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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중편] 노덜드라 관광산업 제안 -2-

LibreSo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30 23: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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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https://gall.dcinside.com/frozen/4548633



“저기, 안나?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노덜드라 측에서 허락해 줄 거 같지가 않은데요.”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당신, 나하고 두 번이나 말도 안 되는 모험 해 놓고는 갑자기 왜 그래요?”


“아니, 물론 그렇긴 한데 이건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라....”


“쉿! 크리스토프 경께서는 이제 여왕이 결정한 일에 일절 토 달지 말도록. 알겠나?”


안나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손 검지를 크리스토프의 입에 갖다 대었다.


“.....예, 폐하.”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으리라 생각한 크리스토프는 이내 포기하고 마차 밖 풍경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근심과 걱정은 지금 산길을 오르고 있는 마차처럼 쉴 새 없이 그의 심정을 덜컹거리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아렌델 왕실의 국서지만 크리스토프가 살아온 인생은 엄연히 얼음장수, 곧 장사꾼이었다. 그가 아렌델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사람의 이해관계라는 게 생각 이상으로 매우 예민하고 무서운 문제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고정관념이 들어가면 거의 타협점이 불가능에 다다르며 극단적인 사고마저 덧씌워진다면 그야말로 겉잡을 수가 없을 정도의 사태로 번져버린다.


지금 노덜드라와의 협상은 바로 그 정도의 단계에 이를 수 있는 위태로운 단계였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일찍 여의고 트롤의 손에서 자란 크리스토프는 홀로서기 인생을 살아간 탓에 자신이 사미 족 출신이라는 사실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그마저도 패비로부터 처음 들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장에 내려가다 보면 간혹 사미 족으로 보이는 사람 몇 명이 모욕을 당하거나 다른 사람과 욱신각신하는 광경을 몇 번 보고는 했다. 아렌델을 정기적으로나마 방문하는 사미 족이 이 정도인데 무려 34년 동안 외부와 차단된 것은 물론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고집하는 노덜드라 사람들이라면? 서로 간의 이해관계 및 고정관념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엘사가 있다지만....노덜드라에 남은 이상 과연 아렌델 편을 들어줄까?’


바로 이 점이 크리스토프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었다. 곧 있으면 열릴 회담의 핵심은 노덜드라의 입장 이전에 자연과 긴밀히 맞닿아 있는 다섯 번 째 정령께서 안나의 묘책을 허락해 줄 수 있는가였다. 안 그래도 지난 세월 동안 마법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 엘사였기에 신비의 땅 노덜드라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과연 허락할지 그가 생각하기에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지금이야 더 이상 감추지 않고 정령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사안은 두 자매의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만이 아닌, 엄연히 양 세력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였다. 안나의 관광산업 제안은 자칫 예전처럼 아렌델의 이익을 위해 노덜드라를 이용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인지라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한들 과정과 방법이 틀어지면 그저 사탕발림으로밖에 안 들릴 여지가 농후했다.


‘에휴, 나 혼자 이렇게 생각해 봤자 뭐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안나에게 맡기자.’


혼자 곱씹어봤자 긁어 부스럼이라고 깨달았는지 크리스토프는 분위기도 바꿀 겸 주제를 전환해 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안나, 다른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또 아까처럼 걱정 가득한 질문은 아니겠죠?”


“후우....그거에 관해선 이제 아무 말도 안할게요. 이번엔 진짜 다른 거예요. 그저께 그랜드 투어인가 뭔가 왕족이나 귀족 자제들이 주로 가는 걸고 했잖아요. 그러면 안나랑 엘사도 가 봤던 거예요?”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어요. 엘사는 자기 스스로부터 나가질 않으려 했고 나는 아버지한테 그렇게 졸랐는데도 결국 배 한번 타보질 못했죠. 하긴, 성문이 굳게 닫혀서 마을 밖으로도 잘 못나갔는데 어떻게 아렌델 바깥으로 나가겠어요.”


“아....미안해요, 안나. 내가 또 말실수를 했네요.”


“칫, 고작 그 말로 기죽을 여왕 아니거든요? 크리스토프, 어째 오늘따라 나를 좀 이상하게 보는 거 같네요? 흐응-”


“그, 그럴 리가 있나요! 그저 궁금했을 뿐이에요.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지 제 말이 오해를 부르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아요.”


“하긴, 우리 국서께서는 너~무 천연남이시라 날것 그대로의 감성이 있죠.”


“.....저기, 그거 칭찬이에요 아니면 욕이에요?”


“글쎄요, 아마 받아들이기 나름 아닐까요?”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어느덧 마차는 노덜드라 부락에 다다르며 서서히 속도를 늦춰갔다.





* * *





“노덜드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왕이시여.”


“안녕하세요, 옐레나. 그간 별 일 없었죠?”


