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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문학]녹아버린 심장4-2

안나병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18 23: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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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은 1.2.3 편의 또 다른 결말이야.
원래 본 결말을 생각하고 제목을 짓고, 글을 시작했어.
언제나 봐줘서 고마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나는 짚이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 각료 회의에서 유난히 표정이 좋지 않은 몇몇 대신이 있었고 그들의 보고서와 회의 안건 제출 사항이 매우 저조했다. 물론 관심사에 따라 항상 의견서 내용이 풍부할 순 없다. 하지만 확실히 몇몇 무리들이 아렌델 궁을 향한 불만의 눈초리를 느낄 수 있었다. 몇 번이나 크리스토프를 찾으러 궁을 비웠던 중에도 미행이 여러 번 붙었다. 분명, 반대 세력이다. 의심만 해 왔던 사항은 크리스토프가 궁을 떠남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을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안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크리스토프에게 어떤 말을 했을지 알고도 남음이 있어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용서할 수 없었다.


“카이, 겔다. 이제 솔직하게 말해봐.”
여왕의 무거운 말투에 상당히 긴장하고 있던 시종장 카이와 시녀장 겔다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표정이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정확히 몇 명이 모의를 하고 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목격한 사항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카이는 매일 밤 성 밖에서 비밀 회의를 하던 일부 대신들, 그리고 성내 복도에서 나누던 짧은 대화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던 상황을 여왕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정확한 물증 없이 심증과 정황증거만 가지고 여왕에게 보고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의심 인물이 아렌델 궁 내 요직을 맡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카이는 누군가를 함부로 의심하거나 몰고 가는 성격이 아니다.
“크리스토프 경께서 궁을 떠나시는 모습을 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분명 전날 밤까지 헛간에 계시기에 그곳에서 주무시는 줄로만 알았지요.”
“두 사람을 질책하는 게 아니야.”
안나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의 손을 잡았다.
“오늘 이후로 보고 들은 내용을 빠짐없이 전달 해줘. 고마워. 그리고.”
“네, 폐하.”
“당장 매티어스 장군을 불러와.”
카이와 겔다를 내보낸 후 안나의 표정은 더 없이 서늘해졌다.


여왕 안나는 매티어스 장군과 정예 멤버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 내 지도 중 한 포인트를 짚었다. “여기. 바로 여기부터 작전을 시작해.”
“네, 여왕 폐하.”
“한 번에 갑니다.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죠.”
이글거리는 안나의 눈빛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안나는 이들이 자신을 죽이려 계획한 것보다 크리스토프를 궁에서 쫒아낸 것에 더 분노했다. 긴장감으로 가득한 회의실 내부는 밝았지만, 환한 표정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왕 시해와 국정 전복을 목표로 하는 대신들의 존재가 밝혀진 이상, 한 치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안나 여왕은 아렌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잘못된 과거를 바꾼 영웅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아렌델은 수몰된 아틀란티스나 다름없는 전설 속 도시가 됐을 것이다. 선왕 엘사 여왕의 일을 도우며 궁중 대소사 뿐 아니라 아렌델 전체 운영에 누구보다 옳은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적격자는 안나 여왕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녀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아렌델의 미래와 여왕의 안위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책과 서류가 산처럼 쌓인 방 한가운데서 안나는 잠시 넋을 놓고 서 있었다. 성을 떠나기 전 날까지 크리스토프가 채빙 서류를 처리하고 예비 국서 교육을 받았던 방이다. 그리 넓지 않은 방에 창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초저녁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냄새가 코 끝에 느껴지는 듯 하다. 마침 바람 한 줄기가 가장 위에 놓여 있던 서류 몇 장을 안나 쪽으로 날려 보낸다.
“...”
안나는 허리를 숙여 종이 몇 장을 집어 들었다.


​..궁중 얼음 소요 총량 외 동원된 이들을 위해 술과 밀가루, 약을 배급한다.
보관된 얼음은 아렌델 무료 의료기관, 환자들과 나이가 많은 아렌델 국민들에게 우선권을 주어 배급한다.
-왕국 공식 얼음 판매 배달 책임자, 크리스토프 비요르그먼. ​


누구보다도 안나를 위해 일했던 사람, 끊임없이 무조건적인 지지를 했던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 안나는 펜에 잉크를 찍어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갔을 크리스토프의 모습을 떠올리며 종이 위에 적혀 있는 사인을 어루만졌다. 그의 손길이 닿았을 종이에도, 그의 호흡이 머무는 것 같아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서 있었다. 


“안나.”
“..응, 언니.”
어느새 안나의 등 뒤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엘사는 그녀의 급한 게일 편지를 받고 방금 아렌델 성에 도착한 참이다. 엘사는 안나의 왼쪽 어깨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말없이 엘사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댄 안나의 어깨가 갑자기 떨리기 시작한다. 동생의 흐느낌을 보다 못한 엘사가 말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더욱 커진다.


