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성북구청 앞, 미아리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주 대책 마련 촉구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제 30명 남았어요. 갈 곳 없는 사람들만 남은 거죠." 10일 오전 비가 내리던 서울 성북구청 앞 인도. 흰색 우비를 입은 A씨(62)가 화단 옆에 젖은 피켓을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미아리성노동자이주대책위원회 소속 성노동자 30여명이 성북구청 앞에 모였다.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는 미아리 텍사스촌 철거에 반대하며 2년째 이어온 정기 집회로 이날이 51번째였다. 참가자들은 우비 차림으로 도로변에 서서 "이주대책을 마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현장 인도에는 농성용 천막과 빗물에 젖은 손팻말이 줄지어 있었다. '공권력은 협박으로 강제이주 중단하라', '신월곡1구역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인도를 따라 늘어섰다. 일부 참가자들은 '우리는 옷도 못 입고 쫓겨났다'는 글씨가 적힌 조끼를 입고 구청 건물 앞을 지켰다.
A씨는 "추석 연휴 내내 장사를 못 하고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펜스가 설치된 뒤 손님이 끊겨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넘게 싸워왔지만 이제 남은 사람은 30명 남짓"이라며 "대부분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아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는 "철거 이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며 "대책 없이 내몰면 결국 다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는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빗속에서도 구호를 외치며 성북구청 앞 인도를 지켰고, 경찰이 주변에 배치됐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오전 11시 30분께 집회를 마친 이들은 지하철 4호선 길음역까지 행진했다.
미아리 텍사스촌은 1970년대 후반 형성된 서울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로, 현재 신월곡1구역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대책위는 매주 성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며 "이주 및 생계 대책 없는 철거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개발 조합은 단계별 철거를 진행 중이다.
성북구는 "이주 대책은 구 단독으로 정할 수 없으며,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매매 피해 여성의 자립을 돕기 위해 상담·직업훈련 지원을 이어가고 있고, 자활 의지가 있는 경우 예산을 통해 추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명도집행은 법원 판결에 따른 조합의 절차"라며 "현장 갈등과 안전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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