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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편/여행] 시간을 달리는 안나 2 -1화-

절대온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2 00: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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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안 1편 보러가기: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60932

(안읽어도 2편 내용 이해에 지장 없음)



1842년 12월 18일 토요일, 아렌델 왕궁.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하얗게 덮여있던 창문이 절반 정도 드러나 있었다. 경이롭고도 따뜻한 태양빛은 유리창에 반사되거나 일부는 그대로 흡수되어 커다란 책자를 침대 위에 펼쳐놓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여인을 비추고 있었다. 한 사람은 백색에 가까운 금발에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다른 이는 연두색 드레스와 조금 헐겁게 조여진 코르셋 너머로 적갈색 머리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짜 신기하네. 언니는 그런거 어떻게 알아?"


아렌델의 여왕은 엘사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 문득 궁금증을 느끼고 질문하였다.


"아토할란에 가서 부모님의 옛 기억을 보았어."


"오, 그렇구나! 그럼 두 분이서 첫키스 하시는 장면도 봤겠네?"


"뭐? 첫키스? 그런 것까지 볼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예상치 못한 동생의 질문에 정령의 푸른색 눈동자가 확장되었다.


"농담이야. 근데 진짜 궁금하지 않아? 언니가 말해준 옛날이야기에서 나무 밑에서 한 안데르센 이야기가 젤 설레는거 같아! 왠만한 동화책보다 더 낭만적이야."


"나도 그건 동의해. 여기 좀 봐! 이게 결혼식 때 그려진 초상화야."


엘사의 손이 종이를 계속해서 넘기다 어느 한 페이지의 귀퉁이를 붙잡았다. 그녀는 '1817.2.21'라고 적힌 페이지에 눈길을 고정시키며 손가락으로 오른쪽 그림을 가리켰다

.

"와....엄마좀 봐. 너무 아름다우시다!"


안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젊은 이두나가 아버지와 함께 서있는 초상화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언니보다 예쁜 거 같아. 인정해?"


"당연히 나보다 훨씬 아름다우셨지, 아빠도 엄청 미남으로 유명하셨고.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그것을 못 담아내고 있는 것일 뿐이야!"


아렌델로 잠시 놀러웠던 엘사는 아버지의 초상화를 구경하다가 왕실의 어진과 중요한 행사가 기록되어 있는 그림책을 들고 안나에게 보여주었다. 두 자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들의 부모님에 관한 추억을 되새기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기록화를 같이 보고 있던 안나는 역사 수업 시간에 배웠던 인물들을 그림 속에서 발견했다.


“언니, 이 사람 닌센 공작 맞지? 옛날 우리 아버지 대에 섭정이었던 사람!”


“맞아. 아마 내 기억으로,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사람일걸?”


엘사는 안나가 손가락으로 짚은 사람을 보고 곧바로 대답했다.


“어떻게 죽었다더라? 병이었나?”


“뭐, 그 말도 맞기는 해.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섭정에게는 루토라는 이름의 딸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죽게 되었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 때문이었는지, 그는 섭정직을 내려놓은 뒤 시름시름 앓다가 1814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돼.”


“저런!”


안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안타까운 눈으로 그림책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 사건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가 정치인으로서 깨끗한 인물은 아니었어. 부정부패가 너무 심했고, 자신의 권력에 상당한 집착을 보였던 인물이라고 해. 그의 딸도 그 성미를 닮았는지, 겔다의 말에 따르면 궁에서 시녀들을 몹시 못살게 굴었다고 해. 그래서 부녀가 죽었을 당시에도 그들은 별로 동정심을 받지 못했대.”


엘사의 역사 강의를 안나는 흥미로운 듯 집중해서 들었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별로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네. 이래서 사람은 평소에 나쁜 짓 하고 살면 안 된다니깐. 근데 언니 이런 것들은 다 어떻게 알아? 이것도 아토할란 가면 볼 수 있어?”


“맞아.”


“거긴 무슨 역사책이 따로 없네.”


