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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장편문학]소년은 자란다_04_05_ebook버전

안나병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3 21: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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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1 이전 18살 크리스토프 서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소년은 자란다 프롤로그

소년은 자란다 01

소년은 자란다 02편

소년은 자란다 0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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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란다


4.


“볼일이 있다구요? 저한테요?”

아까부터 무게를 잡고 있던 북부 지역 길드장이 크리스토프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크리스토프는 채빙 길드에서도 꽤 간부급인 그가 말을 걸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카우토케이노에서도 잠시 스쳐 지났을 뿐이다. 크리스토프는 다시 중부 지역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그의 얼굴이 보여 사람을 잘 못 본 줄 착각했다.

그는 도구를 챙겨 넣으면서 스벤과 눈빛을 교환했다. 크고 말간 스벤의 눈동자가 도록도록 구른다.

“잠깐만요.”

크리스토프는 스벤의 마구에 밧줄로 묶여 있는 썰매 연결고리를 풀었다. 매인 것 없이 한껏 몸이 자유로워진 스벤이 푸르르, 얼굴과 상체를 턴다. 미소 지은 크리스토프는 그런 순록의 목덜미에 팔 한 쪽을 올리고 힘차게 문질렀다.

아무 말 없는 길드장을 따라, 스벤과 함께 크리스토프가 도착한 곳은 채빙 길드 롯지 가장 끝 방 문 앞이었다. 각 지역 길드장과 팀장, 반장들이 채빙 진행 방향을 논의하거나 회의하는 곳이다.

“스벤,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크리스토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벤은 알겠다는 듯 짧게 울고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부에서 얼음 장수를 하거나 이곳 롯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크리스토프와 스벤의 유대감을 잘 알고 있어 익숙한 장면이지만 북부 지역 길드장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연신 둘의 모습을 신기하게 관찰했다.

여럿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묵직하게 새어 나오는 문은 곧 바깥으로 활짝 열렸다. 십여 명의 늙수그레한 남자들의 시선이 크리스토프를 향한다.

“어? 반장님?”

의외의 얼굴을 발견한 크리스토프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뭐 어디 방에서 벌레라도 나왔나 보죠?”

언제나처럼 농을 건넸지만, 지금 요한의 얼굴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그제서야 분위기를 잘못 살폈다고 생각한 크리스토프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어깨를 으쓱했다. 북부 지역 길드장은 그에게 의자를 하나 내밀었고, 자신은 반장과 함께 모여 있는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갔다.

‘카우토케이노의 지방 보안관, 그리고 팀장들?’`

지난번 카우토케이노에서 크리스토프를 조사했던 보안관이 이곳에 와 앉아 있다. 최근 중부지역 채빙 길드에 방문해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길드원들을 조사하고 있다. 그도 그렇지만 채빙 길드 간부들과 보안관이라니. 채빙장에서 무슨 사고라도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보던 크리스토프의 생각을 요한 반장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방해했다.

“크리스토프, 지난번 카우토케이노 지역 채빙 업무 지원 갔었을 때 기억나지?”

“네, 이나리 호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거기서.”

눈빛이 조금 흔들리던 요한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동석자들과 시선을 주고 받았다.

“거기서 얼음 저장소를 발견했다고 들었는데.”

“어.. 네, 봤죠.”

평소와 전혀 다른 표정의 요한과 눈을 마주치던 크리스토프는 뭔가 이상한 기색을 느꼈다. 자신이 대답을 함과 동시에 방 안에 있는 모든 눈동자가 일제히 자신을 향한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너 말고 또 누가 알지?”

아드리안. 크리스토프는 대답하기 전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뭔가 이상해..’

무슨 상황인지 전혀 파악하기가 어려워 주저하는 그에게, 요한의 목소리가 순간 부드럽게 변한다.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 크리스토프. 그저 확인하는 절차야.”

‘그렇겠지, 저건 전형적인 유도신문이야.’

자신도 모르게 요한을 의심하고 있던 크리스토프는 자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잘못된 대답은 하고 싶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옆에 있는 사람이 위험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 때문에 아드리안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 돼.‘

“저 뿐이에요.”

잘못한 것이 없으니 괜히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크리스토프는 힘주어 말했다.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늘 얘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마. 나가 봐.”

또다시 싸늘하게 변한 그의 눈빛에 약간 당황한 크리스토프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상황인거야, 이거.’

