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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전면 재개편' 꺼내든 李 대통령...법조계 "유전무죄·무전유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4.15 16:19:20
조회 64 추천 0 댓글 0

연평균 2.5%씩 증가 예상
취지 공감하지만
특사경 비대화 등 우려 여전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형사법 전면 재개편을 꺼내들었다. 현재 우리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벌규정이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많아, 국민의 전과자 비율이 높으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재정경제부 등 행정부처도 발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부자들이 실형 대신 과태료를 내는 방식으로 법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유전무죄'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와 재정경제부의 '형벌 합리화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이같은 취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형사처벌이 너무 남발되면서 죄형 법정주의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라며 "웬만한 일은 다 처벌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보니 검찰과 수사기관의 권력이 너무 커지고 검찰 국가화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옛날에야 경제력이 없으니 과징금도 효과가 별로 없다고 생각해 형사처벌을 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경제 제재가 오히려 큰 효과가 있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형벌의 과잉으로 국민과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며 "경미한 행정의무 위반에 대한 형벌은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전환해 국민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검찰 대개혁과 맞물려 과도하게 많은 형벌 규정에 대한 개정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이 언급한 수치는 현재 형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벌 규정 법률이 1069개로, 250여개인 독일에 비해 4배가 넘는다. 또 처벌 대상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숫자도 1만 7300여개다. 김재윤 국회예산정책처 서기관은 지난 2019년 논문에서 지난 1985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31년간 형벌규정 중 자유형은 연평균 2.3%, 벌금형은 2.8%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증가하는 범죄 유형과 수에 따라 새로운 법을 제정하면서 형벌규정도 같이 추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법경제학회 회장인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인구의 30% 정도가 전과자로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수가 예비군법 위반 등"이라며 "법의 경종이라는 취지와 상관없이 전과자가 되도록하는 법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와 정기상 판사는 지난 2009년 작성한 논문을 통해 형벌규정 증가로 사회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 해당 논의가 검찰 내부에서부터 오랜 기간 제기됐던 사안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복수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사들도 형벌규정이 너무 많아, 익숙하지 않은 규정일 경우 찾아보곤 한다"며 "과도하게 형벌규정이 많아 오히려 공부하는데 더 신경을 많이 쓴다"고 입을 모았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애초에 행정 편의주의로 인한 형벌규정이 너무 많다"며 "그러다보니 예비군 참석을 못하는 등의 문제로 전과자가 되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편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실질적 처벌인 징역형과 벌금형에서 과징금과 과태료로 처벌의 무게가 이동한다면, '금권' 형태의 성격이 부작용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개편 취지는 동감하지만, 결국 돈 많은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형법이 될 것"이라며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과태료를 내고 끝낼 것이다. 돈이 없는 이들은 결국 과태료를 내지 못해, '유전무죄·무전유죄'가 심각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행정기관의 비대화도 우려했다. 현재 금융감독원 등 정부부처에 있는 특사경이 1차로 수사를 담당할 수 있다. 만약 과태료나 과징금 중심의 형벌이 우선시된다면, 정부부처가 수사와 처분을 모두 담당하게 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축소를 위해 특사경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지 의문이 든다"며 "현재도 특사경의 권한이 인력 수준에 비해 과도하다. 만약 권한이 더 확대된다면 사건을 형사조치를 취할지, 과태료나 과징금을 처분할지에 대한 선별 판단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해결책으로 법조계에서는 '형사 통합법'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형법을 중심으로 형벌을 추가하는 각종 특별법이 있는데, 특별법을 형법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현재 형법에 특별법의 취지와 형벌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실제로 기존 형법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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