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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겨우 빠져나와” 새벽 불길에 아수라장된 구룡마을, 190명 집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1.16 14: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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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대응 2단계까지 격상...6시간 34분 만에 초진
인력 1천여명·장비 106대 투입
"이재민 100여세대 추산"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짙은 연기가 마을 일대를 뒤덮고 있다. 사진=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가 6시간 넘는 진화 작업 끝에 초진된 데 이어 신고 접수 8시간 28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화재는 한때 대응 2단계까지 격상됐으며 판자촌 밀집 지역 특성상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은 신고 접수 5분 만인 오전 5시 5분께 현장에 도착해 오전 5시 10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화재가 확산되자 오전 8시 49분께 대응 2단계로 격상했고, 오전 11시 34분께 화재 발생 6시간 34분 만에 초진을 잡아 대응 단계를 1단계로 하향했다.

이번 화재로 소방 인력 343명, 구청 320명, 경찰 560명 등 총 1258명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펌프차와 구조차 등 장비 106대가 동원됐다. 소방은 새벽 5시10분 헬기 투입을 요청했지만 안개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헬기는 출동하지 못했다.

정광훈 서울 강남소방서 행정과장은 "초기 출동 당시 화재가 산림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산불 확산 차단에 우선 대응했다"며 "이후 바람의 영향으로 불길이 4지구에서 6지구로 번지면서 5지구와 3지구, 인근 고물상 방향으로 연소 확대를 막기 위한 방화선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는 4지구와 6지구에 집중됐으며 추가 확산은 차단된 상태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재민 규모는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발생한 4지구에서는 35세대 59명이, 인접한 6지구에서는 91세대 131명이 대피했다. 불길이 번지지 않은 5지구 역시 39세대 68명이 선제적으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약 126세대, 190명이 이재민이 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이재민을 위한 임시대피소는 마련돼 있으며 숙소는 인근 호텔로 준비된 상태다.

화재가 난 구룡마을 인근에 소방지휘본부가 설치돼 소방대원들이 진화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김예지 기자

현장에서는 화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이어졌다. 화재 현장 상공에는 짙은 회색 연기가 장시간 머물렀고, 연기가 햇빛을 가리며 마을 일대 시야를 흐렸다. 현장 입구에는 소방지휘본부가 설치돼 화재 발생 시각과 대응 단계, 동원 현황이 상황판에 정리됐다. 소방차와 구조차량이 마을 주변에 빼곡히 배치됐고 진화용 호스가 골목 안쪽까지 연결됐다. 안전 통제선이 설치돼 출입은 엄격히 제한됐다.

주민들은 불길이 번진 마을 안쪽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화재로 집이 전소된 70대 노인 A씨는 "내 집인데 왜 못 들어가느냐"며 출입 제한 구역으로 들어가려다 경찰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로 30년 가까이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김규선(65)씨는 "새벽 4시 40분쯤 집 뒤쪽에서 불길이 확 올라오는 걸 봤는데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못 끌 정도였다"며 "주민들을 깨워 피하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고 한탄했다. 그는 "신발이 다 젖어 차에 있던 등산화로 갈아 신은 게 전부"라며 "2년 전에도 불이 났지만 이렇게 크게 난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에서 잇단 화재가 발생하면서 밀집된 주거 구조와 취약한 환경에 따른 대형 화재 우려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이번 화재 진압 과정에서 구룡마을 내부 골목이 협소해 소방차를 동시에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데다 주택 대부분이 비닐하우스·합판·스티로폼 등 가연성 자재로 지어져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와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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