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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이머가 원하는 것은 '깨어있는' 게임이 아니다

게임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10 18: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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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코드 / SIE


최근 PC/DEI의 개념이 다시금 화두에 오르고 있다. PC 주의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기조로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직업 등에 관한 편견이나 차별이 섞인 언어 또는 정책을 지양하려는 신념, 혹은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 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DEI'란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본래 정부나 기업의 정책을 나타내는 용어다. 인종과 성별, 문화적 배경 등에 관계없이 다양한 개인이나 집단의 대표성 실현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최근 화두에 오르는 문제들은 안타깝게도 이들 사상의 순기능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예시가 최근 프랑스에서 개최됐던 파리 올림픽이다. 특정 사상에 경도되면 얼마나 괴이해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임업계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콘코드 개발을 총괄한 라이언 엘리스 파이어워크 스튜디오 디렉터가 사임했다.

지난 9월 외신에 따르면 라이언 엘리스 디렉터는 파이어워크 스튜디오 임직원들에 디렉터 자리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콘코드의 흥행 참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콘코드는 출시 당일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 697명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거뒀다. 


콘코드 / SIE


콘코드는 개발에만 8년에 걸쳐 약 35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게임 출시 열흘 만에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고 약 보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소니는 결국 지난 9월 게임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고 구매자 전원에게 전액 환불 처리를 진행했다.

콘코드의 실패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사상의 강요였다. 콘코드의 경우 DEI를 전면에 내세워 테스트 단계서부터 이용자의 외면을 받았다.

히어로를 표방하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인체 디자인은 몰입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됐다. 아울러 게임에 등장하는 외계인과 다양한 인종의 모습은 이용자로 하여금 DEI적 프로파간다를 느끼게끔 만드는 계기가 됐다.

콘코드의 실패 등 일련의 사례를 통해 안티 DEI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DEI 친화적 기업을 어필하는 게임사가 늘어나자 이들의 사상과 정치적 입장 강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동시에 높아진 것. 이는 PC주의가 한창 만연하던 때 사상에 대한 미러링이 역차별에 이르자 대중에게 반발 심리가 생긴 것과 일맥상통하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반대로 국산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스텔라블레이드'와 '퍼스트디센던트', '쓰론앤리버티' 등이다. 각각의 타이틀이 다른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미형의 캐릭터를 앞세운 마케팅 포인트를 수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 이용자는 해당 게임들에 열광하는 모양새지만, 정작 아름다운 외형의 캐릭터를 주로 다뤄왔던 국내 게이머들은 이들 타이틀의 게임성에 대해서 물음표를 남기는 경우도 더러 존재했다. 이는 이들 게임이 해외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다.


스텔라 블레이드 / 스텔라 블레이드 SNS


콘코드의 실패와 미형의 국산 게임의 성공으로 드러난 사실은 게이머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개발자의 정치적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술된 국산 게임들처럼 DEI에 대한 이념을 드러내지 않는 당연한 타이틀이 오히려 게이머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이는 단순 반발 심리일 수도 있겠으나, 게이머는 정치적 이념에 대한 공감이 아닌 '게임의 본질'에 매료된다는 바를 시사하는 사례기도 하다. 게이머는 신도나 생도, 학생이 아니라 '소비자' 혹은 '팬'이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을 상징하는 'DEI'의 개념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은연중에 특정 사상을 강요하면서 본질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된다.

정치적 올바름 역시 마찬가지다. '워크(Woke)'란 본래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이념이다. 이는 차별에 맞서 싸워온 흑인 민권주의자들이 사용하던 단어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의 '깨시민'과 같이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인종, 성 정체성 등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본인들의 주장이 깨어있는(Woke)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게임성이라는 본질에 충실하지 않고 그저 이념과 성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된다. 사상 강요보다는 재밌는 게임을, 예술을 보고 싶은 것이 게이머의 마음이다.



▶ [칼럼] 문화콘텐츠 전반에 퍼지고 있는 PC의 역설▶ 재출시 가능성?...서비스 종료된 '콘코드' QA 테스트 진행중▶ [기자수첩] 라이브 게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걸까…▶ 스텔라, 아니면 퍼디?...2024 게임대상 유력 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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