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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이 뒤에서 부연을 안고 단향곡 나무를 같이 올려다 본다.
“이 나무에서 나 홀로 보냈던 시간이 훨씬 더 길었는데, 어째서 누군가가 나를 데리러 올 거라 기대하고 있었을까?”
“약속을 했으니까, 나를 기억하지 못했어도 함께 하자는 약속은 기억하고 나를 기다린 거야.”


욱과 부연이 계곡을 건너고 있다. 욱이 먼저 건넌 후 부연을 돌아본다. 긴 치마 자락을 붙잡고 살짝 비틀거리는 부연을 보고 욱이 손을 내민다. 배시시 웃던 부연이 그 손을 잡고 폴짝 건넌 후 안 놔준다.
“그때 안고 가라니까 내팽개치고 갔지?”
싱긋 웃던 욱이 부연을 번쩍 안고 다정한 눈빛으로 본다.
“자, 됐지.”
“우리의 약속이 잠시 허락된 거라면 그저 그립고, 보고 싶어 만난 여느 평범한 연인인 듯 함께 하자.”


욱과 부연이 손을 잡고 밤나무 숲으로 온다.
“아, 산밤이 벌써 열렸네?”
부연이 쪼그려 앉아서 반질반질 윤기 나는 알밤을 집어 든다.
“그러네?”
“밥해 먹을까?”
“그럴까? 너, 옛날에 나 밥 지을 때 물건 막 집어 던진 거 기억나?”
“그랬나?”
“그랬나? 너 나한테 칼도 집어 던졌어.”
“이렇게?”
“하지 마.”
“아니다. 나 이렇게 던진 거 같다.”
부연과 욱은 서로에게 알밤을 던지며 아이처럼 활짝 웃는다. 욱이 도망가는 부연을 쫓아가 잡는다. 그러곤 햇살처럼 밝게 웃는 부연을 꼭 껴안아 준다.
“그래 그리 애틋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평범한 날들의 어느 하루인 것처럼 그렇게 너를 끝까지 지켜봐 줄게.”
“오랜만에 밤밥을 해봐야겠다. 너도 좋아하고 이 선생님도 좋아하시고.”
“이 선생님?”
“지금 단향곡 처소에 계셔, 그분이 날 여기로 데려오셨어.”
부연의 회상
만장회장에서 나오는 부연의 앞에 이 선생이 서 있다.
“만장회가 장욱의 얼음돌을 너에게 꺼내라 했느냐?”
“그럴 수 없다. 했습니다. 아직 그가 잡아야 할 환혼인이 남아 있으니까요.”
“장욱에게 붙잡히기로 결심했군. 그럼 단향곡으로 가라. 너희들이 여기까지 온 데는 내 책임도 있는데 예전처럼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 순 없겠다. 나도 내가 할 일을 해야지.”

