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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멸당한 헌법 - 친일관념의 지각변동

운영자 2010.02.24 10:41:15
조회 318 추천 1 댓글 1

    친일행위에 대한 관념도 그런 것 같다. 이완용이나 송병준 같은 매국노만 친일파인 줄 알았었다. 

    얼마 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발표한 명단을 보고 그렇게 친일행위자가 이 사회에 깔린 줄 몰랐었다. 한일 합병당시 ‘시일야방성대곡’이란 사설을 쓴 장지연은 훌륭한 인물로 알았다. 가난했던 집념의 소설가 김동인을 존경했다. 독립선언문을 쓴 최남선도 이광수도 위인으로 알았다. 위원회는 그들이 다 친일행위자라고 했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의 상당수가 친일파로 돌아섰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청산리대첩에서 독립군부대가 일본군 3천명을 쳐부순 게 우리 역사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있는 사실은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일본군은 즉시 만주로 출동해서 만주에 살던 우리 주민들을 철저히 죽여 버렸다. 일본군 한명이 죽으면 조선인 백 명을 처형해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게 일본군부의 방침이었다. 독립군부대는 치타를 거쳐 러시아령으로 도망을 간 뒤였다. 일본은 만주와 몽고를 점령하고 중국을 제패한 세계 최대의 강군이 되었다. 무기를 들고 그들과 싸우기는 절망적인 시절이었다. 

    새로운 현실론이 대두되었다. 우선 교육과 산업으로 우리의 힘을 일으키자는 것이었다. 군사력으로 이길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비폭력운동을 통해 참정권이나 자치권이라도 얻어야 하겠다는 생각들이 고개를 들었다. 지식인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어진 역사적 현실을 정직하게 보고 살아나가자는 흐름이 생겼다.

     사람들은 일본이 만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서 면서기나 사무관이 되기도 했다. 일본인 공장에서 기술을 배워 독자적인 기업을 경영하기도 했다. 태평양전쟁이 터지고 사회적 통제가 강할 무렵 상당수의 지식인들은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순응하면서 그 시절을 살아나갔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그들과 그들의 후손은 정체모를 특정집단에 의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었다. 

    가까운 친구가 이런 얘기를 꺼냈다.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까 할아버지 이름이 친일파 명단에 있더라는 것이다. 그 친구는 판사였던 걸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친일파의 후손이 되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신현확 전 총리의 아들도 나와 고교동창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건설한 아버지를 얘기했었다. 그런 그의 아버지가 갑자기 일제에 협력한 전쟁범죄자라는 주장이 나왔다. 동경에서 공무원을 했다는 이유였다. 일제시대 현실 속에서 살아갔던 집안들이 전능자인 위원회 앞에서 벌벌 떨며 두려워했다. 동아일보와 고려대학교로 일제시대 민족주의 상징인 김성수 집안도 모두 친일파라고 했다. 

    나의 인식은 커다란 지진을 겪고 있었다. 대한민국건국에 공을 세운 사람들이 친일파라는 낙인이 찍히고 존재가 부정되고 있었다. 이상했다.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산업화도 무시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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