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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 22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6 23: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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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22


1843.5.30(火) 새벽


“거의 끝자락까지 가봤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완전한 빈 숲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돌아가려 해도 이 좁은 길 말고는 양측이 가시덤불이나 늑대소굴이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 숲을 지나가는 것이 지름길입니다만, 여기가 거의 유일한 길이어서 중간에 끊겨 있기라도 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려 보입니다.”


숲에 보낸 전령 다섯 명 중 세 명이 각 방향에서 돌아와 아이드나에게 전달했다. 혹시 몰라 그들은 횃불도 키지 않은 채 숲에 진입했지만, 하늘의 보름달이 밝게 빛나고 있어 나무 사이의 빛만으로도 전령들의 얼굴의 윤곽이 대략적으로 보였다. 여기서 아이드나는 그들의 보고에 만족을 하지 못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머지 두 명은 어딨지?”


셋은 서로를 쳐다봤지만, 전부 모른다는 표정을 주고 받았다.

“저희가 복귀하는 동안에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말하기가 무섭게 한 쪽 풀숲이 부스럭거리더니 전령 한 명이 약간 멀리서 보였다.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한 쪽 팔도 감싸고 있었다. 그의 한쪽 손에는 군번줄을 꼭 쥐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함정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바로 갔지만 저도 죽을 뻔 해 시체는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함정? 어디 있었는데?”

"옆으로 빠지는 샛길에 있었습니다."


아이드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솔직히 1차 개방 전후로는 그들이 찾아올 줄 알았다. 그렇기에 경계를 강화 시켰는데, 놀랍게도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았었고, 결론적으로는 여기까지는 아무런 방해 없이 도달했다. 하지만 아예 멍청하게 손을 놓고만 있지 않았나 보다.

“그렇습니다. 구덩이 옆에 바로 투사장치가 있었습니다만, 장치들이 아예 보이지도 않는 것이 상당한 전문가가 설치를 해 놓은 것 같습니다.”

아이드나는 그 전령은 의료진에게 보내고, 다시 대기하고 있는 셋을 바라봤다.

“나머지 셋은 함정을 발견한 것이 없었다고?”

“예.”

잠시 곰곰히 생각해 봤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전문적이라도 갯수에는 시간상의 한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방어 준비 때문에 많이는 짓지 못했나 봅니다.”

옆의 아렌델 제복을 입은 부관이 와서 그녀와 같은 생각을 속삭였고, 그녀는 공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숲에서 나와서 계곡 쪽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리스크가 커 보였다.

“분대 단위로 횃불 키고 오면서 주위 조심하면서 따라 오라고 해. 지금 보니 저쪽도 한창 준비 중이라 여기까지는 함정만 깔아놓은 것 같다.”

“예. 그리고 맨 앞에 가시지 마시고 앞에 몇 명을 보내 놓으시지요.”

“그래.”


그러고는 다시 진군을 시작했다. 바람이 살짝 불었고, 나뭇잎들이 그에 맞춰 후두둑 떨어졌다.

서늘하기는 해도 새벽 숲 공기 특유의 약간 상쾌한 느낌도 들었다.

“새벽 바람이 차군요.”

부관의 말에 아이드나는 바로 진군을 멈췄다. 뭔가 미심쩍은 듯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잠시 숨을 멈췄다.

몇 초 뒤 그녀는 인상을 쓴 채로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한 번 찼다.

“게일이 정찰을 하고 갔군. 경계를 강화 해야겠어.”

“정말입니까?”

주위의 병사들은 물론 부관도 신기하다는 듯 웅성거렸다. 게일이라면 공기의 정령일텐데 어떻게 사람이 공기를 알아차리겠나 싶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아이드나는 자신의 부하들 사이에 퍼진 의아함을 알아차린 듯 퉁명스럽게,

“숨을 들이 쉬면서 냄새를 맡고 귀를 잘 귀울여봐. 가을 잎 냄새와 자그만 휘파람 소리가 들릴거다.”

병사들은 그렇게 말해봤자 불가능하다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고, 그런 그들의 반응에 그녀 역시 포기한 듯 눈을 굴린 뒤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녀 바로 앞의 병사들이 곧바로 함정으로 걸려있는 줄에 말들이 걸려 동시에 넘어갔고, 부대 전체는 거기서 잠시 멈춰 섰다.


///


부대는 20분은 지나고 나서 다시 조심스럽게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사1과 2는 맨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병사1은 주위를 둘러보던 중 잠이 오는지 하품을 살짝 한 뒤, 옆에 있던 병사2의 종아리를 발로 조용히 툭 쳤다.

