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델의 기억은 오래도록 간직되었다. 사실 잊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시절 여왕의 행보와 여러 가지 일어난 사건들은 모두가 기억하기에 역사에 기록하고 남겨야 할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의 자료는 수없이 많이 남아 후대에 전달되었다. 아렌델 바깥 국가에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읽어볼 만한 글은 아주 많이 남았다.
엘사는 아렌델 왕국의 존경받는 국왕이었다. 시민들도 한결같이 그녀를 따랐다. 엘사는 더욱 한결같이 시민들 생각만 하며 살았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는지 놀라기도 했지만, 천사 같은 엘사의 행동은 늘 상상을 뛰어넘었다.
사람들이 모두 착한 것은 아니었다. 엘사 여왕의 집권 시기에도 많은 혼란이 있었고 그것은 모든 국왕이 감내해야 할 숙제였다. 보통의 경우 권력자는 시민을 핍박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렌델은 그렇지 않았다. 선임 국왕의 통치는 엘사에게 언제나 본보기가 되었다. 비록 그 개인적인 잘못은 있었다고 해도, 엘사가 방 안에서 홀로 있던 시간 누구보다 그녀를 생각한 것은 국왕이었다.
엘사 옆에는 언제나 안나가 있었다. 크리스토프와 함께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비단 아렌델 뿐 아니라 이웃 나라도 자주 가는 그녀였다. 상대적으로 왕족의 이런저런 행사에서 자유로운 모습이었던 그녀는 왕족이 아닌 시민 크리스토프를 맞이하며 조금 더 시민들과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었다.
아렌델은 그래서 평화로운 국가였다. 주변 나라와 잘 어울리는 국가였다. 전쟁 없는 국가였다. 화평한 국가였다. 안정된 국가였다. 조용한 국가였다. 겨울처럼 단단했지만 얼음처럼 투명한 국가였다.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날카로웠고 시민들에 대해서는 온화했다.
“크리스토프?”
엘사는 그녀 눈앞에 보이는 크리스토프를 향해 한마디 말을 건넸다. 어딘가 온화한 엘사의 말투에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모습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부르는 소리를 느끼고 서둘러 뒤를 돌아본 크리스토프의 등 뒤로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햇빛이 강했다.
“네?”
크리스토프는 갑작스러운 엘사의 말에 당황한 듯 금발 머리를 긁적였다. 엘사는 살짝 웃어 보이며 기분을 풀어주었다.
“아니에요. 그냥 어디를 보나 해서요.”
크리스토프는 멋쩍은 듯 몇 마디 말을 이어갔다.
“아, 그냥 햇살이 좋길래. 이제 봄이 온 것 같네요.”
사실이었다. 창밖에는 성에서도 보이는 높이 솟아오른 나무 그루들과 그 위에 핀 꽃, 또 이제 막 고개를 든 풀들이 초록 향기를 내뿜었다. 역시 아름다운 봄이었다.
“아, 그렇군요. 참, 오늘 어디 가 봐야 할 곳 있지 않아요?”
“얼음 성에 두고 온 게 있어서 찾으러 가려구요.”
얼음 성은 크리스토프에게 일종의 일하는 시간 중 쉬는 곳의 역할을 했는데, 얼음 캐는 장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스벤과 함께라면 금방이었다. 그 날은 비록 쉬는 날이었지만, 왕실에서 써야 할 물품을 두고 왔기에 썰매를 타고 가져오려던 참이었다.
“안나도 같이 가나요?”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크리스토프는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걸음을 빨리했다. 엘사를 지나쳐 아래로 쭉 내려가는 그에게 아렌델의 여왕은 살짝 손을 흔들어 주었다. 꼭 마주 보게 손가락을 붙이고 가녀린 몸짓으로 움직였다. 크리스토프는 그것을 느끼고 지나가다 말고 뒤를 한 번 쳐다보고, 기분 좋게 씩 웃었다.
계단을 타고 서둘러 내려가는 크리스토프의 발걸음이 빨랐다. 여왕은 그저 손을 맞잡으며 평화롭게 바라보았다.
“오! 크리스토프 어디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크리스토프를 맞이한 건 안나였다. 안나는 벌써 이야기를 들었는지 봄옷으로 단장하고 내려오는 크리스토프를 맞았다.
“나? 얼음 성. 같이 갈래?”
“그래서 옷 입은 거야.”
“그러면 따라와.”
그렇게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기분 좋은 신하와 시녀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곳마다 봄의 향기가 가득했다. 마침내 1층까지 내려와 그 거대한 성문을 열고 나간 아렌델 도심에는, 해와 바다와 멀리 보이는 배도 선명하여 공기가 무척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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