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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벤문학]내 이름은 스벤,크리스토프의 친구죠

안나병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7 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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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스벤. 순록이다. 

어렸을 때 금발머리를 한 외롭고 작은 인간에게 구조돼 지금껏 살아있다. 부모님과 헤어져 눈길을 헤매고 있을 때, 눈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을 떨구며 내가 알았던 모든 세상을 미친 듯 돌아다녔다. 어느 인간 사냥꾼이 설치해 놓은 덫에 걸린 것도 어쩌면 그 금발머리 인간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거의 죽을 뻔한 상황에 내몰렸지만 눈을 떠 보니 따뜻한 노란색 불이 일렁이는 푹신한 건초 위 헛간이었다. 거기서 나를 들여다보는 커다란 브라운색 눈망울의 그 녀석과 처음 만났다. 그의 이름은 크리스토프. 


그 녀석도 나처럼 혼자였다. 다친 내 다리를 치료해주기 위해 어디선가 매일 약을 구해왔는데, 항상 여기저기 다친 채였다. 나는 순록이라 인간의 몸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맨 처음 마주봤던 그녀석의 얼굴에 비해 눈이 심하게 부어있거나 몸 다른 곳의 붉은 생채기를 보았을 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나와 함께 있었고 나와 몸이 자라듯 그녀석의 몸도 쑥쑥 자랐다. 그러다가 그 돌덩어리들-인간들은 트롤이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뭐 어쨌든 상관없다-이 녀석과 나를 보살펴준 덕분에 그나마 지금 우리가 있는 거겠지. 크리스토프가 마을에서 누군가와 싸우고 왔을 때 불다는 그런 그를 감싸줬지만 패비 할아버지는 돌주먹으로 더 팼어. 때릴거면 제대로 때리고 와야지 왜 질질 짜고 있냐면서 말이지. 얘가 인간답게 큰 데에는 그래도 그 돌덩어리들이 역할을 하긴 했지. 네가 보기에도 잘 컸잖아. 


크리스토프가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내 생각을 100%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음. 그래도 내 의도를 거의 잘 알아듣는 건 이녀석 뿐이야. 어렸을 때부터 크리스토프는 친구가 없었어. 부모님도 없지 집도 없지 돈도 없지 있는 거라곤 나뿐이었지. 그래서 항상 나를 붙들고 하루에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는데, 이 녀석의 혼잣말은 그때부터 시작이야. 가끔 당근가지고 약 올릴 때마다 내 발굽으로 확 줘 패고 싶지만.. 간신히 참는다. 어쩔 수 없잖아, 밥 주는 사람인데. 그래도 밤마다 4줄짜리 악기를 가져와서 노래는 부르는 이 녀석의 목소리는 참 좋아. 잠이 잘 오거든. 그리고 이 녀석에게는 우리 동족의 냄새가 나. 그게 제일 마음에 든다. 인간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지만. 


컵케이크를 닮은 인간 여자를 만났을 때를 꼭 얘기하고 싶네. 나는 그 여자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맘에 들었는데, 이유는 내가 먹을 당근을 가져왔기 때문이야. 그 아픈 인간 여자를 데려다주고 문이 닫혔을 때, 돌아서는 그 녀석의 표정과 몸짓이 너무 슬퍼보였어. 언제나 포기가 빨랐던 크리스토프 같지 않더라고. 내가 막아섰던 건 그것 때문이었어. 난 그 녀석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거야, ‘네 마음을 숨기지 말라’고. 진실한 사랑? 아니 그런 건 표현해야 아는 거 아니야? 얘기도 안했는데 진실한 사랑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아냐고. 말이나 해봐야지. 그래서 달렸던 거야. 그 녀석과 함께. 


그리고 안개 속 어딘가로 갔을 때도 그래. CRAZY라는 말에 PTSD있는 그 여자에게 그 단어를 꺼낼 건 또 뭐람. 나 같으면 뺨을 후려갈겼어. 그냥 적당히 뽀뽀나 할 것이지. 그러니까 그 숲속에서 내버려두고 떠난 거 아니야. 얘는 모든 것을 이제까지 너무 쉽게 포기해 왔다고. 그런데 이렇게 뭔가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도 처음 봤어. 


크리스토프가 안나라는 컵케이크 인간 여자에게 반짝이는 뭔가를 주었을 때, 나는 정말 감동했어. 이 모지리도 이제 짝을 만났구나 싶어서. 그 인간 여자는 나에게 친절하고, 크리스토프에게도 언제나 친절했으니까, 분명 좋은 인간일거야. 



근데, 나는 언제쯤 짝짓기를 할 수 있는 거냐,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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