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명절마다 가족이나 친지 사이에 오가는 ‘추석 용돈’이 단순한 정이 아닌, 나중에는 갚아야 하는 법적 채무로 인정될 수 있다는 판결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수년 전 지급된 금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반환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추석·설 등 명절 때 건네진 금전이 증여가 아닌 대여금으로 성격을 인정받아 반환 판결로 이어진 사례들을 내놨다. 증여는 ‘대가가 없는 부의 무상 이전’을 의미하는데, 흔히 가족 간에 주고받는 용돈이나 계좌이체로 보내는 생활비 등이 이에 속한다.
부산지법 박무영 판사는 지난해 2월, A씨가 사촌오빠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908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부모가 사망한 뒤 어린 시절부터 사촌오빠 B씨 집에서 함께 살며 생활비와 급여 등을 B씨가 관리해왔다. 이후 A씨는 B씨가 부모의 보험금 등 자신을 위해 보관해야 할 돈 2억4694만원 가운데 7207만원만 본인을 위해 사용했다며 나머지 금액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A씨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10여년간 용돈을 매달 30만원씩 지급했고, 명절 때마다 30만원씩 총 4350만원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매달 정산서에 용돈 지급 내역을 기재한 기록도 제출했다. 법원은 이러한 지급을 ‘A씨를 위해 실제로 지출된 금원’으로 인정했다.
그밖에도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위해 낸 통신·결혼·이사·월 임대료·상조회사 납입금·출산비용 등도 충당한 것으로 인정해줬다. 각 지출별로 세부적인 지출 내용이 적혀진 데 따른 판단이었다. 다만 그 외 남은 9083만원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단순 생활비나 명절 용돈으로 치부될 수 있는 금원이 법적 분쟁 상황에서는 대여금·채무로 확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비슷한 취지의 판단은 또 있었다. 결혼 당시 배우자의 모친에게 송금된 돈이 ‘대여금’으로 인정된 것이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박성만 판사는 2022년 1월, C씨가 전 배우자의 모친 D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D씨는 C씨에게 66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C씨는 2016년 결혼 직전부터 2019년까지 12차례에 걸쳐 총 8450만원을 D씨에게 송금했는데, 그 가운데 1800만원만 돌려받았다. 이후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을 진행하면서 나머지 금액에 대해 대여금 반환을 청구했다.
이에 D씨는 결혼비용이나 명절 용돈 등 ‘증여’받은 돈이라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D씨는 C씨에게 결혼비용 등으로 5000만원, 설 용돈 및 결혼비용 500만원, 추석 용돈 50만원 등 항목에 따라 금액 편차가 크게 송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송금액이 상당한 고액이라는 점, 결혼비용으로 사용됐다는 구체적 내역을 입증하지 못한 점, 이후에도 사업자금의 필요에 의한 대여와 변제가 이어진 점”을 근거로 대여금으로 인정했다.
대안으로는 이 같은 거액의 용돈은 성격을 분명히 해두는 방안이 있다. 예컨대 용돈을 현금 대신 계좌이체로 주고받을 경우, 비고란에 ‘생활비’, ‘명절 축하’ 등 구체적인 목적을 적어두면 훗날 소명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보다 확실하게 ‘빌려주는 돈’이라면 차용증(금전소비대차계약서)을 작성해 돈의 성격을 서로 확인해 두는 방식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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