역형을 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저는 한국법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하지만 저도 의약품과 화장품을 다단계마케팅을 통해 중국전역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또 고소를 당한적도 있습니다. 그게 사업세계입니다. 저희는 여론이나 남의 얘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그룹의 이엔  총재님도 중국전통의 약을 현대화할 때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같은 중국인이라고 해도 유학파들은 우리 중국전통의 약을 믿지 않았어요. 이엔 총재님께서는 사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큰 고난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난관을 뚫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주수도회장이 중국에 설립한 방문판매회사는 어떻습니까?”

    내가 물었다. 탠스리 그룹의 영업을 전담하기 위해 주수도가 설립한 회사였다. 주수도는 중국전역과 인도등 세계영업을 다단계마케팅을 통해 장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불법다단계가 말썽을 일으켜 법을 엄격히 만들어서 건실한 회사만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허가증을 받기가 정말 어려웠죠. 2천개의 회사가 신청을 했는데 단 23개 업체만 허가가 나왔습니다. 한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서 정부가 허가를 내 준 거죠. 그 가치는 대단합니다. 유일한 한중합작인 주수도회장님의 회사 ‘금사력제이유’는 지금도 전망이 아주 밝습니다.  영업허가 범위도 그동안 중국의 일부에 한정됐었는데 이제 전 중국이 영업지역이 됐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현재의 문제점은 뭡니까?”

    “손익분기점도 넘기고 전망이 좋아 규모를 크게 확대해야 하는데 의사결정을 할 때 마다 감옥에 있는 한국의 주회장 때문에 너무나 시간이 지연된다는 겁니다.”


     자료를 보면 암웨이가 화장품, 보건식품등으로 2008년 175억 위안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었다. 주수도가 감옥경영을 하면서 진행한 매출실적은 2008년이 4천3백만위안이고  2009년에는 3억 위안을 예상하고 있었다. 나는 회사의 한국측 이사인 한의상씨를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50억투자했던 게 대박이 터져서 지금 가치가 천억이 되는데 중국 측은 원금만 줄테니 가보라는 식이예요. 주수도 회장이 감옥에 있는걸 알고 그냥 다 먹어 치우려고 하는 거라니까요. 저 친구들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는 걸 속으로 다 꿰뚫고 있어요.”


     국정원간부가 검찰에 가서 진술할 때 중국내에서의 피해자 발생과 무역마찰이 보고서가 작성된 근본원인이라고 했었다.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정관계 금품로비가 다음 원인이었다. 한의상씨가 말을 계속했다.

    “제가 로비스트라고 해서 대검 중수부에 가서 98회 조사를 받았습니다. 압수는 200회쯤 당했을까. 그런데 저는 무죄를 선고 받았어요. 주회장은 로비 그런 거 본능적으로 피하는 사람이예요.”


    나는 탠스리 그룹회장인 이엔을 잠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회의의 대의원을 겸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여러 말이 있지만 주수도회장이 제공한 오십억원은 비자금도 아니고 중국은닉재산도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저희가 받은 투자금이었죠. 저희는 주수도회장의 마케팅능력을 높이 사서 같이 사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수도회장이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라면 더 이상 그와 함께 일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가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와서 우리를 돕는다고 해도 이미 그때는 나이가 있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를 낼 것 같지 않습니다.”
 
     그는 냉철한 결별선언을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고 있었다.


    “주회장이 구속된 걸 알고 중국정부에서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압력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리 탠스리그룹 으로서는 이제 결론을 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존재했던 거액의 재산들이 중국 속에서 녹아 없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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