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5일까지 대법원에 재상고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법조인들은 “이 부회장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징역 10년 미만 선고 사건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으로선 ‘법리 오해’를 문제 삼아야 하는데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받은 만큼 상고해도 실익이 없을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재상고를 포기하면 형은 그대로 확정된다. 그 경우 ‘취업 제한’이라는 또 다른 벽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는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유죄 판결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취업 제한 기업체 범주엔 ‘공범이 재직한 회사’도 포함된다”며 “86억원 횡령 혐의를 받은 이 부회장의 경우,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공범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취업 제한 기간은 형 집행이 끝나거나 사면(또는 가석방)된 날로부터 5년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도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2013년 회삿돈 450억원 횡령이 유죄로 확정됐던 최태원 SK 회장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당시 보수를 받지 않으면서 논란을 비켜갔다. 무보수로 일하면 ‘취업’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 부회장은 이미 무보수로 근무 중이며 2019년 10월 등기임원에서도 빠졌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취업 제한이 기존 재직을 포함하는 것인지 새 취업에만 적용돼야 하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특경가법의 해당 조항은 취업 제한이 지켜지지 않을 때 ‘법무부 장관이 기업체의 장(長)에게 해임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까지 법무부가 그와 같은 해임 요구권을 발동한 전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