안나의 표현이 재밌게 들렸는지 엘사는 피식 웃었다. 그러던 중 동생 쪽에서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근데 언니 있잖아, 엄마는 왜 어렸을 때 그림이 없는 거야? 결혼식 이전의 그림은 단 한개도 없잖아."


"내가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우리 어머니께서는 마법의 숲을 탈출한 뒤, 고아원에 스스로 들어가 사셨던 것으로 보여. 어렸을 적엔 왕실의 일원이 아니셨던 분이니, 당연히 기록이 안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엘사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자기가 알고 있는 선에서 동생의 의문을 해결시켜 주려 애썼다.


"그럼 더욱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아? 한 분은 나라의 왕이셨고, 다른 한 분은 고아원 출신인데 도대체 두 분이서 어떻게 그 엄청난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하신 거지? 그 당시에는 왕실의 권위가 지금보다 더 중요한 시대였을 거 아냐? 게다가 언니 말대로라면 아빠는 엄마가 당신을 구해주셨다는 사실을 결혼 전에 모르고 계셨다며?"


"그러고 보니 정말로 궁금하긴 해. 하지만 내가 보았던 과거는 지금까지 말해 준 게 다야."


엘사는 안나의 말에 동감을 표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나도 시간 날 때 궁금해서 옛날 왕실기록을 한번 찾아봤거든? 근데...."


"뭐, 뭐라고? 너 우리나라에서 왕이 왕실기록 읽는 거 금기인거 몰라? 얘가 진짜 큰일날...."


안나는 오랜만에 언니의 입에서 곧장 흘러나오게 될 잔소리를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빠른 사과였다.


"미안, 미안! 언니 나 한번 호기심 발동하면 끝이 없는 거 잘 알잖아. 다음부턴 왕실기록관 근처에 얼씬도 안할게!"


안나는 두 손으로 언니에게 싹싹 빌며 용서를 구했다. 엘사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백금색 눈썹이 일그러지며 살짝 틀어졌다.


"안나. 오늘 들었던 일은 비밀로 해줄게.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면 안돼. 왕이 먼저 나라의 법을 지켜야지, 어기면 어떡하니? 그리고 기록관의 보안은 대체 어떻게 뜷은 거야?"


"별로 어렵지 않던데...."


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울상을 지으며 힘없이 이야기했다. 사실 안나는 성의 5번 비밀통로를 이용해 왕실기록관과 시녀장의 방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것 이외에도 왠만한 베테랑 경비병보다 훨씬 성 안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여왕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다름 아닌 언니와의 단절된 세월로 인해 13년 동안 성 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언니의 방에 잠입할 수 있는 통로를 찾으려고 했었던 이유가 있었다. 물론 대관식 날까지 끝내 찾지는 못했다.


"아무튼 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마. 너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얘기 안했지? 내가 오늘 돌아가기 전에 기록관장에게 이야기해놓고 직접 암호를 바꾸고 나갈게."


"미안해....."


“으이그, 하여간 못 말리는 동생이라니깐.”


안나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었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엘사는 딱딱하게 굳었던 표정을 풀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안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엘사가 아렌델을 떠난 뒤에도 여왕은 부모님의 초상화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언니는 아토할란에 다녀올 때마다 부모님의 기억과 과거의 기록을 보고 안나에게 전해주곤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신을 차린 안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눈치 채고 고개를 돌렸다.


“안나, 오늘따라 말이 없네요.”


그녀의 뒤에는 어느새 크리스토프가 와 있었다.


“언니가 부모님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렇군요. 초상화 속 두 분에게는 언제나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진기술이 조금만 빨리 발달했으면 두 분의 실제 모습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안나는 품속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 그것을 바라보았다. 찍은지 얼마 안 된 흑백 사진 속에는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와 올라프, 스벤이 들어있었다. 안나는 손에 들려진 사진과 초상화를 번갈아 보며 한탄했다. 적갈색 머리가 한 가닥 얼굴로 흘러내렸고 크리스토프는 손을 뻗어 그것을 쓸어주었다.


