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자존심이 있어. 그깟 반포자이 60평에 내가 휘둘릴줄 알아?'

'나도 당당하고 자립심 있는 여자라고. 쪽방에 살아도 내 줏대껏 살지 그깟 집한채에 내가 굴복할 여자일줄 알아?'

선미는 그렇게 자신감에 찬 어조로 되뇌였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1.5억의 자산으로 갈수있는 곳은 어느 한 허름한 빌라촌뿐이었다.

조선족들과 노가다쟁이들이 주 주민층을 이루는 그곳이라지만 선미는 그래도 당당했다.

때마침 배가 출출해 들른 동네의 어느 한 허름한 식당.

현란한 화장을 한 조선족 아주머니가 서빙을 하고, 노가다 십장같은 모습을 한 사내들이 낮술을 하고 있었다.

'아, 이게 아닌데..' 선미는 왠지 모를 혼란스러움에 휩싸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나 반포자이 60평 거절한 여자야!'

애써 주문을 외우듯 속으로 여러번을 외쳤지만 어딘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것만 같았다.

대충 허기를 채우고 식당을 나서 미래의 아이가 다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있을까 동네를 둘러보았다 발견한 한 어린이집.

어린 나이임에도 현란한 염색머리와 스크래치 머리를 한 아이들이 살벌한 욕설을 하며 난폭하게 놀고 있는 장면이 마음에 걸렸다.

'내 아이가 저런곳을 다녀야 한다고..?'

선미는 다시금 어딘가 후회가 밀려왔지만 다시한번 나는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여자라는 것을 상기했다.

아이가 클 때쯤이면 돈을 모아서 반드시 이 동네를 탈출할 것이라고, 나름 자줏빛 미래를 그려보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었다.

" 내가 못살아!!!!!!!!!!!!!!!!!!!!!!! - 우리 이혼해! 이혼하자고! "
하루가 멀다 하고 또 시작된 윗집의 부부싸움.

용달차 운전기사인 남편은 경마 도박으로 1억을 날리고,
이제 곧 그 다세대 빌라 마저도 경매로 넘어가게 생긴 상황이란다.
내가 왜 도대체 이런 남의 막장 가정사까지 알아야 하는가 화가 나지만 선미를 다시 한번 되뇌였다.

'나 반포자이 60평 버린 여자야!"

답답한 선미는 밖으로 나와 반포60평 남자 앞에서 조신녀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끊었던 담배를 입에 처음으로 다시 물었다.

선미 아랫집에 사는 방치된 지체 장애 아이가 목덜미가 잔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선미를 보면서 헤헤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