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꿈쩍않는`독한 학원비`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김인경 씨(39)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불안감이 커져 최근 남편 용돈부터 교통비까지 허리띠를 졸라맸다. 하지만 단 하나, 한 달에 80만원 정도 나가는 두 아이 학원비는 그대로다.

김씨는 "두 아이에게 수학ㆍ과학ㆍ영어 학원과 피아노, 한자 학습지를 시키고 있는데 다른 집 아이에 비해 적게 다니는 편이어서 솔직히 뺄 게 없다"며 "지독한 불황에 학원비 부담이라도 줄어들면 좋겠지만 그게 맘대로 되겠느냐"고 푸념했다.

경기 침체로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학원비는 요지부동이다.

"다른 건 다 줄여도 교육비는 어림없다"는 교육열에다 설령 수요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망해도 수강료는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학원업계의 불문율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초등생 영어학원장은 "학생이 줄어든다고 학원비를 낮추고 덤핑하면 학원이 망한다고 광고하는 꼴"이라며 "학원이 밀집한 동네마다 암묵적으로 정한 수준이 있어 조금씩 학원비를 올려 받고 있기 때문에 한 학원이 독단적으로 수강료를 높이거나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이 학원비 단속을 나갈 때마다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고액 학원이 걸려들고 있다.

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원 특별단속 결과, 고액 과외 및 불법 운영 학원 172개를 적발해 이 가운데 수강료를 초과 징수한 학원 79개에 대해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3개 학원은 교육청에 신고한 수강료보다 최고 94% 초과 징수해 적발되기도 했다.

양기훈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진흥과 사무관은 "사교육업계에서 학원비를 자발적으로 낮춘 적은 없다"며 "불황이어서 원생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시교육청 차원에서 학원비 경감대책 단속을 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학부모들에게서 그 학원에 가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인정을 받는 학원은 독점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어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아도 학원비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학원비를 낮추는 학원은 그 순간부터 경쟁력이 없는 학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3일 대학 수학능력시험 이후 단기 고액 논술과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능 이후 10여 일 사이에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이 수시2학기 논술시험을 보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일주일에 수백만 원짜리 고액 과외가 성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논술학원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강남 분당 등 일부 지역에선 일주일에 300만~500만원짜리 비정상적인 고액 논술과외가 암암리에 진행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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