“자기는 부모님에 대해 아는 것 없어요?”


안나는 예비남편의 부드러운 손길에 미소를 머금고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서 돌아가셨다는 것만 알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고아로 자랐을 리가 없었겠죠. 그 뒤로 두 사람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찾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에 대해 굳이 알고 싶지는 않아요. 제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안나 당신이니까요.”


크리스토프는 그렇게 말했지만, 안나가 자신의 말에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따라 복도에 서서 부모님의 초상화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볼 리가 없었다. 그의 연인은 명백하게 부모를 그리워하고 있었고,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부모를 잃은 아픔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공감은 할 수 있었다.


“저도 언니처럼 과거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들어있는 초상화를 손으로 만지며 중얼거렸다. 궁에 걸려있는 초상화 중 가장 세심하게 관리 받은 그것에는 먼지 한 톨조차 손가락에 묻어나오지 않았다. 크리스토프는 그 말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고민하다 3주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트롤들의 마법을 빌린다면, 아예 과거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방법이 없냐고요?”


여왕을 향해 물음을 던지는 젊은 트롤의 눈빛이 달빛을 받아 더욱 번쩍였다.


“네! 3주 전에 다녀왔던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설명하려면 좀 길어요. 어쨌든 미래로도 갈 수 있으니, 과거로도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요.”


안나는 혹여나 숲속에 잠들어 있는 다른 트롤들을 깨울까봐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가능하죠.”


패비의 손자 도비는 언제 준비했는지 파란색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병을 꺼냈다. 안나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어 그것을 건네받으려 했다.


“단.”


트롤은 건네던 병을 슬그머니 뒤로 빼며 말했다.


“이번에는 각오 단단히 하고 가셔야 해요.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미래로 떠나는 것 따위와는 차원이 틀려요.”


“어째서죠?”


“생각해 보세요. 여왕님께서 미래로 다녀오신 것은 현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여왕님이 얼마나 먼 미래로 가셨는지는 몰라도, 현재 상태는 전혀 변함이 없었죠. 왜냐하면 여왕님이 미래에서 하는 행위가 현재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과거는 달라요. 미래의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 영향을 미쳐 원래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현재의 역사는 상당부분 바뀔 수도 있어요.”


항상 장난기가 가득했던 패비의 손자 도비의 얼굴에서 웃음기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왕님께서 과거로 떠나 무엇을 하시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책임을 지고 가셔야 할 거에요.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원래 역사에서 개변된 과거일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원래 죽었어야 할 여왕님이 지금 살아있는 것도 누군가가 시간을 되돌아가 바꾼 것일 수도 있고요. 농담같이 들리시죠?”


안나는 도비의 일장연설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려움, 기대감, 호기심, 책임감, 그리움 등 여러 감정들이 그녀의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이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목적은 오로지 한가지였다. 부모님의 살아계신 모습을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는 것. 그리움은 목적을 위한 정당한 감정이었고, 그것은 곧 과거로 갈 수 있는 신비로운 물약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잘 알겠어요. 만약 이 약을 먹으면 미래로 갔던 것처럼 모습이 변하나요?”


“여왕님의 뜻이 그토록 확고하시니 이제부터 설명을 드릴게요. 이 파란 약은 특정 시점의 과거로 떠날 수 있는 약이에요. 몇 년 전으로 가게 될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그리고 미래로 가는 약과 다르게 이 약에는 모습을 변화시키는 마법은 걸려있지 않아요. 대신에 아주 오랫동안 과거에 머물 수 있게 해줘요. 정확히 최대 150시간 마법을 유지해주죠.”


“그렇게 오래 있는다고요? 저는 길어야 9시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오래 있을수록 그곳을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르고 과거의 사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물론 그렇지요. 그래서 여왕님을 위해 여기 다른 약을 준비해 놨어요.”


도비는 다른 쪽 손바닥을 펼쳐 주황색 액체가 들어있는 조그만 약병을 보여주었다.


“이 약은 파란 약의 약효를 없애주는 약이에요. 한마디로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해주는 약이죠. 과거에 더 이상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반드시 이 약을 먹어야만 해요.”


