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목사와 변호사 5

운영자 2010.02.09 14:46:13
조회 317 추천 0 댓글 0

   그 후 나는 몇 번 법정에 나갔으나 증인신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교도소 출정과에 부탁을 해도 법정으로 증인을 보내 주지 않은 것이다. 교도소 측의 말은 본인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가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핑계 같았으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나는 K목사에게 어떤 수단을 쓰든지 매형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부탁했다. K목사는 그 근처에 교도소의 간부를 마침 알고 있다고 했다. 교도소 선교하러 갔다가 알게 된 사이라는 것이었다. 어느 날 저녁 K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다른 교도소에 와서 보안 과장을 하시는 분한테 저희 매형이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요, 변호사님이 그 내용을 과장님한테 말씀해 주시지요. 저는 법률 절차를 잘 몰라 설명을 못하겠네요.”

   K목사는 들고 있던 수화기를 그 교도소의 과장한테 옮겼다.


  “여보세요. 엄변호삽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민사법정에서 잠시 증언을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 교도소의 담당자한테 부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사님의 부탁도 있고 하니까요.”


   그는 담담하고 사무적인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인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 또한 법원에서 소환장을 보내면 그에 응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인 것이다. 더구나 행정부에서 사법부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법규정에 의해서 거기에 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형식적인 원칙만 있을 뿐 실제로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찬란한 권리나 철저한 원리 원칙도 실질에 뒷받침이 없으면 얼마나 허구이지 알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K목사는 그 얼마 후 나한테 “변호사님, 말도 마십시오, 교도소에 있는 매형을 법정에 증인으로 나가게 하려고 정말 목사가 간까지 빼놓고 밤늦게까지 교도관들과 칠 줄 모르는 고스톱까지 쳐야 했습니다. 정말 이게 법운용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하고 하소연했다. 나는 아무런 변명을 할 수 없었다. 있는 사실이니까.


   며칠 후 증인신문 기일이 열렸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K목사의 매형은 연신 무엇을 살피듯 눈동자를 움직이고 있었다. 불안한 눈치였다. 나는 천천히 증언석 앞으로 갔다.


  “증인은 ○○조합의 사업 과장으로 있었지요?”

  “네, 그렇습니다.”


  “증인은 증인의 집 한 채를 피고인 K목사의 이름으로 등기를 해 놓은 사실이 있지요? 그리고 ○○조합에서 근무하던 증인이 피고인 K목사의 이름으로 대출 형식을 취할 때 그 집을 담보 설정한 게 사실이지요? 그렇지만 K목사는 와서 도장만 찍어 주었을 뿐이지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게 사실 아닌가요?”


   나는 그에게서 미리 들었던 사실을 정리해서 질문 형식으로 만들어 물었다. 그렇게 해야만 중구난방일 수 있는 증인들의 말을 빨리 요점만 정리해서 공판조서에 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도신문이지만 재판 진행을 위해 대부분의 법원에서 사실상 요구하는 형식이기도 하다.


  ‘아닙니다. 그 집은 제 집도 아니고 전 그 집에서 전세를 들어 살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K목사한테 전세 보증금을 받은 게 있는데 아직도 받지 못했습니다.“

   교도소에서 내게 했던 말과 전혀 다르게 진술하는 것이었다. 그 취지는 처남인 K목사야 어떻게 되건 말건 자기가 나중에 전세 보증금이라도 챙기고 조합에서 불법 대출한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나는 얄팍한 계산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입으로만 다급할 때 주님 주님하고 찾으면서 현실에서는 너무나 정직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교활하게 매달리는 것이었다.


  “증인, 이 자리는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 법정입니다. 사실대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그는 계속 거짓말로 증언을 일관할 태도였다.


  “증인, 솔직히 까놓고 얘기합시다. 지금 변호사인 제가 물어보는 건 몰라서 처음 물어보는 게 아닙니다. 일전에 증인이 있는 교도소에 가서 직접 증인에게 들은 말을 질문 형식으로 만들어 묻는 겁니다. 그런데 증인은 그 때 변호사인 내게 하는 말과 전혀 다르게 이 법정에서 증언하고 있습니다. 증인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진실을 얘기해 주셔야 할 게 아닙니까? 그렇게 머리를 굴린다고 안 돌 게 도는 줄 아십니까?”

   나는 솔직히 지난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에게 이침을 놓았다. 증인을 바라복 있던 재판장이 한마디 걸었다.


  “증인!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마세요!”

   재판장의 원색적인 주의를 듣자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지못해 내가 준비해 온 신문 사항에 대해 겨우 자신 없이 ‘네’라는 답을 했다. 재판에서 증인의 자신 없는 태도 그 자체만으로도 벌써 재판장에서 신빙성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어서 조합 측에서 나온 직원에 의해 반대신문이 시작되었다.


  “증인은 처남 측 변호사를 통해서 본 대출 시에 전표나 감정평가서 등 관계 서류가 하나도 작성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시는데 자 이걸 보십시오. 증인의 태도가 미심쩍어 조합의 담당 직원들이 나중에 생각해서 전부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서류들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조합 측 직원은 관계 서류들을 그의 코앞에 내밀었다. 그는 서류들을 바라다보면서  ‘아차’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나는 그동안 준비서면을 통해 관련 대출 서류들조차 감추지 않은 조작된 허위 대출이라는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느꼈다. 변호사는 그렇게 항상 속을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됐어요. 증인 내려가세요. 교도관들, 이 증인을 이제 데리고 가도 좋습니다.”

