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12년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범 가능성이 있는 범죄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해 또다시 범죄가 발생했다면 국가가 '관리 미흡'에 따른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9-2부(김동완·배용준·정승규 부장판사)는 1일 피해자의 남편과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 남편에게 손해배상금 약 9375만원, 두 자녀에게 각각 59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은 2012년 8월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30대 주부 A씨가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는 사이 집에 몰래 들어간 범인 서진환(당시 43세)이 귀가한 A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이 서씨를 체포한 후에서야 그가 위치추적용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유족은 국가에 3억7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유족은 서씨가 성범죄로 복역 후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보호관찰기관에서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고, A씨를 살해하기 전 저지른 또 다른 성폭행 현장에서 DNA가 발견됐는데도 경찰과 검찰이 DNA를 통합 관리하지 않아 조기 검거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씨는 이 범행 13일 전에도 대낮에 서울 중랑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주부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심은 수사기관과 보호관찰기관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과 서씨의 범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자신의 위치정보가 전자장치를 통해 감시되고 있음을 인식했다면 이처럼 대담한 범행을 연달아 할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이 전자장치 부착자에 대해 확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보호관찰관이 주기적으로 감독을 하지 않은 것 등을 두고는 "현저한 잘못으로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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