현재, 단향곡 처소.
“저희를 두고 하실 일이 무엇입니까?”
“예전 너희 둘이 도련님 하인이라 해도 그냥 뒀고, 스승 제자임을 알아도 모른 척 그냥 두었다. 헌데 잡고 잡히는 관계라는데 그건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둘 관계에 마무리를 지어주려 한다.”
“저를 살려주신 분이니 어떤 결정을 하셔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뭘 시켜도 따르겠느냐?”
욱이 부연의 손을 잡는다. 깊은 시선을 나누던 두 사람은 단단한 눈빛으로 이 선생을 쳐다본다.
“그럼 두 사람... 혼례식을 올려라, 내가 증인이 될 테니 정식으로 부부가 되거라.”
두 사람은 뭉클한 얼굴로 서로의 손을 더 힘주어 잡는다. 이 선생이 일어선다.
“서둘러 준비하자. 날도 좋으니 후딱 치르자.”
“예.”
이 선생은 나가고 두 사람은 맑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숲
욱과 부연이 이 선생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너희 둘 무슨 사제식 하니? 아! 내 제자 하려고? 오늘부터 단근 차 마시고 단! 근! 할 거야?”
“아니요.”
“오 싫습니다.”
“혼례식이면 서로 마주 봐야 할 거 아니냐?”
“아, 어”
둘은 서로를 마주 본다.
“혼례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부로 인정받는 의뢰이기도 하지만 하늘에 다 고하는 의뢰이기도 하다 둘이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러니 함부로 갈라놓지 못한다, 보고하는 것이다. 그럼 장씨 집안 장욱과 너는 그러고 보니 이름이 넷이구나. 태어나면 조영으로 살다가 살수 낙수로 컸고 무덕이로 살다가 지금은 진부연이지.”
“하나의 이름으로 제대로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러주랴?”
“태어나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조영이 좋겠습니다.”
“욱과 영 너의 이름은 빛이고 너의 이름은 그림자구나. 빛과 그림자라 어쩜 너흰 처음부터 운명인가 보다. 그럼 장욱과 조영의 혼례를 시작하겠다.”
부연이 말갛게 웃는다. 이 선생이 술잔에 술을 따른다. 그러곤 욱에게 내민다.
“합환주다.”
두 손으로 술잔을 받은 욱은 부연을 바라본다. 그 시선을 마주하던 부연은 과거를 떠올린다.
“그거 마시면 우리 정말 부부가 되는 거다? 쭉 마셔.”
합환주를 마시는 욱을 보던 부연은 또 회상에 잠긴다.
“이걸 끄면 널 데리고 가줄게.”
“우린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좋아했었다.”
부연은 욱에게 합환주를 받아서 마신다.
“이 정도 거리에서 계속 니 옆에 있을 거야, 약속이다.”
욱이 부연과 손깍지를 끼던 일을 떠올린다.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돌았나 보다.”
“널 그런 쓸모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렇게 현실에서 그 앨 대신해 준다는데.”
“어쨌든 이 손은 내 손이고 이 손으로 널 안아도 재워도 그건 나야. 그러니까 이렇게 보고 있을 땐 정신 차리고 똑바로 봐줘.”
“예쁘네.”
“돌지 말고 똑바로 보라며요 정신 차리고 한번 봐보려고.”
“그러면 나, 너가 나를 위해 어두운 밤에 불빛을 불러줬다고 자랑할 거다?”
“그래. 그랬다고 해.”
“나는 내 방을 찾을 거야, 내가 진짜 누군지 제대로 생각해내고 잘 꾸며 둘거야. 그땐 헷갈리지 말고 잘 찾아와, 따뜻하게 쉴 수 있게 해줄게.”
“그냥 보고 싶고 널 봐야겠어서 왔어.”
욱은 촛불 끄는 시늉을 하는 부연에게 입을 맞추던 일도 떠올린다.
“난 처음부터 좋았다?”
“첫눈에 알아봤다. 나의 서방님.”
현재.
“이제 두 사람은 부부다. 혼례를 치러 하늘에도 고했으니 부디 오래 함께 하거라. 내가 그 긴 세월 봐 온 부부 중에 가장 예쁘구나.”
화관을 쓰고 말갛게 웃는 부연과 빙그레 미소 짓는 욱은 서로에게서 다정한 눈빛을 떼지 못한다. 두 사람 위로 오후의 햇빛이 찬란하게 쏟아진다.

해질녘
“내가 널 여기까지 데리고 올라와 주기로 했었지, 니 말처럼 정말 다 보이네 좋다.”
부연과 욱은 큰 나무 제일 꼭대기에 마주 보고 서 있다.
“이렇게 널 보고 있으니까 아주 오랜만에 만난 것도 같고 바로 어제 만났던 것도 같고 기분이 좀 이상해.”
욱은 부연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부연이 그런 욱의 손을 가져가서 잡는다.
“아주 예전에 잡았었던 손인 것도 같고, 얼마 전에 처음 잡아본 손인 것도 같고.”
“나는 아주 또렷해졌는데, 나는 계속 똑바로 너를 보고 있었던 거야. 첫눈에 알아본 그때처럼 눈 속에 푸른 빛을 가진...”
욱은 부연의 볼을 한 손으로 감싸고 눈을 들여다 본다.
“너를.”
욱은 단향곡 처소에서 푸른 자국이 꽃처럼 피어 있는 부연의 눈에 입을 맞추던 일을 떠올린다.
현재, 부연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욱을 올려다 본다.

이날 밤 단향곡 처소
이 선생이 쌀 항아리의 쌀을 확인하고 뚜껑을 덮는다.
“허염이가 내가 올 때를 대비해서 먹을 것도 퍼다 놓고 나무도 잔뜩 해놨더라. 한 달은 이곳에서 지낼 수 있을 거다.”
“한 달이요?”
“왜? 너무 짧으냐?”
“긴 시간을 바라고 온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는 각오로 온 겁니다. 그게 한 달이 될지 보름이 될지 아니 단 며칠이 될진 모르지만 세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내일이 있는 오늘처럼 보낼 겁니다.”
“낙수의 기억이 얼마나 돌아온 거냐?”
“아직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이 있어요.”
“너의 마지막 순간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고 싶다고 했지.”
욱의 회상, 큰 나무 꼭대기 위
“아마 그 순간이 내가 마지막으로 찾게 되는 기억일 거야.”
부연이 욱의 손을 잡아 깍지 낀다.
“마지막 기억이 떠오르면 이렇게 신호를 줄게,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전해줄게. 너에게 전하는... 내 마지막 연서가 될 거야.”
욱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는다.
현재,
“예전 서경 선생님께서 연서를 쓰고도 왜 전하지 않았나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차마 전하지 못하는 마지막 마음이 어떤 건가,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그 연서를 받을 분이 진설란이셨지. 부디 너희들의 연서가 그분께도 닿았으면 좋겠구나.”
출처: 네이버 블로그 펑데펑마
https://blog.naver.com/dpsxlr0113/222985991952 (캡쳐 합짤)
https://galpinote.tistory.com/617 (움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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