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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 세력을 차단하라 3

운영자 2009.08.19 14:37:26
조회 2628 추천 1 댓글 3

  비호 세력을 차단하라

  두 번째 걸친 언론의 직격탄은 정씨 형제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갔고 그들은 살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정덕진이 호남 출신 칼잡이를 동원하여 개포동 주공아파트 내 집 근처에 잠복시킨 일이었다. 정덕진은 이들에게 "홍 검사를 테러하되 두 달 정도만 입원하도록 치라"고 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나는 그들과 조우하지 않았다. 한 번은 밤 12시까지 그들이 대기했는데 내가 사무실에서 새벽까지 일하는 바람에 조우하지 못했고, 또 한번은 그들은 밤새 지켰으나 내가 그날 철야 수사를 했기 때문에 그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정덕진은 두 번에 걸친 테러 계획이 실패하자 이를 운명이라 여기고 나에 대한 테러로 문제로 해결하려던 계획을 포기, 법적 대응 쪽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이 부분은 수사 도중 정덕진이 나와 마음을 트고 자유로운 대화를 할 때 내게 해준 섬뜩한 말이다.


  나는 정덕진에게 자진 출두를 하도록 강요했다. 그리고 정덕진의 무선 전화 번호를 알아낸 후 그와 무선 전화로 여러 차례에 걸쳐 통화를 했다. 전화로 첫 대면한 나는 정덕진에게 요구했다.


  "자진 출두하여 혐의 사실을 해명하라."

  "언젠가 자진 출두하여 해명하겠다."


  정덕진도 말은 그렇게 했으나 쉽게 출두할 인물은 아니었다. 출두는 커녕 정덕진이 해외 밀항을 기도한다는 첩보가 날아들었다. 그로서는 충분히 궁리해 볼 만한 대책이었을 것이다. 나는 즉시 정덕진의 사진을 전국의 공항, 항만에 배포하여 정덕진이 안경, 수염 등으로 위장할 가능성까지 대비하여 밀항을 저지하도록 조치했다. 그와 함께 정덕진, 덕일 형제와 그 밑에 있는 사장단, 동업자 등 열네 명을 조세 포탈의 공범으로 전격적으로 출국 금지시켰다.


  정덕진은 나와 통화하면서 출두키로 한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약속 날짜가 1993년 5월 2일 월요일 오후 4시로 정해졌다. 그 해 4월 말 토요일 나는 유창종 부장에게 정덕진 체포 계획을 보고했다.


  "정덕진이 두 번이나 약속을 어겼고, 월요일 오후에 들어오겠다는 약속이 있긴 하지만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지금 해외로 도피할 기회를 엿보거나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분명하므로 그의 행방을 찾아 체포하겠습니다."


  처음 《조선일보》에 기사가 나갈 때부터 수사관들을 총동원하여 정덕진의 동태를 살피고 있던 나는 그가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청담동 에머랄드 호텔에서 숙식을 하면서 커피숍에서 정덕일 및 그 밑의 휘하 직원들과 매일 모여서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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