   재판장은 증인의 말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증언을 끝내게 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역시 당시 조합 책임자로 있던 전무를 불러 증언을 하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피고 측 변호사님, 한번 그의 주소를 알아 내셔서 증인으로 신청을 하도록 하십시오.”

   상한 기분을 간신히 억누르며 법정 문을 나서는데 그 옆 피고인 대기실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K목사의 매형이 포승에 묶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면서   “변호사님, 제 증언이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세 보증금은 그래도 챙길 수 있겠지요?” 하고 헤헤 웃는다. 

  “글쎄요.. 처남인 K목사를 위해 증언을 나오셨으면 철저히 모든 책임을 감수하시고 진실하게 말씀을 하시든지, 그게 아니면 아예 법정에 나오시지 말아야지 어정쩡하게 그 태도가 뭡니까? 혼자만 똑똑하고 판사는 바보인줄 아십니까?”

  “아이고 ,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교도소로 저를 찾아 주시지요. 필요하면 다시 나와서 번족해서 진술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는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가렸으므로.. 

   나는 내가 신청한 증인에게 오히려 한방 얻어맞고는 풀이 죽어 사무실로 돌아왔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15 - -
1109 천국고시 운영자 17.09.04 241 0
1108 불나방 변호사들 운영자 17.09.04 194 1
1107 판사의 꿈 [1] 운영자 17.09.04 263 1
1106 갑자기 닥친 죽음들 운영자 17.09.04 237 1
1105 작은 일 운영자 17.08.28 174 0
1104 삼성가 부자의 이심전심 운영자 17.08.28 311 1
1103 변호사의 무능 [1] 운영자 17.08.28 349 3
1102 검사실 교도관 운영자 17.08.28 318 0
1101 계피가루에 황설탕을 버무린 도너츠 [1] 운영자 17.08.28 286 0
1100 나는 악취 나는 추물입니다. 운영자 17.08.28 225 0
1099 구두닦이가 꿈꾼 세상 운영자 17.08.21 159 1
1098 머슴과 종년의 나라 운영자 17.08.21 258 1
1097 어떤 간호사의 고백 [1] 운영자 17.08.21 368 0
1096 회고록 운영자 17.08.21 191 0
1095 계란부침 [1] 운영자 17.08.21 177 1
1094 한 서민의 조용한 실종 운영자 17.08.21 199 1
1093 민주화 투사 운영자 17.08.14 218 0
1092 한 덩어리의 기억 운영자 17.08.14 151 0
1091 동네 밥집여자 [1] 운영자 17.08.14 212 0
1090 당당하고 정직한 가난 [1] 운영자 17.08.14 189 0
1089 너의 일이 즐거운가? 운영자 17.08.14 169 1
1088 보석함과 사료통 운영자 17.08.14 133 0
1087 ‘노무현입니다’라는 영화 [1] 운영자 17.08.08 348 2
1086 경찰청장의 고소 운영자 17.08.08 213 0
1085 신이 된 조선머슴 운영자 17.08.08 256 1
1084 부자가 아껴도 뺏길 땐 뺏겨 운영자 17.08.08 215 3
1083 반딧불이 운영자 17.08.08 140 0
1082 세월호 침몰의 진짜 원인 [1] 운영자 17.08.08 265 0
1081 천국의 열쇠 운영자 17.08.02 292 0
1080 빨간 세타 운영자 17.08.02 155 0
1079 가구점 주인의 지게철학 운영자 17.08.02 138 0
1078 송전탑을 둘러싼 굿판 운영자 17.08.02 157 1
1077 잡지쟁이 목사의 행복 운영자 17.08.02 140 0
1076 단역배우의 행복 운영자 17.08.02 130 0
1075 공덕비를 좋아하던 노인 운영자 17.08.02 156 0
1074 깨달음의 두 길 운영자 17.07.26 238 1
1073 은자였던 스승변호사 [1] 운영자 17.07.26 255 2
1072 정말 몰랐어. [1] 운영자 17.07.26 207 1
1071 어느 보스의 고백 [1] 운영자 17.07.26 226 2
1070 경비아버지와 파출부엄마의 아들 [1] 운영자 17.07.26 273 1
1069 벙글거리는 마네킹 운영자 17.07.26 136 1
1068 그들의 본질은? [1] 운영자 17.07.26 164 1
1067 그런대로 자유로운 인생 아닌가요? [1] 운영자 17.07.18 246 0
1066 공감도 스킬이야 노력해야 해 [1] 운영자 17.07.18 160 0
1065 밀알 선생님 운영자 17.07.18 167 0
1064 먹어보셨어요? [1] 운영자 17.07.18 179 0
1063 원로법관의 재판철학 운영자 17.07.18 236 2
1062 아버지와 아들들 운영자 17.07.18 180 0
1061 그렇지 뭐 [1] 운영자 17.07.18 165 0
1060 법치주의 현주소 대법원장 운영자 17.07.10 219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