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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만 외국인 시대 여전한 체불·폭력… "국가 경제 부메랑 될 것"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4.15 16:19:09
조회 1163 추천 3 댓글 33

인력난 메운 외국인 노동자...권리는 사각지대
임금체불·폭력 잇따르며 '제도 사각지대' 지적도
국가 신뢰도 떨어지고 인력 공급망 붕괴 우려
전문가들 "사업장 이동 제한 풀어줘야"


#.경기 안성의 한 제조업체에서 3년 동안 일했던 필리핀 국적 미차엘씨는 귀국 직전의 3개월치 임금과 퇴직금 1700여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주휴·야간수당까지 포함하면 체불액은 220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사업주는 요지부동이다. 알고 보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근로자는 미차엘씨 뿐만이 아니었다. 공교롭게 모두 체류 기간을 넘긴 채 일을 해왔다는 점이 같았다. 주변에선 해당 사업장이 주로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한 뒤 귀국 시점에 맞춰 임금을 고의로 주지 않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파이낸셜뉴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69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이들을 상대로 한 임금체불과 폭력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당 처우는 국가 신뢰도 하락과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경제적 부메랑'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3D(힘들고·더럽고·위험한)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청년층 유입이 줄어든 농·어촌과 지방 제조업, 건설·도금 등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들을 대거 채용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상주 외국인은 169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3만2000명(8.4%) 증가했다.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취업자 수 또한 110만9000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외국인 근로자의 취약한 지위를 악용해 임금체불과 폭력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증언이 현장 곳곳에서 들린다.

경기 오산의 금속가공업체에서 일하던 네팔 출신 근로자 A씨(25)는 넉 달치 임금과 연차 수당 1200여만원을 퇴직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받지 못했다. 그는 노동청 조사 과정에서 사업주로부터 인신공격도 받았다고 토로했다.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에어건(고압 공기) 중상 사건은 폭력에 노출된 외국인 근로자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철저한 진상 규명 지시 이후에야 수사와 근로감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원인은 이들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가 우선 지목된다. 지난 2004년 도입 당시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사업장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제한이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에겐 '족쇄'인 반면 사업주에겐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노동계는 꼬집는다. 폭행, 임금체불 등의 입증 책임이 근로자에게 있다는 점도 피해를 양산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부작용은 국가 신뢰도 하락이 제시된다. 임금체불 등 인권 침해 사례가 확산할 경우 'K-브랜드'로 쌓아 올린 이미지가 점차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외국 근로자들이 한국을 기피하는 '인력 엑소더스'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인력난이 심각한 뿌리 산업과 농어촌의 노동 공급망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손실로 연결된다.

다만 고용노동부와 국회에서 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토대로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의견 수렴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달 발의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동의 자유를 전면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문인기 노무사는 "임금 미지급이나 휴식 부족 등 부당한 상황을 겪더라도 향후 불이익을 우려해 감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사업장 이동 요건 완화와 실질적인 전직권 보장,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반복 위반 시 고용 제한 등의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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