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시 11분께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품절됐다는 안내를 게시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휘발유 없어요. 다 떨어졌어요." 29일 서울 서초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58)는 차량을 몰고 온 손님을 하나씩 다시 돌려보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부터 2시 정도까지 30분간 승용차 5대와 오토바이 1대가 휘발유를 채우지 못하고 그대로 주유소를 빠져나갔다.
■기름대란에 시민들 고통 호소 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째로 접어들면서 주유소 '기름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총파업과 달리 정유사 차량을 운행하는 조합원이 파업에 대거 동참하면서 주유소에도 그 영향이 들이닥쳤다. 시민 등 관계자들은 휘발유가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55개 주유소가 휘발유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서울 일부 주유소에서 휘발유 품절 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피해 주유소가 늘고 있다.
휘발유를 채워야 하는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서초구의 한 주유소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그대로 발길을 돌린 송모씨(32)는 본지 기자의 질문이 20초 이상 길어지자 남은 휘발유가 소모될까 봐 시동을 껐다. 송씨는 "벌써 두번째로 주유소를 찾았다가 휘발유가 없어서 돌아서는 길"이라며 "다른 주유소를 찾아야 하는데 이동하면서도 기름이 소모되니까 큰일이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 5개월간 오토바이로 출퇴근했다는 송씨는 "오토바이라서 이틀에 한번은 무조건 주유해야 하는데 휘발유 있는 주유소를 얼른 찾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영업직으로 회사 차량을 몰고 다니는 신모씨(25)도 기름이 없다는 말에 당황해했다. 신씨는 "법인 차라서 고급 휘발유를 넣기에도 눈치가 보이고 다른 주유소로 가야 하는데 어느 주유소에는 휘발유가 있는지를 알 수 없으니 불편하다"'고 했다.
■장기화 경우 연쇄 피해 우려 주유소 업주들은 급격히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40년 간 주유소를 운영했다는 사장 김모씨(58)는 "기름이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화물 노조의 입장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파업했는데 또 재파업해서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김씨는 약 7일 전부터 휘발유를 계속 주문했지만 5일 전부터 오지 않았다. 김씨의 주유소 매출 가운데 휘발유 비중은 80%에 이른다.
김씨는 "주유소마다 비축 탱크 크기와 손님 수가 다르지만 보통 일주일 정도면 비축분을 다 쓰게 된다"며 "지금 우리도 일반 고객이 아니라 외상거래처에게 줄 휘발유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마저 이틀이면 다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대중교통 운행에도 차질이 빚을 수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나 전기차량을 사용하는 시내버스와 달리 서울 시내 마을버스는 아직 경유 차량이 상당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마을버스 운수업체 관계자는 "회사에서 운전 기사들에게 경유 부족이 나올 수 있다고 전파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권준호 기자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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