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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엔텀 - 오퍼스 제로' 곡을 연주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융화된 내러티브의 힘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1.26 12: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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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장르에 따라 '서사'의 중요도와 영향력은 늘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일반적으로 리듬 게임의 경우 본격적인 서사가 개입하기 쉬운 장르는 아니다. 
 
물론 레이아크의 '사이터스'나 '디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곡을 해금하고 연주하는 '리듬 게임을 플레이해나가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서사와 연관짓는 색다른 활용법을 보여줬고 그 평가도 제법 좋은 편이지만, 어쨋든 해당 사례의 경우에도 이야기의 흐름을 곡을 연주하는 중에 끼워넣기보다는 곡을 연주하기 전이나 곡을 연주한 다음에 나오는 컷씬이나 플레이버 텍스트로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게 '리듬 게임'은 본래 '대전 격투 게임', '슈팅 게임'과 함께 플레이하는 내내 게이머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장르의 대표격이다.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 연주에 집중해야 하다 보니 곡이 흐르는 동시에 본격적인 서사를 전개한다고 해도 초인적인 반사신경과 멀티태스킹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일반적으로 그것을 제대로 감상하고 받아들일 만한 여유를 가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얼리 억세스로 출시한 케세라게임즈의 '니엔텀 - 오퍼스 제로'(이하 니엔텀)는 독창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주는 작품이었다. 곡을 연주하는 과정을 플랫포머 어드벤처 게임처럼 보이도록 하는 전개와 연출로 공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소재를 잘 엮어냈기 때문이다.
 

 

조작에 할당할 리소스가 적음은 기본적으로 가벼운 난이도임을 시사한다
 
니엔텀을 직관적으로 설명한다고 하면 '2개의 라인을 따라 노트가 들어오는 통상적인 2버튼 체계의 리듬 게임'이라고 요약할 수 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그 결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쪽은 플레이어 캐릭터인 '알레프'와 '리오라'가 플랫포머를 따라 질주하며 노트에 해당하는 구조물을 검으로 쳐내고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연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호작용 과정이 게임 내에서는 '연극을 진행하며 무대 장치들을 조율하고, 배우가 되어 극의 흐름을 이끈다'는 설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리듬 게임치고 연주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각 챕터마다 이야기의 원전을 알고 있다면 배경을 볼 때마다 그 구성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리듬 게임에 재능도 없고 딱히 노력도 하지 않는 필자조차 일단 플레이하는 내내 주어진 곡을 끝까지 연주하는 것 자체는 쉽게 해낼 수 있었으며 곡을 연주하다가 쉽게 폭사당할 위험이 비교적 적은 난이도 덕분에 곡이 흐르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어느 정도 집중하면서 살펴볼 수 있었다.
 
반대급부로 퍼펙트 클리어는 체감상 제법 어렵게 느껴졌다. 노트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박자에 맞춰서 때리기만 한다면 못할 것은 없어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경을 통해 전개되는 연극의 내용에 시선을 뺴앗기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니엔텀을 플레이하는 내내 접하는 연극 그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들 아시죠? 이쪽 업계에서 기울어진 단어는 그 자체로 떡밥인거...

큰 틀에서 니엔텀의 서사는 기억을 잃은 두 소녀가 극장 세계에 갇힌 채로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얼리 억세스 버전을 기준으로 플레이 가능한 챕터는 시놉시스에 가까운 프롤로그 챕터를 제외하면 총 5개로 '오즈의 마법사',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데렐라', '카구야 공주 이야기', '아서왕 전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원전이 비틀려버린 이야기들을 되돌리면서 기억을 찾고 극장 세계를 탈출하는 것이 목표다.
 
눈에 띄는 점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왜곡되는 방식에 있어 기괴하고 심리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연출과 엉뚱하고 코믹한 연출이 혼재되어 있다는 부분이다.
 
몽환적인 느낌의 메르헨을 생각하고 게임에 입문한 사람들은 살짝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와 관련하여 두 주인공이 좋아하는 이야기와 전개 방식의 취향을 소개할 때 '개연성을 중시한 비극'과 '어떻게든 해피엔딩에 도달하는 희극'처럼 정반대로 설정하는 식으로 당위성을 챙기고 있기 때문에 딱히 이질적이지는 않다.
 

여러분은 히로인 쟁탈전의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각 챕터에는 3개에서 5개의 곡이 준비되어 있고, 전부 다른 곡을 사용하지만 챕터마다 주제를 관통하는 일종의 멜로디 코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곡 하나하나가 자체적인 완결성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훌륭한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 볼 수 있다.
 
특히 연극 무대라는 배경 설정을 활용한 연출력이 압권인데 알레프와 리오라의 움직임에 따라 무대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때로는 자연스러우면서 때로는 몹시 작위적인 느낌이 나도록 하여 완급을 조절하는 부분이 포인트다.
 
2챕터와 5챕터가 이런 부분에서 꽤나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두 주인공이 오르페우스가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에우리디케와 함께 지상으로 나가도록 무대를 조작했더니 갑자기 무대의 좌우가 뒤집히면서 끝내 예정된 비극의 결말로 향하고, 무대 공포증으로 인해 배우 역할을 맡을 수 없었던 알레프가 위기에 빠진 아서 왕 역할의 리오라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문을 열어젖히고 무대에 오르는 극적인 연출은 필견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를 좌우로 뒤집어 놓으시면서 배드 엔딩을 강제하는 하데스님

그 밖에도 니엔텀은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도 제법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연주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완주는 어려운 부분을 단순히 자기만족이나 업적 달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뒤틀린 이야기의 '미싱 링크'로 남겨두어 게이머들이 반복을 통한 퍼펙트 클리어에 도전하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 연주 기능인 '오토마타'를 설정할 수 있어 정말로 리듬 게임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이나 곡을 연주하는 과정과 별개로 무대와 이야기에 집중하고픈 이들을 배려하는 세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곡을 연주하면서 올 콤보 달성과 수집요소를 전부 모으면 추가 단서가 열린다
 

첫 노트를 수동 연주하면 이후의 연주는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스토리를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오토마타 기능
 

 
비교적 최근에 나온 리듬 게임들은 BGA(배경 애니메이션) 요소가 완벽한 연주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BGA OFF 기능을 넣거나 처음부터 이를 생략하는 케이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니엔텀은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고 배경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에 엄청나게 힘을 쏟았기 때문에 '반대편 극단에 놓여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엔텀은 굉장히 훌륭한 플레이 체험을 제공하는 게임이었다. 리듬 게임에 무대와 연극의 상호작용을 접목시킨다는 발상이 참신한 것도 있지만 그렇게 구성된 캐릭터와 무대의 동선 및 시선 처리와 흐름이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 보는 맛이 좋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딱 하나 단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직 얼리 억세스 단계여서 5챕터에서 이야기가 끊겨 결말을 볼 수 없다는 부분 정도인데 하필이면 그 5챕터가 다음 이야기를 아주아주 궁금하게 만드는 악랄한 절단신공으로 끝맺음한 덕분에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과연 '영원을 노래하는 찰나의 이야기'라는 연극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그 이야기의 끝이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이들은 지속적으로 제작진을 보채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서사와 게임 플레이가 이토록 유기적으로 연결된 리듬 게임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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