크리스토프가 문을 밀고 나가는 순간까지, 요한은 아무 말도 없었다.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책상 위 가득한 서류 뭉텅이를 들고 후루룩 넘겨 보던 요한은 종이를 모아 옆으로 밀어 뒀다. 손톱 끝으로 책상을 톡톡 연달아 친다. 앞에 앉아 있던 북부지역 길드장과 중부지역 팀장들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저 녀석이 카우토케이노의 얼음 저장소를 봤어요. 아렌델 당국에 걸리면 우린 끝장이에요.”

“아무런 액션도 취하고 있지 않은 속셈이 뭐지.”

“요한, 당신 주류 판매 사업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 맞지?”

그들은 밀고와 투자금 손실을 두려워 하고 있었다.

“저 친구... 어떤가요?”

장내가 숙연하다. 요한은 한껏 여유를 부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믿을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불쌍한 놈이지. 아마 당장 죽는다 해도 아무도 신경 안 쓸거야. 고아라서 가족이 없으니까 나에게만 의지하는 게 좋긴 하지. 부려먹기가 편하다고.”

요한 반장은 능글맞게 웃었다.

“어차피, 문제가 생기면 잘라 버리면 그만이고.”

그의 흰 자가 유난히 번들거린다.

“알아서 입 다물게 될 거야.”


밖으로 나와 썰매를 정비 하려던 크리스토프는 낯선 얼음들과 마주했다. 그가 채빙한 적 없는 얼음이 썰매에 가득 실려 있다. 얼음 모서리는 사정없이 깎여나가 있고, 여러 군데 금이 갔다. 흙 투성이에 지저분한 상태로, 상품 가치가 없는 물품이다.

“이건 대체...”

누군가 일부러 손상시킨 상품을 실어놓은 것이 분명했다. 딴 건 몰라도, 열심히 채빙했을 얼음에 이런 식으로 손을 댔다는 사실이 크리스토프를 화나게 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실려 있는 물건들의 출처다. 얼음 횡령으로 몰릴 수도 있다. 고민하던 그의 옆으로, 어느새 아드리안이 다가와 그를 지켜본다.

“어, 아드리안.”

“뭐야, 그 얼음들은? 배달은 다 끝나지 않았어?”

“으...음, 그게.”

능글맞게 빙글거리는 아드리안이 크리스토프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

“뭐야.. 나보고 조심하라더니. 너는 아주 당당하네?”

“이거 내 얼음이 아니야.”

정색하며 대답하는 크리스토프 뒷 편으로 타 팀 채빙꾼들이 문을 열고 나와 그들의 모습을 본다. 다들 이상한 상태의 얼음과 썰매의 주인인 크리스토프를 번갈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대조하기 시작한다.


“이거 제 꺼 아니에요!”

“썰매는 네 소유잖아.”

“그건 맞지만... 누군가 일부러 제 썰매에다가 저런 얼음을 잔뜩 실어놓은 게 분명하다구요!”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다는 거야?

중부 지역 길드장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냉담한 태도에 크리스토프는 그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아...아니, 생각해 보세요! 제가 왜 저런 얼음을 횡령, 아니, 훔치겠어요?”

서류에 글씨를 잔뜩 적어 넣던 길드장은 펜을 내려 놓으며 크리스토프와 눈을 맞췄다.

“지난번 카우토케이노에서 사람을 때렸지? 갚을 합의금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이것과 아무 상관없어요! 왜 절 못 믿으시는 거죠? 전 여기서 10년을 일했는데요!”

크리스토프는 필사적으로 발악하듯 외쳤다.

“정식으로 승격 된지는 1년이 채 안됐잖아! 그렇게 억울하면 널 변호해줄 사람을 데려와. 그게 아닌 이상 나도 어쩔 수 없어.”

여전히 매정하고 쌀쌀한 답이 돌아온다.

“저는 방금 전까지 북부 지역 길드장님과 요한 반장님하고 있었다니까요.”

크리스토프는 억울한 표정으로 길드장을 쳐다보았다.

“입 다물어. 현장을 들켰잖아. 더 이상 할 말 있어?”

길드장이 소리를 질렀다. 뜨악한 표정으로 멈칫한 크리스토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으레 하던 대로 중부지역 채빙 길드원 목록과 당일 업무 배정 위치를 확인했을 때, 크리스토프의 이름은 없었다. 그는 중북부 지역, 아렌델까지 왕복 이동 거리가 멀고, 형편없이 작은 지역 담당 보조로 역할이 변경돼 있었다. 길드 소속 1-2년차가 일을 막 시작하는 곳이다.