스산한 바람과 함께 늦은 새벽, 크리스토프는 스벤과 함께 잠잘 곳을 찾고 있다. 채빙꾼들이 사용하는 숙소가 있지만, 거친 사람들이 워낙 많아 눈치보고 싶지 않았던 때문이다. 밤에도 희끗희끗하게 얇은 몸체를 가진 자작나무는 하늘 위로 길게 솟아 있다. 고개를 들어도 달빛이 잘 보이지 않는다.
“후..”
하얀 입김을 깊게 불어내던 크리스토프는 나무 기둥 사이에서 투명하고 익숙한 옷자락을 보았다. 엘사였다.
엘사는 밑둥만 남아있는 그루터기 위에, 크리스토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무 위에,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앉아 어색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의 옆에서 스벤은 주저앉아 눈을 감고 있다. 크리스토프는 엘사가 부담스러웠다. 오랜만에 만나서가 아니라 자신이 떠난 여자의 언니였기 때문이다. 한때는 가족이나 다름없이 허울 없는 사이였지만, 확실히 더 이상은 아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와서 자신을 만나려 하는지는 모르지만 크리스토프는 어서 빨리 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도 그를 여기에 끌어 앉힌 것은 엘사의 입을 통해 안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안나가 위험해요. 당신이 성을 떠난 이유와 비슷해요.”
크리스토프는 움찔했다.
“크리스토프.. 당신이 안나의 큰 힘이 될 거라 믿어요. 물론 마음 가는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겠죠..”
엘사는 은근히 다시 성에 돌아가 안나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중을 내보였다. 그렇게 죽고 못 살던 두 사람이, 특히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떠날 결정을 쉽게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미안해요, 크리스토프, 당신보다 안나를 더 걱정하는 내가 나쁘네요..’
그녀의 눈 앞에는 무너지듯 슬퍼하는 안나의 모습이 스쳐 지났다.
“..디데이가.. 언제라구요?”
“이틀 뒤, 자정이에요.”
마주보며 앉은 이후 처음으로,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빛났다.



채빙장에서 크리스토프는 평상시처럼 일을 마친 뒤, 일당을 정산 받았다. 그는 아렌델 성 진입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오늘 받은 돈으로 몇 가지 물품을 구입한 뒤, 스벤을 타고 산을 내려가 마을 쪽 피요르드를 마주했다. 그는 잠시 언덕 위에 멈춰서 숨을 골랐다. 바닷물의 짠 내, 어디선가 흘러오는 쎄한 꽃향기, 타다 만 장작 냄새... 얼마 전까지 만해도 너무나 익숙해서 굳이 느낄 필요가 없던 것들이 새로운 정보가 돼 쏟아졌다. 조금 감상에 젖은 그는 이제 냄새들을 하나하나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도... 크리스토프는 상념을 거두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게 스카프를 동여맨 그는 성곽 뒤쪽으로 돌아가 담을 넘었다. 스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도록 하고 혼자만 다녀올 요량이다. 가죽가방 안에 곡괭이와 도끼를 넣고 뒤 허리춤에는 언제나처럼 사미칼을 꽂았다. 성 벽을 타고 조심스럽게 올라가 안나의 방 근처에 당도했다. 어두웠지만 그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바로 문 하나만 열면 밝게 웃는 안나가 자신을 맞아줄 것만 같다. 문고리를 손으로 잡고, 돌려서 바깥쪽으로 여는 것은 아주 쉽고 간단한 일이다. 그는 한참 동안 안나의 방 문에 손을 댄 채 서 있었다. 문을 열려고 하지는 않았다.
‘내가 왔어요, 안나.’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목구멍 안쪽에서만 반복했다. 얕게 한숨을 쉬고 돌아서려는 그때, 칼을 빛내며 안나의 방으로 다가오는 군인 몇 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들에게 몸을 돌렸다. 몸을 낮추고 조금 걷는 듯 하다, 이내 빠른 속도로 달려가 그들을 덮쳤다.


