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조선 시대의 병역 의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남아 있는 자료도 부실할 뿐만 아니라 규정과 실제가 다른 경우도 종종 있고...여러 이유로 인해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규정이 확실했던 조선 초기의 병역체제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조의 병종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양인만이 병역 의무가 있는 걸로 아는데 초기에는 양반 자제들이나 일부 천민들도 병역을 이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내용은 양인만을 대상으로 하겠습니다. 일단 조선 전기의 병역의 종류에는 복무구분으로는 육군과 수군, 복무형태로는 정군(正軍), 봉족(奉足)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정군(正軍)은 요즘으로 치면 현역병에 속하고, 봉족(奉足 혹은 보인(保人))은 보충역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현역 대상연령은 16세에서 60세까지의 양인입니다. 정군은 말 그대로 실제적으로 군사훈련을 받고, 군생활을 하는 병역대상자들이며, 봉족은 정군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병역대상자들입니다. 정군과 봉족의 구분은 양인 중에서도 신분상이나 재산상(아마 재산상의 구분이 더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같은 양인끼리 신분차이가 나 봤자...)의 차이로 나눈다고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더 풍족한 층이 봉족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만...) 정부에서 일반 병사(즉 정군)들에게 따로 급여나 무기등을 마련해 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이를 보인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이러한 봉족제도가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봉족의 수는 많은 개정이 있었지만, 경국대전을 기본으로 해서 간단하게 보면...다음과 같습니다. 장정 2명을 1보라 하여, 갑사에게는 2보(양계갑사는 1명을 추가합니다) 일반 보병에게는 1보, 기병에게는 1보에 추가로 1명을 더하여 3명의 봉족이 배당되며, 수군 역시 보병과 마찬가지로 1보가 배당됩니다. 정군과 보인의 구성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공부가 다 안 끝나서 확실하게 말하긴 힘든데 기록에는 가능한 내외친족...즉 친척들 중에서 구성하라고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병(정군)은 현재의 현역처럼 실제 군사훈련 및 군 생활을 하는 병종으로 이들은 근무지역에 따라 서울에서 근무하는 번상정병(番上正兵)과 지방 진영에서 근무하는 유방정병(留防正兵)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번상정병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정병 중에서 일부 병력을 차출하여 서울로 올라가 5위에 소속되어 수도방위의 임무를 하는 병사들입니다. 유방정병은 말 그대로 지방에 머무르면서 각 지방의 방위를 담당하는 병사들입니다. 조선시대의 군사제도 하에는 현재와 같이 일정 기간...예를 들어 2년 동안 현역으로 부대에서 근무한 이후 제대하면 예비군이나 기타 민방위로 편성되는 것이 아니라...60세까지 계속해서 현역의 병역 의무를 지니면서 일년에 몇 차례씩 교대로 복무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뭐...양인개병(良人皆兵)이니 병농일치(兵農一致)제니 하는 말들이 그것이죠. 그렇다면 실제 군 복무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 살펴보면... 정병의 근무기간과 근무교대횟수는 근무지역과 병종에 따라 다르고 육군과 수군에 따라 또 다르기 때문에 딱 꼬집어서 말하긴 힘듭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로 생각하면... 먼저 번상정병은 보통 1년에 8교대로 2개월씩 근무하며 유방정병은 4교대로 2개월씩 근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 평균적으로 번상정병은 1.5개월, 유방정병은 3개월 가량이 됩니다. 유방정병이 번상정병보다 복무기간이 배 정도 긴 것은 번상정병은 서울까지 가서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소요되는 경비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군의 경우는 1개월씩 2교대로 일년 평균 6개월여를 근무함으로써 최고로 힘든 병종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수군은 가족에게 세습되었기 때문에 수군은 모두가 기피하는 병종이기도 했습니다. 근무 기간동안 하는 일은 중앙군인 경우 궁성 수비, 도성의 치안 유지 및 성문 수비, 각종 군사 훈련 등이었으며 지방군은 매월 정해진 기간에 군사훈련을 받았다고 합니다. 거기다가...추가해서 요역이라해서 각종 토목 공사등에 동원되는 일이죠. 사실...(별다른 전란이 없었던 조선 초기에는 여기에 동원되는 일이 많았을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병역 면제자들에 대해서 간단히 적어 보면... 원래부터 병역 면제 대상은 16세 미만의 미성년자, 60세 이상의 고령자 및 여자의 경우는 군역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리고 병역대상자 중에서 면제 대상은 질병과 관련되어서는 불치의 병과 불구의 병에 걸린 사람은 병역에서 면제 되었습니다. 불치의 병이란 간질병, 청맹과니, 팔다리 넷 중 둘 이상 쓸 수 없는 병을 뜻하며, 불구의 병이란 천치, 벙어리, 난쟁이, 곱사등이, 팔다리 넷 중 하나라도 쓰지 못하는 병을 뜻합니다. 또한 특수한 경우의 면제자들은 불치,불구의 병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아들과 70세 이상된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아들은 아들 중 한 사람만, 90세 이상된 노부모를 모시는 아들은 모두 면제되었습니다. 이들 중 아들이 죽으면 손자 한사람, 친손자가 없으면 외손자 한 사람이 군역에서 면제됩니다. 그리고 향리등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이들도 일부 군역을 면제 받을 수 있었습니다.(물론 이 경우 불법이 더 많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