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현이가 산과 들로 향하는 이유 오늘도 산에 오르는 열세 살 성현이. 아직은 제법 쌀쌀한 날씨 탓에 화목 보일러 땔감을 하기 위해서다. 요즘 시대에 누가 산에서 나무를 해다 불을 피울까 싶지만 비싼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사실 성현이가 땔감을 구하러 산에 가는 건 아빠 때문이다. 과거 교통사고로 다리에 철심 세 개를 박은 것도 모자라, 일하다가 당한 사고로 손가락을 두 개나 잃은 아빠. 성현이는 몸이 불편한 아빠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산과 들을 누비며 일손을 보태는 중이다. 그런 성현이에게 요즘 가장 큰 걱정거린 며칠째 내리던 비. 농사는 다 때가 있는 법인데, 비 때문에 감자 심기가 늦어져 애를 태워야 했다. 다행히 비가 그쳐 감자를 심었지만, 이번에는 멧돼지가 출몰해 감자밭을 엉망으로 만든 상황. 산에 먹잇감이 없는 요즘, 언제 또 굶주린 멧돼지가 나타날지 몰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부족한 땔감을 채우고, 멧돼지로부터 밭까지 지키려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가난 어려운 가정 형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아빠.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던 아빠는 어떤 희망도 볼 수 없었다. 결국 고향을 떠나 공장에 취직한 아빠. 작업 중 왼쪽 중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절망 끝에 돌아온 고향. 다행히 마음씨 착한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다시 행복을 꿈꿀 수 있었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친척 집을 전전하며 자란 엄마도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미용실에서 일하던 엄마는 주변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평생 따뜻한 가족이 그리웠던 엄마.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결혼해 시부모님에다 시할머니까지 모시며 오 남매를 키웠다. 남의 집 농사부터 식당일까지 닥치는 대로 일해왔지만, 현실은 아이들에게 남의 옷을 얻어다 입히는 형편. 설상가상으로 셋째 딸 선미가 지적 장애 진단을 받은 데다, 10년간 이어진 치매 시어머니의 병간호까지. 못 먹고 못 배운 것이 한이 돼 아이들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지만, 가난은 아무리 애를 써도 제자리걸음이다.
√ 쥐와 멧돼지와의 정면 승부 "이놈의 쥐가 또 뜯어놨네" 밤사이 쌀 포대를 헤집어 놓은 쥐. 100년 된 낡은 흙집은 천장부터 방 구석구석 온통 쥐구멍이다. 지자체 도움으로 필요한 곳만 수리해 살고 있지만 아무리 막아도 다시 구멍을 뚫고 들어오는 쥐. 멧돼지에 이어 쥐는 성현이의 또 다른 골칫거리다.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불청객들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동생 선혜와 쥐구멍을 메우고, 멧돼지 단골 출입로에 허수아비를 고군분투 중인데. 특히 올해 농사가 잘돼야 하는 이유. 입안이 헐고 온몸에 염증이 퍼지는 베체트병으로 고통 속에 사는 엄마와 사고로 몸이 불편한 아빠가 밥이라도 편히 드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제대로 된 치아 하나 없이 잇몸으로 버티는 엄마 아빠.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엄마와 아빠는 치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병원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올해 농사가 잘되면 엄마 아빠도 치과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성현이는 봄의 길목에서 작은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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