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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문학] 과학자 엘사

프3존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05 04: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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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델과 프랑스를 잇는 무역선이 아렌델항에 도착했다. 귀족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짐마차와 함께 내렸다.

아렌델 시내에서 왕궁으로 가는 길을 묻는다면 그는 틀림없이 미친 사람이다. 좁은 시내의 어디서든 왕궁의 첨탑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남자는 처음 방문한 아렌델을 마치 꿈에서 와 본 것처럼 익숙한 듯 편안하게 말을 몰았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성문 앞 경비병이 물었다.


"프랑스의 핀도르 남작이라고 합니다. 아렌델의 엘사 여왕님께서 마법을 가지고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아니 이게 아니지

여왕님께서 프랑스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기체에 대한 자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하셔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남자는 겉옷 안주머니에서 엘사의 편지를 꺼내 경비병에게 보인다.


두 경비병은 이 남자가 마법 이야기를 꺼내려다 숨기는 것을 보고, 혹시 한스처럼 엘사를 해하러 온 것은 아닌까 의심했다.

물론 편지는 엘사의 친필이 맞았다.


"으음, 우선 엘사는 더 이상 여왕이 아닙니다. 엘사는 동생 안나에게 여왕 자리를 넘겨주고, 현재는 북쪽 마법의 숲에서 살고 계십니다." 한 경비병이 말했다.


"그리고 선왕님께서 마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으나,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 다른 경비병이 말했다.


"그건 내가 여왕님과 상의할 문제이니 신경들 끄시고, 여왕님께 가는 길이나 알려주게나."

핀도르는 경비병들의 태도에 약간 신경질이 났다.


그 때 핀도르 뒤의 아렌델 항으로 녹크를 탄 엘사가 도착했다. 경비병들이 엘사를 가리키며 동시에 말했다.

"저기 엘사 선왕님께서 오셨습니다!"


핀도르는 놀라 까무러칠뻔 했다. 물로 된 말이라니! 30년 간 화학을 연구해 왔지만 저렇게 신기한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엘사가 성문 앞까지 다가오자, 핀도르는 예의를 갖추고 엘사를 맞이했다.

엘사는 핀도르를 금세 알아보고, 경비병들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자 그들이 성 문을 열어주었다.


엘사는 핀도르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짐마차는 스벤이 끌어다 주었다. 올라프가 뒤따라 들어왔다.

"와우! 멀리서 오신 손님이군요! 전 올라프라고 해요. 그리고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요!"


핀도르는 거의 쓰러질 뻔 했다.




엘사의 마법에 대한 길고 긴 설명이 이어졌다. 핀도르는 과학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지만 어쨋든 재미있게 들었다.


핀도르는 준비해온 기체에 관한 논문들을 엘사에게 주었다. 수학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엘사는 마법의 숲에 살면서 과학에도 흥미를 붙였다.


"...그래서, 프랑스의 식민지인 아메리카 땅에서 가져온 이 투명한 돌을 가열하면 죽음의 기체가 나온다는 말이죠?"


"예 그렇습니다 폐하, 얼마 전에 발견된 생명의 기체인 산소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 보셨지요?

이 죽음의 기체에 쥐를 넣으면 몇 분 안 되어 죽지만, 나머지 성질들은 산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흥미롭네요. 공기 중에 산소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순수한 산소에서와 공기 중에서 불꽃의 세기에는 확실히 차이가 나죠.

공기와 산소의 밀도가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혹시 공기 중에 질소도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엘사는 정말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궁중 도서관은 물론이고 어릴 때 교육받은 과목 중에 과학은 전혀 없지만, 엘사는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저희 과학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쉽게 증명할 방법은 없더라구요. 저희가 생각한 방법으로는, 공기를 아주 차갑게 냉각하고, 죽음의 기체 샘플도 냉각해서 액체 상태로 둘의 성질을 비교해 보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낮은 온도까지 냉각할 기술력이 아직 없습니다. 얼마 전 독일에서 영하 40도까지 내릴 수 있는 냉각기를 개발했으나, 저희가 예측한 바에 따르면 산소와 죽음의 기체는 영햐 200도 쯤에서 액체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낮은 온도는 잴 방법도 없지만요."


엘사는 곰곰히 들으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제가 폐하를 직접 찾아 온 것입니다. 엘사, 폐하께서 마법으로 기체를 냉각시켜 주시지요."


