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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거주 의무는 풀면서 갭투자는 막겠다는 정부의 자기모순

국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2.12 19: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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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배 ㈜라움 이사(국제뉴스DB)


며칠 전 국무회의 발언을 보며, 그리고 금일 발표된 을 보며 솔직히 눈을 의심했습니다.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신들이 던지는 메시지의 구조를 끝까지 점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주택자가 매매시 세입자가 있을 경우, 계약 기간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겠다는 발언과 예외 규정. 표면적으로는 매물 유도를 위한 유연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정책의 뿌리까지 내려가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드러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실수요 외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거주 의무를 전제로 매입을 허용했고, 그 결과 전세를 낀 매수, 즉 갭투자를 구조적으로 막아왔습니다. 이는 정부 스스로 "갭투자는 투기"라고 규정하며 정당성을 부여해 온 정책 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세입자가 있는 경우 실거주 의무를 유예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말을 바꾸면, 전세를 낀 채 매입하거나 보유하는 것을 일정 기간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형식은 유예이지만, 구조는 갭투자와 동일합니다. 토허제의 논리적 전제였던 '실거주만 허용'이라는 원칙이 예외 조항 하나로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결국 현재 정부는 규제에 규제를 얹고, 그 규제가 시장을 경직시키면 다시 예외를 붙이고, 또 다른 왜곡이 생기면 또 다른 예외를 덧대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용해 왔습니다. 누더기 위에 누더기를 덧붙이다 보니, 어느 순간 원래의 원칙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흐릿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발언과 예외 규정은 그 자가당착의 정점에 가깝습니다.

특히 문제는 '상급지'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된 지역은 대부분 수요가 견고한 핵심 입지입니다. 이곳에서 전세를 낀 매입을 허용하는 순간,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 수요는 즉시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실거주 의무라는 장벽이 낮아진다면, 제한적이지만 구조적으로 갭투자가 가능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강하게 비판해 온 상급지 갭투자를 제도적으로 열어주는 꼴이 됩니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투기를 억제하겠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매물 유도를 위해 투기와 구분하기 어렵던 방식을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이는 정책의 강도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문제입니다. 투기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설계한 제도라면, 그 제도의 예외는 곧 명분의 후퇴를 의미합니다. 시장은 이를 예외가 아니라 신호로 읽습니다. "필요하면 풀린다"는 신호 말입니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가격 상승이 아니라 신뢰 붕괴입니다. 규제가 일관되게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시장 참여자도 장기적 판단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원칙은 강경하게 외치면서 상황에 따라 부분적으로 허무는 방식이 반복되면, 정책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계산과 눈치, 그리고 단기적 기회 포착뿐입니다.

궁극적으로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본질은 시장의 작동 원리를 인정하지 않은 채, 행정적 의지로 가격과 수요를 통제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큰 기조에 있습니다.

수요가 계속 강하게 존재하고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라면, 그것을 '선'과 '악'으로 나누어 억누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규제가 강해질수록 거래는 우회로를 찾고, 정책은 그 우회로를 막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덧붙이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그 과정에서 일관성은 무너지고, 예외는 늘어나며, 결국 정책 스스로 처음의 명분을 잠식하게 됩니다. 시장 논리를 부정한 채 설계된 규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충돌의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자가당착입니다.

이번 발언과 예외 규정은 단순한 실거주 의무 유예가 아닙니다. 규제 중심 프레임이 스스로를 잠식하는 장면입니다. 규제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접근이 반복적으로 예외를 낳고, 그 예외가 다시 규제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구조. 그 끝에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그토록 경계하던 상급지 갭투자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구조로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이번 구조는 분명히 자가당착의 궤적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규제를 할 것이라면 끝까지 하거나, 방향을 바꿀 것이라면 솔직하게 기조를 수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은 정부의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매물 유도라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이 스스로의 논리에 갇혀 균열을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균열의 틈으로, 다시 상급지 갭투자가 고개를 들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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