양 세력의 대표자들은 손을 맞잡고 환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의외로군요. 갑작스럽게 회담이라니....물론 35년 전 아렌델과 상호 우호관계를 맺긴 했습니다만, 그 때는 저희가 아렌델을 찾아가서 구두로 확인한 것이었지 지금처럼 일대일 자격으로 공식적인 회담을 가지는 건 처음입니다.”


“아하하....그 때 일은 정말 다시 한 번 사과드릴게요. 이번에는 이상한 점도 없이 양쪽 다 동등한 입장에서 회의를 하게 될 거예요.”


“아뇨, 뭐 이미 마무리 지은 일이니 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튼, 이거 귀하신 분을 계속 서 있게 하는 것도 실례이니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안나가 옐레나를 따라 커다랗게 펼쳐진 장텐트 안으로 들어갈 무렵, 크리스토프는 오랜만에 마주한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야, 크리스토프. 그거 알아? 이번에 내가 아끼는 순록 하나가 새끼를 낳았거든? 그런데 진짜 내가 지금까지 본 순록 새끼들 중 제일 귀엽다고! 너도 지금 가서 볼래?”


순간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 크리스토프의 눈빛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자신의 위치를 자각했는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어...마음은 고맙지만 이번에도 혼자서 멋대로 사라졌다간 혼나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회담 마치고 같이 보러 가는 거 어때?”


“어쭈? 여왕님 남편이라서 이젠 수준이 다르시다 이건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장난치는 라이더를 보고 크리스토프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야, 말도 마. 솔직히 그냥 여기 와서 순록들 데리고 다니는 게 훨씬 재밌을 지도 모른다니까? 깝깝스러운 제복에 뭔 그리 이거해라 이거 하지 마라가 많은지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킥킥- 고생길이 훤 하구만. 그러면 다 끝나고 이따 저 쪽 공터로 와.”


“어? 너는 회담에 참석 안 하는 거야?”


“나? 나는 뭐 정치니 회담이니 별 관심도 없고 머리가 빠삭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라서 높으신 분들 곁에 있을 위치가 아니야. 그저 평범한 순록치기로 족해. 어쨌든, 힘내라. 여왕님 보필 잘 하고.”


라이더는 격려의 표시로 국서의 등을 팡팡 두어 번 쳐주고는 곁을 떠났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안개가 걷힌 후로 진짜 행복하게 사는가 보군.’


한 때 산 여기저기를 오가며 자유로운 영혼을 만끽하던 순록성애자는 새로 사귄 친구를 볼 때마다 예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이따금씩 회한에 젖곤 했다.


‘후, 이럴 때가 아니지. 나도 빨리 들어가야겠다.’


잡념을 떨치고 크리스토프는 옷매무새를 바로잡은 후, 장텐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언니!”


“오랜만이야, 안나!”


눈이 마주치자마자 두 자매는 서로를 향해 팔을 한가득 벌려 와락 끌어안았다.


“그간 별 일 없었니? 딱히 어려운 일들은 없었고?”


“생각보다 책상머리에 앉는 시간이 엄청나긴 하지만, 뭐 이정도 쯤은 별 문제도 아니라구? 언니야말로 아토할란이나 자연 쪽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 거야?”


“자연은 스스로 있는 한 평화롭고 고요하단다. 물론, 이따금씩 천재지변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 또한 섭리 중 하나 아니겠니.”


“에고고, 우리 언니 일 년도 안 돼서 할머니 다 되어버렸네. 거 스물다섯 살 여인 맞으시나?”


“...뭐? 요것이 여왕이 되니까 설설 기어오르나보네?”


“으갸악, 간지러워 엘사!! 꺅-! 간지럽히기 금지! 금지!!!”


요리조리 긁어대는 엘사의 손놀림에 안나는 몸을 움찔거리다 그만 벽에 몰려 몸을 돌돌 말아버렸다.


“쯧쯧, 나라에서 최고라는 마차라 해도 스벤이 모는 썰매보다는 한참 아래인가 보구나. 스벤이랑 내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크리스토프?”


“나도 아렌델 마차가 저리 느릴 줄은 몰랐다고. 진짜 스벤이었다면 몇 십 분은 더 빨리 도착했겠다."


과연 여기가 회담 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텐트장 안은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가득했다. 다소 경직되고 긴장된 분위기를 예상했던 노덜드라 사람들은 눈앞의 상황에 누구는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다른 누군가는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기도 했다.


“흠흠-정령이시여, 그리고 아렌델의 여왕이시여. 두 분께서 서로 반가워하는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슬슬 회담을 개최해야 할 시간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옐레나 역시 두 자매의 모습에 흐뭇했는지 부드럽게 웃음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너무 주책을 떨었나 보네요. 죄송해요 여러분,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뭐야, 이제 가끔씩 만나는데 이 정도는 충분히 허용범위 아니야?”