핀도르가 '공기' , '죽음의 기체' 라고 쓰여진 통 두 개를 짐마차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종모양의 용기 윗쪽은 금속, 아랫쪽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


엘사는 당황했다. 그동안 수 없이 여러 번 마법을 써 봤지만, 대충 만졌을 때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때 엘사는 자신이 아토할란에서 얼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토할란이라고 하는 섬이 있어요. 그 안에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가장 추운 공간이 있구요. 제가 그곳에 들어간 지 1분도 안 되서 얼어붙었죠.

심지어 저는 추위 따윈 두렵지 않은 사람이었는데도요! 전 한 겨울에도 맨살이 드러나는 얇은 옷만 입는다구요."


엘사가 큭큭 웃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핀도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잠시 고민을 하던 핀도르는 종이 쪼가리에 수식을 끄적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폐하, 제 계산상, 아토후...뭐 그곳의 온도는 영하 80도 정도입니다. 여전히 모자란 온도이지요.

하지만 마법으로는 가능합니다. 폐하께서 사용하시는 마법의 원리는, 클라우지우스라는 사람의 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무질서한 정도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걸 엔트로피라고 하는데, 엔트로피를 오랜 시간 계속해서 줄인다면, 아주 낮은 온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지금 해보도록 하죠." 엘사가 자신감있게 말했다.

죽음의 기체 금속병을 양손으로 감싼 그녀는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온 힘을 다해 마법을 썼다.


쩌저적 소리를 내며 금속병이 얼어붙었다. 엘사는 아랑곳않고 계속 마법을 썼다.

삼 분쯤 지났을까, 엘사는 어지럽고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 힘을 썼더니 당이 딸리나보다. 브루니와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심한 느낌이다.


엘사는 마법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올라프, 초콜릿좀 가져다 주겠니?"


올라프는 신이 나서 뛰어나갔고, 머지않아 돌아와 엘사의 입에 초콜릿을 넣어 주었다.

엘사가 한번 더 심호흡을 하고 기를 쓰자, 유리 부분으로 투명한 액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핀도르가 환호하고, 엘사는 나가떨어져 의자에 기댔다.


똑같은 과정을 한번 더 반복해 핀도르는 공기 중 대부분이 죽음의 기체라는 것을 밝혀냈다.

세계 최초로 액체질소가 발견된 순간이었다.





몇 주 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몇몇 나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교사절단이 아렌델에 도착했다.

안나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엘사가 액체질소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과학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각국이 연구에 필요한 액체질소 확보를 위해 엘사를 만나러 온 것이다.


안나는 액체질소의 가격으로 같은 부피의 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오히려 사절단에서 액체질소 독점을 위해 서로 가격을 올리면서 같은 부피의 금값으로 거래가 성사되었다.


안나가 게일을 통해 엘사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 소식을 들은 엘사가 아렌델로 황급히 달려왔다.

엘사는 굉장히 상기되어 있었다.


"안나 너 미쳤니? 내가 액체질소 한 컵 만드는데도 온 몸에 진이 빠지고 거의 기절 직전이 된단 말이야.

그리고 욕심많은 나라들이 겨우 한 컵을 요구하겠니? 분명 큰 통을 들고 와 가득 채워달라고 할게 뻔하잖아! 나 죽이려고 작정한거야?"


안나가 엘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언니, 이건 아렌델 역사상 최고의 무역 아이템이야. 언니가 수고한 만큼 우리는 금을 벌 수 있다니까! 우리는 식민지 개척이나 전쟁에 손 하나 대지 않고도 유럽 최고의 경제 대국이 될 기회라고!"


엘사가 한숨을 쉬었다. 군대에서 훈련 받는 군인들이 이런 기분일까 잠시 공감이 되었다.


다시 몇 주 후, 무역선들이 금괴와 함께 커다란 금속통을 싣고 아렌델에 도착했다. 


"언니 준비 됬지?"


엘사는 앞에 금속통을 놓고 앉아있고, 안나는 옆에서 소나무향 음료, 루피테스크, 초콜릿을 들고 대기했다.

엘사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양손으로 금속통을 잡고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힘이 들 때면, 안나가 알아서 먹을거리를 입에 넣어주었다. 오물거리며 마법에 집중하는 언니의 모습은 안나가 봐도 귀여웠다.


아렌델은 그 후 수 년간 액체질소를 팔아 막대한 부를 얻었고, 유럽 최고 복지국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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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학은 이과의 뇌절입니다. 이과가 쓴 글치고 괜찮...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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