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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정에서 마주한 세 가지 그늘 — 성매매, 노예놀이, 불법촬영[부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09 09:00:36
조회 1005 추천 1 댓글 14
[파이낸셜뉴스]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던 몇 해 동안 나는 매일 법정에서 어두운 사회의 뒷모습과 마주했다. 책상 위에 쌓여 올라오는 기록철은 늘 비슷한 두께와 색깔이었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아이들의 사연은 결코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 가벼운 일탈에서 시작해 중범죄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비행은 언제나 사소한 금이 커다란 균열로 번져가는 과정을 꼭 닮아 있었다.​ 오늘 나는 그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세 가지 이야기를 꺼내어 보고자 한다.

가출과 생존 사이 — 비행청소년의 성매매
비행소년들에 대한 집행 감독 차원에서 비행소년들과 법원 근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형식적인 질문지를 내려놓고 나눈 대화 속에서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어느 날 한 소년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내 오랜 상식을 무너뜨렸다. 자신이 다니던 여자 중학교의 한 학급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소수라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서늘하게 식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록 속에서 다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 말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1학년 후배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면서 그 대가를 가로채 가는 사건이었다. 시간이 지나 드러난 사실은 더 잔혹했다. 당시 피해자였던 그 아이가 훗날 자신보다 어린 초등학생에게 똑같은 방식을 강요하며 가해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폭력과 비행은 한 사람의 삶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옮겨 가는 전염병과도 같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경우 이 지점에 이르기까지의 경로가 놀랄 만큼 비슷했다. 집은 더 이상 피난처가 되지 못했고,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중 남학생들은 굶주림을 못 견뎌 절도 비행을 저질렀고, 여학생들은 몸을 팔라는 제안을 너무 이른 나이에 마주하게 되었다. 어떤 아이는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들 앞에 놓여 있던 것은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사이의 강요된 결정일 뿐이었다.​

이 비극의 진짜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의 궁핍과 불안을 냄새 맡고 다가오는 나쁜 어른들이다. 그들은 숙박과 식사, 약간의 현금을 미끼로 아이들을 유혹하여 다시 빠져나오기 어려운 범죄의 고리에 그들을 묶어 둔다. 그래서 나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수 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단호하고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매수·성착취 범죄에 대해서는 양형을 지금보다 상향할 필요가 있다. 궁핍과 가스라이팅 속에서 성매매의 세계로 유입되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성인 성 구매자는 단순한 수요자가 아니라 구조 설계자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 이웃의 관심이야말로 가장 값싸면서도 강력한 안전망이다. 밤늦게까지 모텔을 드나드는 청소년, 반복적으로 낯선 성인과 동행하는 아이를 보았다면 ‘괜히 오지랖’이라며 모른 척하지 말아야 한다. 지구대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는 취지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비행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을 위한 ‘머물 곳’을 늘리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집이 안전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숙식·상담·학업 지원을 제공하는 쉼터, 공부방, 야간 개방 공간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설들은 성매매와 범죄 유입을 막는 강력한 방파제가 된다.

디지털 공간의 지배와 복종 — ‘노예놀이’의 실체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종종 어른들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메신저를 매개로 한 이른바 ‘노예놀이’ 사건들을 다루면서 나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 지형을 목격했다. 수법은 기계처럼 정교하고 동시에 기계처럼 차갑다. “프로필 사진 보니까 예쁘던데, 같이 게임할래?” 처음 접근은 늘 가볍고 친근했다. 몇 마디 장난스러운 대화와 게임을 나눈 뒤 가해자는 차츰 피해 아동의 학교, 가족, 콤플렉스를 묻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약점이 손에 잡히는 순간 말투는 돌연 명령형으로 바뀐다. 가해 소년은 피해 아동에게 자신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고, 자신을 항상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나체 사진, 자위행위를 촬영한 영상 등을 보내라고 명령한다. 거부의 기색이 보이면 앞서 알아낸 약점을 들이대며 “말 안 들으면 모두에게 알려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그 협박이 어른들의 눈에는 우스울 만큼 사소해 보일지라도 초등학생에게는 그것이 삶 전체를 무너뜨릴 괴물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을 법정에서 보는 순간 나는 늘 같은 종류의 당혹감을 느꼈다. 기록만 보면 잔혹하고 차가운 지배자와 같은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정작 내 앞에 앉아 있는 소년들은 하나같이 소심하고 내성적인, 다른 사람들과 시선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소외감이 디지털 공간에서의 전지전능한 권력자로의 변신을 욕망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화면 너머에서 누군가를 복종시키는 행위는 어쩌면 스스로가 세상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한다는 감각의 뒤틀린 반사처럼 보였다.​

혹시 당신의 자녀가 스마트폰을 유난히 숨기거나 메시지를 확인한 뒤 이유 없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자주 반복해서 보인다면 단순한 사춘기 소년의 불안함으로만 치부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 작은 기기 뒤에 숨겨진 존재가 한 아이의 자존감 전체를 채권처럼 쥐고 흔들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예방의 출발점은 “우리 아이는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을 잠시 내려놓는 데 있다. 아이들이 겪는 이러한 위험은 특별한 몇몇 가정에서만 발생하지 않고 평범한 우리 집 거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 한가운데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모범생의 이면 — 몰카촬영 비행의 구조
이른바 ‘몰카촬영’ 사건 기록을 펼칠 때마다, 나는 한 번 더 소년의 이름을 확인하곤 했다. 학교 성적은 늘 상위권, 담임교사의 평가도 성실·예의바른 학생, 가정환경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은 대개 비슷한 비행 장소와 방식을 택했다. 여성 화장실, 탈의실, 계단 틈 사이. 한 소년은 시선을 피하기 위해 여성용 가발까지 구해 쓰고 들어갔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이러한 치밀함이 왜 공부가 아닌 저런 방향으로 발휘되었을까’하는 허탈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학업 스트레스를 이야기했다. “잠깐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멈출 수가 없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흥미로웠던 점은, 단속에 적발되던 날의 심정을 묻자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이제는 멈출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고 답한다는 사실이다.​ 멈추고 싶지만 혼자서는 멈출 수 없던 강박이 처벌이라는 외부적 제동 장치를 통해서야 비로소 멈추는 것을 허락받은 셈이다.​ 수년 간의 소년재판을 통해 몰카촬영 습벽이 단순한 호기심 수준의 일탈이 아니라 반복 강박에 가까운 것임을 깨달았다. 적절한 처분과 전문적인 상담, 그리고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사람들 가운데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 한순간의 촬영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보았다. 유명 아나운서, 스포츠 스타, 심지어 판사까지도 그 명단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 충동 강박이 조기에 드러나 법의 개입을 받는 편이 본인과 사회 모두에게는 더 큰 행운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비행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는 자녀들에게 공부 외의 통로, 즉 땀 흘리는 운동과 일견 아무 쓸모 없어 보이는 취미들을 허락해야 한다.​ 삶의 압력이 한 방향으로만 몰릴 때 틈새로 새어 나오는 욕망은 언제나 가장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소년 법정은 화려한 법정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비춰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장소였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김태형 변호사는 가사∙상속 분야 전문가이다. 2007년 법관 임용후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7년간의 법관생활을 끝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관시절 2012년부터 총 8년간 가사∙상속 및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법관 퇴직 전 5년(2019~2024)간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수많은 가사∙상속 관련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베스트셀러인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박영사, 2023)의 저자이기도 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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