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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테서렉트를 도둑맞았다. 토니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눈앞의 이 자가 진짜 캡틴 아메리카인가를 의심했다. 아버지가 한평생 찾아 해매던 남자는 이미 과거의 명예를 잊은 것처럼 보였다. 제아무리 똑같은 유니폼을 입혀도 쌍둥이처럼 같은 포즈를 취해도 도통 캡틴 아메리카답지 못한 표정과 눈빛이 의심을 증폭시킨다.

“그걸 바다 속에 처박아뒀어야 했다고 경고했었지.”

“내가 그걸 꺼내고 한참 뒤에 말이야. 아무튼 우린 당신 힘이 필요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하겠어. 어쨌든 갚을 빚이 남아 있으니까.”

스티브가 다정하게 허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니는 아래로 떨어지려는 눈길을 애써 바로잡았다. 추잡한 젖은 소리가 헐떡거리는 신음과 섞여 공기를 떠돈다. 다리 사이에 여자를 끼워넣고 태연히 방문객을 맞이하는 캡틴 아메리카라니. 아버지가 이 꼴을 봤다가는 고혈압으로 돌아가셨겠는걸. 토니는 조금쯤은 그 광경을 못 보게 된 것이 아쉬워졌다. 

“큽, 콜록콜록!”

“허니. 아직도 이렇게 힘들어서 어떡해요.”

괴물같은 놈. 토니는 티도 안 내고 제 가이드의 입에 정액을 쏟아낸 스티브를 질린 눈으로 흘끔거렸다. 그러나 허니가 입술을 바르르 떨며 바닥을 핥을 때도 방관자 노릇을 할 순 없었다. 토니는 기겁을 하고 허니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켰다. 엉거주춤하게 당겨진 허니가 무의식중에 토니의 옷자락을 잡았다가 급하게 떨어졌다.

“스, 스, 티브. 이, 이건, 시, 실, 흡, 흐윽.”

“젠장. 그쪽은 대체 가이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잠자리 노예가 필요하면 그런 가게 번호를 알려줄테니 거기서 풀라고. 국장하고 얘기를 해봐야겠군. 21세기에 이런 끔찍한 걸 보게 될 줄이야.”

서럽게 우는 허니의 어깨를 감싸 안아 걸음을 옮겼지만 그것은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멈추었다. 토니는 힘을 주고 버티는 그녀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렸다. 얼마나 협박을 해댔으면 당장 옆에 구해주려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도 그걸 거부하겠는가.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우스워지는군.”

“그 이름하고 작별한 지 오래라서. 허니, 이리와요.”

허니는 주춤주춤 토니의 손을 벗어나 스티브에게로 걸어갔다. 스티브는 허니가 스스로 그의 곁에 설 때가지 기다렸다. 스티브가 내민 손에 제 손을 올린 허니가 기어코 울음을 터뜨린다. 토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봐, 로저스 씨. 그쪽이 활동했을 때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인권침해라는 개념이 있다고. 그리고 난 유능한 변호사를 한 트럭으로 갖고 있지. 유의해두는게 좋을 거야.”

화가 나 발을 쿵쿵 구르고 나가려는 토니의 등 뒤로 나른한 음성이 날아왔다.

“나는 스파이의 수장을 갖고 있으니 별로 유의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충고는 감사히받지.”

마지막 순간 결국 뒤를 돌아본 토니는 닫히는 문 사이로 허니의 혀를 뽑을 듯 키스하는 광경에 주먹을 눌러쥐었다. 확실히 국장과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