5.


강등된 중북부 지역으로 썰매를 몰고 가는 크리스토프의 표정은 세상이 꺼진 듯 침울했다.

‘되는 일이 없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다른 채빙꾼들이 얼음을 빼돌려 판매를 할 때에도 크리스토프만은 그러지 않았다. 양심을 지켜온 결과는 누군가의 모략으로 있었던 곳을 떠나야 하는 현실이다.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소용없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스벤과 단둘이만 시간을 보냈으니 그의 행적을 대변해줄 사람도 없고, 팀장들과 이야기를 나눈 사이 벌어진 일이라 토로할 곳도 마땅치 않다. 그나마 요한 반장에게 문제를 얘기했지만, 도와줄 수 없어 아쉽다는 대답뿐이다.

‘으흐...어쩔 수 없지.’

크리스토프는 답답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읽은 스벤은 가끔 뒤를 돌아보며 몇 번 울었다. 어젯밤, 억울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크리스토프의 등을 발굽으로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위로해 주었다.

“야, 크리스토프, 아직 멀었어?”

눈치 없는 아드리안은 썰매 뒤쪽에 편안히 누워있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천하 태평인 아드리안이 얄미운 크리스토프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 녀석도 그동안 빼돌린 걸 들켰나. 도움이 안 되네.’

“너 지금 내가 얼음 내다 팔아서 같이 가는 거라고 비웃고 있지?”

속 마음을 들킨 크리스토프는 흠칫 놀랐다.

머리에 깍지를 끼고 누워 다리를 흔들거리던 아드리안은 여유롭게 웃었다.

“난 그래도 너만큼 그렇게 많이 훔치진 않았어.- 크크큭.”

“나 아무 말 안했다- 썰매 얻어 타는 거면 조용히 있어.”

착 가라앉은 크리스토프의 목소리에도 아드리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빈정대며 킥킥대는 소리가 그의 신경을 건드린다.


새롭게 도착한 중북부 지역 롯지 숙소는 엉망이었다. 현장 안전 매뉴얼과 투입 인력 리스트를 비롯해 채빙 도구나 썰매, 창고가 전혀 정리돼 있지 않았다. 제대로 작업을 운영하지 않았는지 먼지가 쌓여 있다. 크리스토프를 지역 담당 보조라고 명명하기는 했지만 이름 뿐인 것이 분명하다. 한 켠에는 셔츠가 터질 것 같이 배가 나온 남자가 모자로 얼굴을 덮고 깊은 수면에 빠져 있다.

“어.... 이거 뭐지.”

당황한 것은 아드리안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채빙 숙소 맞긴 한 거지?”

“잠깐 여기 위치 맞나 주소 확인 좀...하고 올게. 헤헤.”

아드리안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려다 크리스토프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어딜 가려고?”

크리스토프는 날카로운 눈으로 아드리안을 노려보았다.


두 사람은 몇 주 동안 밤새도록, 도착한 얼음 채취 지역 롯지의 창고와 기자재를 정리해야 했다. 스벤도 썰매에 짐을 잔뜩 싣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크리스토프를 도와 숙소 주변을 오갔다. 아드리안에게는 신기한 상호작용이었지만, 며칠이 지나자 곧 익숙해졌다. 매일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 되어서야,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일을 마무리 하자마자 크리스토프는 스벤에게 줄 당근을 제일 먼저 챙겼다.


“아드리안, 너 거기서 잠 잘 건 아니지?”

헛간 문 밖에서 크리스토프가 스벤에게 당근을 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아드리안은 갑작스레 자신에게 건네지는 대화의 방향에 깜짝 놀랐다.

“어? 응. 물론이지. 아까 갑자기 사라져서 와 봤어.”

내심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아드리안의 자연스럽지 못한 태도는 크리스토프를 웃음 짓게 했다.

“아까부터 계속 그렇게 서 있기에 자리 깐 줄 알았지. 흐흐. 뭐 용건이라도 있어?”

“그런 거 아닌데.”

“그럼, 잘 자. 내일 보자구.”

시작하자마자 끝난 대화에, 다소 민망함을 느낌 아드리안은 황급히 헛간 문을 닫았다. 노란 랜턴 빛이 새 나오는 문 틈으로 크리스토프와 스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벤)쟤, 네가 정신 나간 줄 아나 봐.”