“으이구, 장난꾸러기 여왕님. 시간은 많으니 일단 빨리 가서 앉으시죠.”


엘사가 새하얀 오른손을 들어 안나의 코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다. 배시시 미소 짓던 안나는 돌로 만들어진 동그란 원탁의 한 쪽에 착석했고 엘사가 바로 그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옐레나를 비롯한 노덜드라의 원로들은 엘사의 뒤편에 줄곧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들 왜 서 계시는 거예요? 빨리들 여기 앉으세요.”


“여왕이시여. 저희 노덜드라의 원탁은 오직 대표자들만이 앉을 수 있습니다. 관련인 및 주변인들은 그 뒤편에 가지런히 서 있는 것이 관례지요. 그렇다고 해서 아렌델 분들께서 꼭 저희들의 관습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뒤쪽에서라도 착석할 수 있도록 지금 즉시 의자를 가져오도록 하지요.”


안나는 급구 말리고 앉히려 했지만 옐레나의 얼굴을 보니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눈빛에는 지난 수백 년간 이어진 부족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려는 의지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제가 노덜드라의 지도자이긴 합니다만, 저번에 보내신 서신을 보아하니 자연과 관련한 내용이 주요 사안인 것으로 여겨져 5대 정령께서 직접 회담을 맡으셔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미 서로 말을 마쳤습니다. 그러니, 아무쪼록 회담을 진행해 주시지요.”


옐레나 곁의 노덜드라 원로들 모두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안나가 눈앞의 엘사를 향해 시선을 옮기니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라는 듯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크리스토프를 바라보니 그 역시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험한 산도 몇 시간이나 타고 다녔는데 고작 이 정도 서 있는다고 힘들리가 없다구요. 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맞아. 이렇게 서서 회의를 보는 것도 꽤나 색다른 느낌이랄까? 나도 괜찮아, 안나."


"우우웅-"


그녀의 가족들 모두 선뜻 노덜드라의 관례를 따를 것에 동의했다. 안나는 믿음직한 가족들에게 따스한 미소를 보인 후, 다시 앞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회담을 시작하도록 할 게요. 저도 그렇고 다들 휘황찬란한 겉치레보다는 핵심적인 사안들을 원하실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안나는 메마른 입술을 살짝 달싹였다. 탁자 건너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언니라지만 엄연히 대표로서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는 만큼 방금과는 다른 기시감을 느꼈다. 타국의 사절을 궁성 내 응접실에서 맞이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야 한두 번 있었지만 자신이 몸소 타 지역을 찾아가 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긴장 풀자, 안나. 그래도 언니라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잠시 눈을 감고 뒤숭숭한 마음을 다잡은 아렌델의 여왕은 부드러우면서도 당찬 목소리를 또박또박 내기 시작했다.


“회담의 주제는 실로 간단합니다. 아렌델과 상호 우호 관계에 있는 노덜드라에서 함께 관광산업을 구축하고자 제안하는 것이예요.”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텐트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엘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주제였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했다.


"폐하. 죄송합니다만, 관광 산업이라니요? 대체 무슨 말이신지-"


하기사 자신도 뜬금없이 외국 대사가 와서 '아렌델에 관광 특수 지구 만듭시다!' 비슷한 제안을 듣는다면 엘사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에 안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노덜드라의 자연은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손꼽을 만한 아름다운 경관으로 가득해요. 아렌델 역시 절경으로 깎아내려진 피오르드 협곡으로 주목받는 편이지만 노덜드라의 다양한 동식물들과 신비스러운 자연환경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거예요. 이는 타국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합니다. 특히나 지금 세상은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어서 배를 타고 해외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 지식과 견문을 넓히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따라서, 아렌델과 노덜드라가 이 기조에 합류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관광지로 해서 양측의 공동 발전과 함께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거절합니다.”


“네...??”


기나긴 말을 무색하리만큼 단칼에 끊어버릴 정도로 냉혹한 어조. 언니의 그 단 한 마디에 안나는 그만 목구멍에서부터 말문이 막혀버렸다.


“안 돼, 안나. 아무리 네 부탁이라지만, 이 요청은 들어줄 수 없어.”


"자, 잠깐만 뭐라고?"


언제나 품위와 예의격식을 중요시하던, 아렌델 왕가의 장녀이자 상왕인 엘사가 어느새 존칭도 생략한 채, 현 아렌델 국왕의 본명을 거침없이 부르며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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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 관광산업 어쩌구 한 거지 엘사랑 안나 말싸움하는 게 포인트라 관광 관련한 내용은 거의 없다는 게 함정



다음 3화에서 끝날텐데 쓰다 보니까 개씹노잼이네 하...능력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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