“야.”

병사2는 오늘은 얘가 또 뭔 개소리를 할지 모른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특히나 새벽진군 때문에 그의 눈꺼풀 역시 무거워 그의 불쾌감은 더 심했기에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달빛에 그림자가 져 병사1은 그의 똥 씹은 표정은 볼 수 없었다.

“왜?”

“진짜 우리 분대순서 개꿀이지 않냐? 쟤네가 함정 다 밟고 우리는 그냥 가면 되는거 아니야?”

그 말에 병사1은 물론 2도 몰래 낄낄 웃었다. 웃으면 안되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분위기에 숨막혀 죽을 것 같아 별 수가 없었다.

또 자신들이 살 확률이 올라가는데 싫다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엌ㅋㅋㅋ그건 인정. 어제도 새벽근무여서 드럽게 졸리는데 이렇게 뒤에서 천천~히 가니까 좋네.”

“아마 숲 출구 쪽까지 가면 좀 쉬겠지?”

병사1은 잠시 길 옆 나무들을 살폈다. 병사2 역시 반대편 나무들을 살피려고 고개를 돌렸다.


“쉬겠지! 지금 우리가 밤 새 달려왔는데 여기까지만 지나면 막사 치겠…”


순간 병사2는 뭔가 잘 못 봤나 싶어 그 방향으로 고개를 더 앞으로 내민 채 눈을 찌푸렸다.

뭔가를 알아차렸지만, 그의 느린 반사신경은 죽음으로서 돌아왔다.


퍽!

(풀썩)


병사1은 소리가 나자마자 돌아봤고, 없어진 병사2에 놀라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저 뒤에 화살이 머리에 꽂혀 누워있는 시체를 발견했다.

“어...분대장님?”

하지만 그는 갑작스러운 공포에 사로잡혀 너무 작게 말했고, 한 번 더 부르려 했지만, 화살에 목이 뚫려 입을 열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


(풀썩)


그 역시 조용히 넘어가 버린데다 앞에 있던 병사들은 앞의 함정에 집중하느라 그 둘이 죽은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얼마 가지 않아 주인 없는 말들이 많아져 진군방향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발굽소리를 들은 앞의 병사들 그제서야 뒤를 돌아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들이 눈치 채기도 전에 머리나 몸에 박혀버린 화살이었다.


///


적 부대가 이미 숲을 조금 지나고 있을 때, 숲의 입구에 게일이 진우를 내려줬다.

진우는 막상 이걸 혼자 하려는 것이 내심 떨리는 듯 심호흡을 크게 쉬고 활과 통아 들었다.


“1시간 뒤에 와 줘.”

게일은 잎으로 동그라미를 만든 다음 각 지역에 적의 접근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날아갔다.

그 와중에 게일은 가면서 사람 수들을 확인한 뒤 먼저 목책으로 향했다.


이제 그 주위에는 가끔씩 우는 부엉이나 귀뚜라미들 밖에 없었다.


사실 진우도 이 작전이 생각보다 효과가 있을 지는 확실치 못했다. 종사관이라는 직책인 그는 대체로 공성전이나 정찰전을 자주 해봤지, 기습, 특히나 단독 야습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아렌델에서는 자기만 믿으라며 호기롭게 나섰지만, 만약에 자신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면 이렇게까지는 용기를 못 냈으리라. 다행히 달까지 밝아 시야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했다.

'그냥 몇 명 잡을 생각으로 가자.'

진우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 정찰 할 때 하던 것처럼 조용히 발을 뗐다.


///


진우는 바위 위에 올라가자 부대의 중간이 보여 다시 한 번 더 화살 수를 확인했다. 장전이 아닌 편전이다보니 장전의 거의 두 배는 넘는 양을 화살통에 담을 수 있었지만, 그래 봤자 30발 정도가 최대한 구겨 넣은 것이었고, 상대는 300명이 넘는 수였다. 그리고 부대 뒷쪽에서 이미 몇 명을 없애서 그런지, 다른 함정 때문에 느렸던 그들의 이동 속도는 아까보다 빨라졌다. 아무래도 앞에 있는 평야지대에서 대기하면서 그의 위치를 확인 하려는 것 같았다. 진우는 그 속도에 겨우 뒤따라가며 더 맞췄지만, 역시나 힘에 부쳐 잠시 멈춰 숨을 헐떡였다. 그러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가 생각해 낸 최고의 함정 중 중 하나였다. 그는 나무 위에 재빨리 올라간 뒤, 활시위를 당겨 빈 곳을 향해 쐈다.


“깨갱!”