“아니야, 스벤, 나름 괜찮은 녀석이야. 다 이해할 거라구.”


크리스토프는 하루 종일 무거운 썰매를 끄느라고 고생한 스벤과 한참동안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난 다음에야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헛간에서 잠이 들었다. 아드리안은 크리스토프와 스벤의 관계를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쯤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매일 밤 순록에게 류트 연주로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이나 순록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은, 일반인 상식선에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었으니까.

매일 아침이 되면, 얼음톱, 얼음 집게, 얼음 포크와 갈고리, 대형 곡괭이 수량 체크, 분류, 길드원용 썰매 수리, 도르래 보수, 작업복 세탁이 이어졌다. 크리스토프가 아주 어렸을 때, 얼음 장수들을 따라다니며 보조했던 초보적인 일부터 도구 수리까지. 채빙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모든 일이 서툰 아드리안은 말 그대로 크리스토프의 조수 역할로 일을 시작했다.


아드리안은 아침7시부터 점심시간이 되도록 지붕 수리에 매진했다. 서툰 망치질에 손가락을 찧기도 여러 번, 이제 나름대로 요령이 생겼다. 완성된 작업이 자랑스러웠던 그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크리스토프의 위치를 확인하고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크리스토프! 이봐, 이봐!”

“나 바뻐-.”

크리스토프는 아드리안에게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는 얼음 운반용 썰매 수리에 한창 집중하고 있다.

“자, 크리스토프, 여길 보라구! 어때?”

얼음 수레 바퀴를 손보고 있던 크리스토프가 지붕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뭔가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린다.

우지끈.

방금 아드리안이 고쳤던 천정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어... 좋아. 지붕이 무너지고 있네.”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아니, 저게 왜.. 아니야, 저 부분만 고치면 될거야!”

우당탕. 나머지 자재가 엄청난 먼지와 함께 쏟아져 내린다.

당황하는 아드리안을 슬쩍 비껴보던 크리스토프는 자신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뚜껑 없는 롯지라니, 정말 최곤데.”

다시 바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나사를 고정시키는데 힘을 쓰는 크리스토프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저거 고치는데 얼마나 걸렸지?”

“지금 시간이 12시니까..5시간?”

“앞으로 딱 5시간 더 일하면 되겠네, 기운 내!”

망치를 머리 위에 들고 환호성을 보내는 크리스토프를 뒤로 한 아드리안은 약이 올랐지만 다시 지붕으로 향하는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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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는 술 취한 얼음 장수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난동을 부렸고, 이 때문에 애써 정리해 놓은 도구들이 어질러지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두 사람은 진땀을 뺐다. 여기는 그야말로 채빙 길드 얼음 장수들의 귀양 장소였다.

“너.. 진짜 일을 잘하네. 그 정도면 길드 나가서 개인 사업자로 일하지 그래?”

“아직은... 아니야. 할 게 많아. 돈도 벌어야 하고.”

조금만 더 하면, 새 썰매를 살 수 있어. 크리스토프는 얼음 수송용 썰매를 부분 수리 한 후, 락커칠을 하면서 힘겹게 대답했다. 로프를 둘둘 말아 한 켠에 쌓아 놓고 허리를 펴던 아드리안은 크리스토프의 연성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10년 짬이 장난 아니구나, 너.”

“너도 계속 하려면 잘 배워 둬.”

벌개진 얼굴로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썰매 한 켠에 주저앉아 크리스토프는 한숨을 돌렸다.

‘으흐..말은 이렇게 하지만, 힘들긴 하다.’

길드는 작업장을 정해 지역별로 길드원을 배정한다. 얼음이 어는 때, 확실하게 얼어 있는 장소, 품질 좋은 얼음을 채취할 수 있는 위치를 꿰고 있다. 팀별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운영하므로 길드 소속 얼음장수들은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개인 얼음 장수가 되면 이 모든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벌이도 신통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와장창.

잠시 휴식을 취하던 크리스토프와 아드리안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간다.

“안돼... 안돼!”

술에 잔뜩 절어 눈이 반쯤 풀려 있는 채빙꾼이 롯지에 들어와 정리된 랜턴을 때려 부수고 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튀어 올라 술주정뱅이를 저지하려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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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1 이전 18살 크리스토프 서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닉언죄)문학 표지 그려주신 후로즌성애자님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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