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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패밀리 - 범죄의 역사

운영자 2009.08.06 16:22:29
조회 2270 추천 5 댓글 3

  정 패밀리 - 범죄의 역사


  아무튼 나는 정 패밀리 담당 검사로 확정이 됐다. 지금까지 내가 맡아 온 어떤 범죄 조직보다 거대한 범죄의 산봉우리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엄청난 압력이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으로 태풍이 불지도 모를 일이었다. 긴장감과 함께 새삼 자신감이 치솟았다.


  이 사건의 담당 검사로 확정되자 나는 정씨 일당의 주변 및 비호세력에 대한 은밀한 내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전에 이미 확보해 놓은 자료를 검토하고 몇 가지 의혹과 혐의를 더 추가했는데 그 중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실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무렵 정씨들도 내가 자신들을 내사하는 줄 알고 있었으나 조무래기 검사의 만용 정도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슬롯 머신 지분 관계로 전국에 미제 살인 사건이 서너 건 발생했을 정도로 슬롯 머신업은 폭력배들의 주요 자금원이었다. 따라서 '범죄와의 전쟁'을 명실상부하게 '승리'로 이끌려면 폭력이 기생하는 온상 자체를 파헤쳐 그 어두운 모습을 밝은 햇살 아래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1992년 10월경 나는 대검 강력부에 강력검사 논문을 제출했다. <조직 폭력에 대한 수사상의 제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나는 정 패밀리와 그의 비호 세력에 대한 처단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 논문은 내가 이 년 동안 강력부 검사로 활동하면서 내 나름대로 조직 폭력의 뿌리를 뽑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과 문제점을 정리한 것으로 정덕진이라는 실명을 받아 정면으로 그를 처단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그 해 가을부터 재개된 정 패밀리에 대한 내사는 해를 넘겨 1993년 1월까지 계속되었다. 뚜렷한 확증은 없지만 그들을 추궁할 수 있는 자료들은 많은 양이 수집되었다. 2월에 들어서는 정씨 형제들이 경영하는 슬롯 머신 업소에 직접 찾아가 게임을 해보면서 슬롯 머신 업계의 운영 형태를 눈여겨보기도 했다.


  이때 나는 파견 경찰관인 송 형사를 데리고 다녔는데 친구들로부터 지원 받은 3백만 원을 한 달 동안 슬롯 머신 게임 업소에 모두 소비해 버렸다. 나중에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때 수사 동기에 대한 각종 음해를 받은 일이 있는데 그때 내가 3백만 원을 소비한 사실이 부풀려져서 돌아왔다.


  이 무렵 나는 정씨의 배후에 검찰, 경찰, 안기부, 정치인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고 이들과 정씨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긴밀한 공생 관계를 오래 전부터 이루어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울러 김태촌 공갈 사건을 수사하면서 왜 정씨들은 수사하지 못했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정씨들의 해외 재산 도피 부분도 확증은 잡지 못했지만 상당 부분이 사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울러 1990년 10월부터 1991년 2월까지 청와대 사정비서관의 주도로 국세청이 조사한 정씨 형제들에 대한 탈세 자료가 있음에도 수백억 원의 추징에만 그치고 고발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씨 형제들에 대한 대강의 문제점을 강력부장에게 보고했다. 보고와 함께 나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했다.


  "현재 보고라인에 있는 검찰 고위 간부가 이 사건과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수사를 할 수가 없고 3월 정기 인사때 보고 라인이 바뀌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보고하니 강력 부장도 아무런 말 없이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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