곧바로 그 빈 곳에 수 많은 빨간색 눈들이 보이고, 자신들을 쏜 사람을 찾으러 나왔지만, 그는 이미 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다. 진우는 다시 멀리 있는 나무 위의 가지에 묶인 줄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날린 화살들은 가죽자루들을 추 마냥 떨어트리다가 자루를 묶었던 줄이 풀려 길에 쏟아졌는데, 그것들은 엄청난 양의 고기와 피였다. 그러자, 늑대 무리는 한동안 그런 호사는 못봤는지 눈이 돌아가 길을 쳐다봤고, 바로 방향을 틀어 피냄새가 나는 곳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진 피와 고기에 적 병사들은 당황해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다가 냄새를 맡더니 괜한 것에 놀란 듯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소랑 돼지 피 아니야! 심지어 이 고기는 뭔데?”

“이게 어디서 떨어진 거지?”

그러나, 그들이 더 불평하고 닦아 내기도 전에 그들은 자신들 옆 경사에서 몰려오는 회색 무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느…늑대다!!!!”


옆줄이 정렬 해 석궁을 장전 하기도 전에 늑대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 들었다.

그대로 중/후방분대는 곧바로 아비규환이 되어버렸고, 몇몇은 칼을 뽑고 공격을 했지만, 큰 늑대가 두세마리 달라붙으니 소용이 없었다.

그 앞의 분대들이 지원에 들어가기 위해 말을 돌렸지만, 좁은 길목이라 다 같이 돌아서서 도울 수도 없었을 뿐더러, 늑대들이 고기에 미쳐 사람을 뜯는 모습이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니, 아무리 군인이어도 공포를 집어먹을 수 밖에 없었다.

진우는 나무에서 내려오며 고전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나무에 내려옴과 동시에 앞으로 달려갔다.

거기에서 익히 들었던 아이드나의 옷차림과 생김새가 달빛에 비쳐 보였다. 그는 곧바로 활시위를 조용히 당겼다.


“뭐야?”

“늑대들이 갑자기 내려와 습격했습니다!”

“늑대들이?”


의아해 하던 아이드나는 뒤에서 난리통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날아오는 화살을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며 피했지만, 화살은 그녀의 왼팔을 스쳤다. 그녀는 화살의 진원지를 찾으려고 주변을 돌아봤고, 그 사이에 다른 한 발이 그녀가 타고 있던 말의 눈을 정확히 맞춰 꿰뚫었다.

대장의 말이 넘어가자, 주변의 부관들은 화들짝 놀래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말에서 내렸지만, 아이드나는,

“신경끄고 늑대들한테 석궁이나 한 발 더 쏴!”

라고 한 뒤 거기서 조금 앞으로 달려가 자신의 활시위를 당겼다. 순간 말에서 떨어지고 활까지 맞을 뻔 해 심장은 빨리 뛰었지만, 그것을 참으려고 잠시 숨을 참고 예상되는 지점을 응시했다. 그녀도 저 암살자가 저들이 아닌 자신만을 노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넌 지금 분명히 날 보고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어서 빨리 이 미간을 노리라고.’


순간 약하게 활시위를 놓는 소리가 나서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살짝 꺾었지만 그녀의 왼쪽 관자놀이에는 화살이 스쳐 지나간 상처가 남았다.

진우는 그것을 보고 입을 벌리며 놀랐다. 분명 정확히 이마를 노렸는데 피한 저 반응속도는 말 그대로 화살이 오는 것을 보고 피한 것이 아닌 미리 알고 피한 정도의 신기(神氣) 였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그가 조금만 더 옆으로 쐈다면 그대로 맞았을텐데, 그것을 자신의 본능과 경험을 믿고 도박을 건것이다.


‘미치겠네, 이걸 저렇게 피한다고?’


하지만 그 역시도 더 생각하기도 전에 화살이 바로 옆에 꽂혔고, 거의 바로 십수 개의 화살 세례에 나무 뒤에서 몸을 피했다. 땅바닥에 박힌 화살을 보며 귀를 기울이던 진우는 그들이 석궁을 장전 중인 것을 알아 차리고, 다시 활시위를 당기며 나무 옆으로 빠져 나왔다. 이번에는 그녀의 심장을 노리며 쐈고, 그녀가 넘어가는 것과 주변 병사들이 소리지르는 것을 보고 먼저 평야 쪽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여자의 실력이 걱정스러웠다.


눈이 돌아간 아렌델 숲 늑대들을 바로 물리칠 수는 없었는지, 부대는 늑대들을 다 죽이지도 못하고 적당히 치료할 수 있는 사람들과 아이드나를 태운 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석궁을 쏘는 적들을 본 진우는 숨을 좀 고른 뒤 바로 뒤따라 가기 시작했다.