“이제 가죠.”
안나여왕과 매티어스는 잠복팀에게 눈짓을 보냈다. 도서관 문이 열리고, 아래층에서 위를 향하던 적들과 맞붙었다. 아렌델 군사 복장을 입고 변장한 상태로 몰려온 그들은 매티어스 장군의 예측대로였다. 안나여왕은 잠복팀에게 미리 아군만 알아볼 수 있는 피아식별띠를 부착하도록 지시했다. 어두웠지만, 체계적인 사전 전술 지시는 매티어스가 이끄는 부대원들의 전략이행에 적격이었다. 그들은 용기 있게 앞서 나갔고, 위로 올라오려는 적들을 하나씩 처치해 나갔다. 한 번에 도서관 위쪽으로 올라와 기선을 제압하려던 변장 군인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도서관과 안나의 방 사이에서 매복하던 군인들을 모두 처리한 크리스토프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몸을 숨긴 채 안나와 매티어스 장군의 활약을 목격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몰려오고 있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힘을 보탤까 생각했지만, 이미 기세는 안나 쪽이 압도적이었다. 매티어스 장군과 그를 따르는 휘하들은 계속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진군했고 상대는 어둠속에서 우왕좌왕할 뿐이다. 크리스토프의 눈은 연신 안나의 몸짓에 머물렀다. 긴 칼을 빼 들고 앞장 서서 싸움에 임하는 그녀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찡그리는 표정, 안도하는 표정, 걱정하는 표정, 살짝 미소를 짓는 표정... 하지만 그 모습을 한 안나 옆에 더 이상 크리스토프는 없었다. 그는 홀린 듯 그녀를 정신없이 지켜봤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자신이 여기 왔다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고 싶었다. 커다란 장식물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크리스토프는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안나를 보았다. 손을 들어 그녀를 향해 뻗었을 때, 그의 손을 스치는 망토가 이미 저 멀리 향하고 있다. 부드러운 벨벳 망토의 촉감과, 안나의 향기가 훅 하고 지난다.
“아래층에 있는 놈들은 거의 다 처리했습니다, 폐하.”
“좋아요.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숨어 있는 놈들이 없는지 샅샅히 뒤져요.”
안나는 칼에 뭍은 피를 털어 칼집에 집어 넣었다. 윗층으로 올라왔을 때, 누군가 이미 다녀간 듯한 흔적을 보고, 크리스토프의 방문을 직감했다.
‘정말 바보 같아.’
정말 그랬다. 이렇게 안나의 일이라고 득달같이 찾아와 존재감을 뽐낼 바에야, 숨어들어오지 말 것이지. 떠나지 말 것이지.
‘내 앞에, 당당히 나타날 것이지.’
안나는 어두운 복도 한 가운데 서서 멈춰 있었다. 혹시나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 잠깐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다가와주지 않을까 싶어서. 크리스토프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모두 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기척을 내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 자신은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른 아침, 아렌델 궁 밖 광장에서는 처형식이 있었다. 여왕 암살을 시도한 대신 3명의 피가 아렌델 광장에 흩뿌려졌다. 여왕 안나는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나머지 가족들의 국외 추방을 명령했다. 국왕으로서 그녀의 카리스마가 온 아렌델과 주변국에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크리스토프는 그런 과정을 모두 지켜보다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에게는 안나의 안전 이외에 더 큰 관심사는 전혀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트롤 계곡을 찾은 크리스토프는 많이 변해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대충 눌러쓴 모자. 그는, 거의 완전히 야생에 동화된 것 같았다.
“2년 만이네, 크리스토프.”
“네, 패비 할아버지, 너무 뜸했죠?”
패비는 영혼을 잃은 것 같은 크리스토프의 눈빛이 영 신경 쓰였다. 무뚝뚝하지만 다정다감했던 크리스토프의 모습을, 트롤들은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다.
“안나 여왕님이 몇 번 찾아오셨어.”
애써 시선을 피하는 크리스토프의 모습을 본 불다는 마음이 아팠다.
“크리스토프, 만나러 가보지 그래.”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 말 하지 마세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야?”
크리스토프는 등을 돌린 채 낮게 대답했다.
“이게 최선이에요.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이 세상에 제가 가질 수 있는 건 없어요.’
들릴 리 없는 낮고 작은 목소리로, 크리스토프는 소리 내 말했다. 


그가 궁을 나온 이후, 트롤 계곡에 오면 습관처럼 혼자 머무는 공간이 있었다. 크리스토프와 안나가 이곳을 찾아올 때면 항상 불을 피워놓고 머물던 곳이다. 그때마다 그는 돌 위에 앉아 한참 동안 뭔가를 생각하다가 조각을 했다. 여름이면 나무로, 겨울이면 얼음으로. 매번 방문해 만들어 주위에 세워 놓은 것이 이제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수많은 조각상에 대해, 크리스토프는 그저 소녀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모든 트롤들은 여왕 안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그가 만났던 매 순간순간의 안나를 그녀와 함께 있었던 공간에 가득 채웠다. 발 디딜 틈 없이 크고 작은 형상으로 소녀조각상 언덕이 빼곡하게 가득 찼다. 그럴수록 크리스토프의 마음은 더욱 공허해졌다.


크리스토프는 몇 번이고 편지를 썼다.


​안나, 잘 있나요? 나는, 잘 있어요,
우리 함께 했던 시간이 자꾸 떠올라요. 혼자 있는 동안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요.
내가 한 행동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아직도 헛갈려요.
나는 아파도 되지만, 당신은 안돼요. ​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우악스럽게 잡아 구겨버렸다.
크리스토프의 가슴 속 안나에 대한 사랑은 상처로 남았다.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아름다웠던 안나는 언제나 눈 앞에 선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다. 크리스토프는 그녀를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된 후 극단적으로 사람과의 마주침을 회피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아.’
수없이 되뇌이며 그는 눈을 꼭 감았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아릿했다. 괜히 옷을 잡아 뜯었다. 괴로운 마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게 나야, 무능하고 비열하고.’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든데. 크리스토프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류트 연주도 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서 아름다운 노랫가락과 선율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무도 날 원하지 않으니까. 내가 버리는 거야.’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비참해졌다.


안나는 크리스토프의 얼어붙은 심장을 따스하게 녹였다. 하지만 지금은, 따뜻하게 피가 돌던 심장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매일 아침 그녀와 함께 할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침을 열던 그것은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다.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다.


변하지 않았지만, 변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
크리스토프는 다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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