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지하 근절' 목표에도 지상 이주 지원 예산 매년 수십억원 남아 "한 가구당 지원금, 이주 비용에 턱없이 부족" 행정 절차 지연 및 정보 부족도 문제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반지하 주택 모습. 강남구청에 따르면 올해 전체 물막이판 신청 가구(390호) 중 설치 완료 가구는 367호였으나, 여전히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다수 눈에 띄었다. 사진=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편집자주>2022년 폭우로 세 모녀가 목숨을 잃었던 반지하 참사 이후,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주거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수십만 가구가 여전히 지하에 머물고 있다. 본지는 반지하 주거 개선 사업의 실태와 구조적 한계를 추적하고, 더 이상 '지하의 삶'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본 대안을 모색한다. #. 서울 강서구에 사는 30대 청년 A씨는 집을 알아보던 끝에 결국 반지하 층을 선택했다. 지상층과 비교했을 때 월세가 약 30만원가량 저렴하다는 이점을 포기할 수 없었다. A씨는 "큰 금액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청년층 입장에서는 반지하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침수 위험이 큰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며 근절책을 내놓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1만7000여가구가 집중호우 당시 물이 차올랐던 지역의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층 거주를 금지하는 규제 강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상 이주를 지원하는 주거상향 사업 예산은 매년 수십억원씩 사용되지 못하는 탓이 크다. 단기적 비용 지원에 그치는 바우처 중심 정책 역시 구조적 해결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3년 새 주거상향 예산 불용액 70억 육박 8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요청해 받은 ‘서울시 자치구별·연도별 주거상향 사업 예산 및 결산 내역’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주거상향 예산의 집행 잔액은 총 69억84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예산(228억1600만원)의 30.3%에 해당하는 금액이 취약계층의 공공임대주택 이주 지원에 쓰이지 못하고 남겨진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3년 18억8970만원 △2024년 13억2907만원 △2025년(8월 기준) 36억8207만원이 미사용됐으며, 집행률도 3년 연속 50~80%대에 머물렀다. 정 의원은 "(서울시가) 반지하 퇴출을 공언해놓고도 정작 실질적 예산 집행은 부진했다"며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설계와 예산 집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이 쓰이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지상층과 지하층 간 보증금 차이가 꼽혔다. 생계 유지가 어려운 취약계층이 주로 반지하를 찾는 만큼, 이들이 지상으로 이주하기에 지원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거상향 가구 당 평균 집행액은 2023년 약 242만원, 2024년 약 196만원, 올해 8월 기준 약 195만원 수준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반지하 주택에 3개월째 거주 중인 30대 B씨는 "벌레와 습기 때문에 지상 이주를 고민했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 커 제습기와 벌레 퇴치제를 사용해 버텨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상 이주 가구에 월 20만원씩 최장 2년 간 지원하는 '반지하 바우처'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 규모로는 급격히 불어나는 보증금을 감당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반지하 주민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비효율적 집행과정이 예산 불용 부추겨" 행정 절차 지연 및 정보 부족 역시 주거상향 예산이 제때 쓰이지 못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장에서는 사업 신청부터 대상자 선정까지 약 3개월이 걸린다고 안내하지만, 실제로는 최소 6~7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주거상향 사업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지원자가 직접 서울시·서울도시주택개발공사(SH)가 운영하는 주거안심센터를 통해 안내를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향후 부동산 시장에서 반지하 거주 및 거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공인중개사 C씨는 "반지하 거래를 막는 것도 아니고,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기에 거래를 안 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도 반지하 매물이 꽤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원 속도와 금액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반지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침수 위험 반지하와 사업 수혜 현황을 교차 분석해 정말 필요한 가구에 이주 비용을 우선 지원하고, 초기 보증금 차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별도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반지하 지원 금액은 많을수록 좋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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