///


“XX, XX, XX!!!!”


분노에 찬 아이드나의 목소리가 평야 전체를 울렸다. 부관이 남은 생존자들을 세고 있는 사이, 그녀는 지금 자신을 이렇게 만든 놈이 활을 쏘기라도 하면 바로 역으로 쏘겠다는 사나운 눈빛으로 주위 나무를 돌아보고 있었다. 뼈는 맞지 않아 지혈로 끝났지만, 왼쪽 팔에 힘을 조금만 더 세게 줘도 그 상처의 고통은 아직은 심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병사들의 피해였다.


“그래서 지금 몇 명이야?”

“총 인원 324명 중 사망 21명, 부상 53명으로 총 303명입니다. 부상 대부분이 늑대들에게 당한 것입니다.”

“부상자들 상태는?”

“32명은 중상이어서 회복하기에 몇 달이 걸릴 예정이라 불가능하지만, 나머지는 경상이어서 내일 바로 참전할 수 있습니다.”

아이드나는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상대는 한 명이었다. 단 한 명.

그런데 그 새끼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가지고 있던 병사의 10분의 1 가까이를 잃은 것이다.


진우는 세고 있는 그들을 나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잎으로 바람을 잠시 보더니, 다시 활 시위를 당겼다. 슬슬 게일이 와서 자신을 데려와야 했다. 화살통에 화살은 지금 쏘면 딱 10발 밖에 안남았고, 특히나 이 지형은 활을 한 번 쏘면 진원지를 알기가 쉬워, 여기서 들키게 되면 골치가 더 아파질 것이다. 잠시 기다리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자, 그는 오히려 반대 방향을 향해 쐈다. 어차피 기만용이었거 때문에 여기서 누가 맞든 상관이 없었다. 화살은 처음에는 쏜 방향으로 날다가 바람에 이끌려 위로 꺾이면서 그대로 바람을 타고 갔다.


“알겠나? 여기서 더 흐트러지면 안된ㄷ!”


부관이 명령을 내리다가 인중에 화살을 맞아 그대로 고꾸라지자, 병사들은 수 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석궁에 화살을 끼며 주변을 돌아봤고, 아이드나 역시 눈이 커지다가 분노로 이글거리며 찾다가, 조금은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눈을 감고 숨을 약하게 쉬었다. 바람의 방향을 살핀 그녀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바람 방향으로 화살을 날렸다. 그것은 바람을 타고 날더니 진우의 옆구리에 정확히 꽂혔고, 진우는 생각을 안하다가 갑작스러운 고통에 아주 작게 '억!'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동으로 부스럭 소리와 함께 덤불을 아까보다 심하게 밟아 버렸다.


“들었지? 저 곳을 향해 쏴!”


그러자, 석궁수들은 바로 활을 쐈고, 아이드나는 바로 한 분대만 이끌고 그 방향으로 달려갔다. 진우는 옆구리에 맞은 화살을 뽑고 달아나려고 했지만 포기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드나는 그 소리를 듣고 그 방향을 계속 바라보다가 활을 당기자, 다른 병사들도 석궁을 그 방향으로 들이댔다. 화살들이 날라가 진우의 등과 다리에 맞았고, 그는 그대로 고꾸라져 버렸다. 옆으로 뒤돌아보니 그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는데, 특히나 아이드나의 얼굴에는 찾았다는 환희의 광기가 달빛에 비쳐 더 공포스러웠다. 그 얼굴은 본 진우의 머릿속은,


‘와 XX 잠깐만’

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생각도 잠시, 아이드나는 겨우 일어나려 했던 진우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병사들은 아이드나가 그의 목을 들어올리자, 아이드나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를 했고, 그의 몸뚱아리는 냅둔 채 목만 가져가려 했다.


그 때,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고, 아이드나와 부대는 눈도 뜨지 못하다가 얼마 가지 않아 바람은 멈췄고, 그들이 다시 봤을 때는 목과 시체는 이미 게일을 타고 사라져 있었다. 아이드나는 그 자리와 자신의 손을 번갈아 봤고, 그녀의 몸은 분노를 참지 못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아이드나는 있는 힘껏 소리질렀고, 재정비 후 숲을 거의 나와 출구 근처에 막사를 치기 시작 했다.


///


진우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자신의 방에 와 있었다.


‘이제 정말 겪을 건 다 겪었네.’