“잘 됐네요! 어차피 전 그렇게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었거든요. 그나저나 그 약은 파란 약처럼 맛이 이상한가요?”


안나는 주황색 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상하다뇨?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플래밍그라드 스튜 맛으로 만든 건데...별로였나요?”


여왕은 그 말을 듣고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래서 미래로 갔을 때 그렇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던 거였구나.


“저랑은 좀 안 맞는 것 같네요. 딸기 맛 같이 다른 맛으로는 못 만드나요?”


“에이, 진작 말씀하시지. 물론 가능하죠!”


‘뭐라고? 애초에 왜 그런 맛으로 만드는 거야?’


젊은 트롤은 약병 2개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다른 쪽 손으로 훅훅 문지른 뒤 안나에게 건네주었다. 안나는 그것을 받아 여행용 가방 속으로 넣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트롤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난 후였다.


성으로 돌아온 안나는 시간여행을 떠나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즉흥적으로 떠난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트롤의 경고도 있었고 모습도 변하지 않은 채로 간다고 하니 혹시라도 과거의 자신과 마주치게 된다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안나가 소중히 여기는 어머니의 스카프는 침대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3년 전 성탄절에 입었던 파란색 가죽 단추가 달린 하늘색 겨울용 드레스를 입고 푸른색 부츠를 신었다. 평소 묶어올리고 다녔던 그녀의 머리는 오랜만에 양갈래로 땋아 내려져 있었다. 그녀가 지니고 다닐 모험용 가방 속에는 주황색 약병과 휴대용 파우더, 그리고 여러 시대의 금화가 담겨진 지갑이 들어있었다. 안나는 스카프를 가방 속으로 넣은 뒤 마지막으로 은으로 장식되어 있는 손목시계를 왼쪽 손에 착용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자, 이제 갈 시간이야 안나. 언니처럼 부모님의 얼굴만 잠깐 보고 오는 거야.”


안나는 푸른빛이 도는 액체가 담긴 약병을 따고 그것을 입 안으로 흘려보냈다. 그녀의 혀에 달콤한 딸기맛이 퍼져나갔고 약기운은 곧바로 뇌로 전해졌다. 몸이 아프거나 서있기가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마치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온몸의 세포가 잠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순간 그녀는 침대 위로 몸을 눕혔고 천장에 새겨져 있는 크로커스 문양이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살아계신 부모님을 볼 수 있는 시기로 돌아가기를...”


-----------------------------------------

“"아가씨, 아가씨! 일어나시오. 어디 가서 그렇게 침 흘리고 자면 품위 없다는 소리 듣소."


안나는 자신을 깨우는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길에 반응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등을 뒤로 젖히다 무언가 둔탁한 물체와 부딪치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안나의 눈앞에는 한 중년 남성의 손바닥이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왕궁의 침대가 아닌 길거리의 어느 야외 카페 테이블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서둘러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내고 자신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물약을 마시고 다시 깨어났다는 것을 인지했다.


‘성공한 건가? 어느 시점으로 오게 된 거지?’


안나는 자신이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 지금 있는 시간대가 언제인지 알아내야 했다. 그녀가 차고 있는 은시계의 시침은 숫자 3을 지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침 자신을 깨운 중년 남성이 신문을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신문지의 제 1면 쪽으로 가까이 들이댔다.


‘아렌델을 위해 국민들이 해야 할 11가지 의무’
‘서던의 보나파르트 황제, 러시아 원정에 실패하다’
‘코로나 왕국, 왕비의 회임 소식에 축제 분위기’
‘종두법, 과연 천연두로부터 시민들을 구할 수 있는가?’


안나의 눈길은 군인들이 그려진 만평과 자잘한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지나 신문지 중앙 상단에 고정되었다.


“12월...19일....수요일....1812년?"


안나는 눈을 크게 뜨고 여러 번 끔뻑이며 다시 확인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1812년? 맙소사, 나랑 언니가 태어나기도 전으로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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