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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차이’가 만든 감정의 균열을 담은 인터랙티브 노벨. ‘앤드 로저’

게임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12 15:14:50
조회 78 추천 0 댓글 0
사람은 각자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시선을 통해 세계를 받아들인다. 같은 말을 듣고도 서로 다른 의미를 떠올리고, 같은 관계 속에서도 전혀 다른 감정을 쌓아 가는 이유 역시 그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터랙티브 노벨 ‘앤드 로저(and Roger)’는 이러한 미묘한 어긋남과 감정의 균열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짧은 플레이타임 안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거창한 사건보다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흐름에 집중하며,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스스로의 해석을 만들어가도록 이끈다. 잔잔한 연출과 밀도 있는 체험을 통해, 이 작품은 우리가 믿고 있던 감정과 관계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온전한 것이었는지 조용히 되묻게 만든다.


앤드 로저


■ 개인 창작자로서의 출발, TearyHand Studio


‘앤드 로저’를 개발한 TearyHand Studio는 1인 개발자이자 게임 크리에이터인 요나(yona)가 이끄는 개인 스튜디오다. 요나는 이전에 ‘In His Time’을 개발했으며, 대학 시절 프로그래밍 수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프로그래밍의 재미를 느끼는 과정에서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게임 제작에 도전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자신이 진정으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구현하고자 창작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과거 교토의 소규모 인디 퍼블리셔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지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게 되어 현재는 개인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TearyHand Studio


■ 1시간의 밀도 높은 체험, ‘앤드 로저’는 어떤 게임인가?


이 작품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닌다. 개발자는 이를 “사람의 인식의 왜곡을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노벨”이라고 설명한다. 약 1시간 내외의 비교적 짧은 플레이타임을 갖고 있지만, 각 조작과 연출에 의미를 담아 밀도 높은 체험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분량은 제작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지루함 없이 서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설계이기도 하다. 또한 제목의 의미는 작품의 핵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요소인 만큼,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람의 인식의 왜곡을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노벨


■ ‘인식’과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서사 구조


서사의 중심에는 ‘인식’과 ‘관계’라는 주제가 자리하고 있다. 요나는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먼저 전하고 싶은 주제가 존재했고, 그 위에 서사를 차근히 쌓아가는 방식으로 제작이 진행됐다. 영화나 다른 매체로도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직접 체험해야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주제라고 판단해 게임이라는 형식을 선택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 감정보다 ‘생각’을 남기는 작품


개발자가 ‘앤드 로저’를 통해 가장 바랐던 경험 역시 감정보다 ‘생각’에 가깝다.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기보다는, 플레이 이후 스스로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해석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설계됐다. 실제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어떤 해석과 감상도 새로운 시선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작품을 계기로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거나 인간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받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에서, 이 의도는 플레이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셈이다.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


■ 혼자 개발했기에 가능했던 표현 방식


1인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자신의 표현이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퍼블리셔 관계자나 사전 정보를 접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에게 테스트를 요청하고, 그 반응을 확인하며 개발을 이어갔다.

반면 개인 개발이었기에 그림과 프로그램, 연출을 하나의 구상 아래 일관되게 구현할 수 있었던 점은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여러 인원이 함께 제작했다면 그만큼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는 것이 개발자의 설명이다.


스스로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해석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설계했다


■ 작은 개인 작품에서 수상작으로 이어진 반응


‘앤드 로저’는 이후 여러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요나는 작은 개인 게임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새로운 서술 방식과 게임이 지닌 예술적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사회적 해석까지 등장했다는 점으로, 이는 작품이 예상보다 더욱 깊이 있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졌음을 실감하게 한 반응이었다.

■ 한국 플레이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개발자는 한국 플레이어 역시 이 작품의 정서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인간관계 속에서 쉽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주춤하게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앤드 로저’는 이러한 감정의 흔들림 속에서 개인이 생각하는 행복한 삶과 누군가를 사랑하는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작품이다.

실제로 한국 이용자들의 반응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VTuber 플레이를 통해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요나는 “플레이 후 어떤 감상을 가지게 될지는 작품이 통제할 수 없지만, 분명 좋은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만들었다”며, 새로운 체험을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보기를 권했다.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 해석의 끝에 남는 것


‘앤드 로저’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작품이라기보다, 조용한 질문을 남기는 작품에 가깝다. 플레이가 끝난 뒤에도 이야기는 완전히 닫히지 않고, 각자의 기억과 관계, 그리고 감정의 방식 속에서 다시 이어진다. 무엇을 보았는지보다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경험은, 이 작품이 단순한 인터랙티브 노벨을 넘어 하나의 체험으로 남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이 작품이 남기는 여운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사적인 성찰에 가깝다.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순간들, 그리고 스스로의 감정을 확신해 온 시간들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렇게 ‘앤드 로저’는 플레이어 각자의 해석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이자, 인식과 관계의 틈을 잔잔하게 비추는 하나의 거울처럼 오래 남는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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