진우는 목을 양손으로 비벼봤지만, 누구도 그의 목이 한 번 날라갔을 거라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이 붙어 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뒤에 박혀있는 화살들의 통증을 느꼈다. 게일은 진우를 그의 방에 내려다 주고 그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겨우 절뚝거리며 의자에 걸터 앉으려다 문밖으로 얼굴만 내민 채 복도에 돌아다니는 시종을 불러 따뜻한 물과 대야를 달라고 했다. 그는 안나의 위치 역시 물어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종은 갑자기 성 안에서 튀어나온 그를 보자 화들짝 놀랐지만, 그래도 말을 따라 알겠다고 한 뒤 곧바로 갖다 줬다. 그가 화살들을 뽑고 지혈을 하려고 했지만, 상처는 아물어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더럽게 아픈 것 빼고는 이런 상황에서는 몸이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네.’


진우는 너무 화살 수가 많으면 이상하게 보일까 봐 한 두 개를 빼고는 창문 밖에 던져버렸다. 그 때, 크리스토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웃으며 맞이하는 진우를 보고 같이 미소 지었으나, 바닥에 나뒹둘고 있는 피 묻은 화살을 보고 기겁했다.


“뭐야 이게?”

“아, 마침 잘 왔다. 뒤에 있는 이것 좀 뽑아줘라.”

그러면서 그는 맞았던 부위를 보여줬는데, 팔이 애매하게 안 닿는 부위 하나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기겁하는 표정과 함께 그걸 뽑아주고 지혈을 도와줬다. 별로 티가 안나는 것을 보고 크리스토프는 안심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여기 맞았는데 괜찮아?”

“생각보다는? 그래도 아프기는 하네.”

“그래? 심하게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정말로 크리스토프가 이런데에 무뎌서 다행이었다.


“안나는?”

“지금 목책에 가기 위해 준비 중이야. 아마 한시간 이내로 갈 것 같아. 그래서 게일한테 들었을 때 내가 대신 온거고.”

“그래도 빠르네.”

“그 쪽은 어땠어?”


진우는 자신이 겪은 것을 얘기해 줬고, 크리스토프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진우를 바라봤다.

진우가 무인이라고 들어오기는 했어도, 정말로 이 정도로 싸울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했다.


“그러면 지금 거의 6분의 1은 상태 불능이라는 거지?

“사망을 포함하면 응. 아마 2차 개방 때까지는 오지 못할거야.”

“수고했어. 지금은 우리한테는 그거라도 크지.”


진우는 크리스토프를 빤히 바라보며 잠시 생각을 했다. 아이드나의 칼솜씨를 보지 못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정도 활 솜씨면 검도 상당히 출중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과거 옐레이나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녀가 안나를 노리는 것은 자명했다.


“그리고, 거기서 대장인 아이드나를 조심하라고 안나에게 전해줘.”

“어? 왜? 실력이 괜찮아?”

“괜찮은 정도가 아니야. 전투 감각도 좋은데, 노덜드라인 특유의 본능 때문에 맞붙는다면 안나도 고전할 수 있어.”

크리스토프는 그 말에 얼굴이 어두어졌다.

“사실 제일 좋은 거는 그냥 협공으로 밀어 붙이던지 아니면 그 전에 포로 쏴 죽이던지 하는게 나을거 같더라.”

“…그래.”

크리스토프는 그렇게 진우에게 정보를 듣고 합류하려 방을 나갔다. 진우는 같은 옷을 새 것으로 바꾸고 엘사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여전히 누워 있었고, 올라프는 불안하다는 듯 계속 왔다갔다 거렸다.

“어? 진우야! 언제 왔어?”

“방금. 엘사는?”

올라프는 슬프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기미가 안보여. 아무래도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진우는 그녀의 손등 위에 손을 살짝 올리고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조금 쉬고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싸움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한 손을 잡고 기도하듯 두손을 이마에 살짝 댄 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라프, 엘사가 일어나면 일지를 보여줄 수 있지?”

올라프는 대답 대신 오른 가지로 경례 자세를 취했고, 진우는 웃으며 마지막으로 성 입구의 방벽을 보러 다시 방으로 나갔다.

사람도 없이 황량하게 서있는 벽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내일이 생각나며 한숨이 나왔다.


최고로 밝은 달 아래 맞이하는 최고로 어두운 밤이었다.


------------------------------------

1

이제 본편도 슬슬 다 해가네요!

뜬금없지만 이렇게 긴 장편 회차가 나올때마다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많은 힘을 얻어요ㅠㅠㅠㅠ


잘 부탁드려요!


p.s. 전쟁씬 너무 어려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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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3: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078871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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