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감금 후 금품·범죄 가담 강요" SNS 게시물 지속…경찰 모니터링에 한계 정부와 전문가, 홍보 강화하고 국제공조 다져야
[파이낸셜뉴스] 캄보디아에 기반을 둔 범죄조직은 주로 '고수익 일자리', ‘공짜 여행’ 등을 미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납치·감금하고 범죄에 가담시키거나 가족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이후 정부와 정치권 등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온라인에선 이런 형태의 게시물이 여전히 포착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고를 담은 적극적인 홍보와 실질적인 국제공조를 주문했다.
14일 경찰과 판결문 등에 따르면 범죄 조직들은 한국인을 상대로 ‘고수익 알바’, ‘월 2000만원 수입 보장’, ‘숙박·항공 무료 제공 여행’, ‘해외 박람회·업무 미팅 초대’ 등의 거짓말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모집은 대학 선배, 지인 등을 통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뿌려 불특정 다수를 노리기도 했다.
경북 예천의 대학생 박모씨(22)는 대포통장 모집책인 대학 선배의 소개로 캄보디아 박람회에 참석하겠다며 출국했다가 납치된 후 고문 끝에 숨졌다. 정부의 본격적인 대응 계기가 된 사건이다.
또 강원도와 대전, 경기도, 제주도 등에선 20~30대가 고수익 일자리가 있다며 캄보디아를 찾았다가 범죄 조직에 당했다. 충북의 경우 20대 3명이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다가 프놈펜의 한 건물 안에서 감시를 받고 있다고 카카오톡으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
범죄 조직은 이들을 납치한 뒤 직접적으로 금품을 뜯고 가족들에게도 가상화폐 등을 요구하며 협박했다. 돈이 없으면 보이스피싱, 마약 운반 등을 강요했다.
범행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지인들을 포섭할 것을 지시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캄보디아 한인회 추정 최대 1만명 가량 피해가 확산될 수 있었던 것도 지인이라는 신뢰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저항을 할 경우 무차별 폭행이 가해졌다고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경찰과 언론 등에 진술했다. 이탈을 막기 위해 건물 입구에 총을 든 경비원을 세우고, 다른 피해자를 ‘인질’로 남겨두는 수법도 사용했다. 한인이 범죄 표적이 된 이후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다. 일부에선 장기매매 위협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현지 한인회가 구조를 도왔던 이들 중에는 미심쩍은 일자리인 줄 알고도 캄보디아를 찾거나 탈출해 한국에 돌아간 뒤 재입국하는 사례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최근 캄보디아 납치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캄보디아 교민 상황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을 노린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으로 사회가 충격을 받고 있지만, 온라인에선 아직도 비슷한 유형의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등 현지에서 TM(텔레마케터), 서류 전달, 동행 여행 등 일을 하면 매달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내용으로 거의 같다. 비행기표와 비자를 지원한다거나 하루 4끼 식사와 숙소를 제공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된다. 일부 글에는 자율적으로 외출할 수 있고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유혹까지 포함돼 있다.
경찰이 이런 내용의 글이 게시되는 구인·구직 플랫폼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넘쳐나는 SNS를 모두 살펴보기에는 사실상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 △SNS가 익명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 △게시·삭제가 자유로워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해기 쉬운 점 △외국 운영 업체가 비협조적인 점 △게시자를 특정하기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점 등도 피해 확산을 막기에 걸림돌로 꼽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당한 노동력을 제공하지도 않는데, 고수익을 보장하는 유인 글은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정부도 생활고에 시달린 이들이 이런 위험성이 높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대국민 홍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대학이나 예비군 훈련 장소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서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정부가 많은 사람을 가둬놓고 사기 등에 이용하는 사기 작업장 수십 곳의 잔혹한 학대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태국 매체 네이션은 미국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를 인용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 사기조직으로 인한 세계적인 피해 규모가 연간 500억∼750억달러(약 71조∼107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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