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지선 '태풍의 눈' 떠오른 연수구

이재명 전국지지모임 인천조직
상임대표에 4명중 3명이 '선임'
집행위원 등 임원진 다수 포함

박남춘과는 여러 현안 '대립각'

'이준석 친분' 정승연 등 기지개

인천 연수구 지역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정치 기상도를 바꾸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인천과는 큰 인연이 없던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군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세가 커지고 있고,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이준석 당 대표 선출 이후 당내 입지가 예전보다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송도국제도시는 화물차 주차장 등 여러 현안으로 인천시와 주민 간 갈등이 큰 상황이다.

이달 17일 출범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국 단위 지지 모임의 인천 조직인 '인천민주평화광장'은 상임대표 4명 중 3명을 공교롭게도 연수구 지역 정치인으로 선임했다.

지난달 중앙 민주평화광장 창립 때부터 인천 조직 구축을 주도한 정치인 중 한 명인 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을) 국회의원, 인천 기초자치단체장 참여를 독려한 고남석 연수구청장, 막판 합류한 박찬대(인천 연수갑) 국회의원이다.

나머지 1명은 정치권 인사가 아니라 시민사회계 대표인 양재덕 실업극복인천본부 이사장이다.

상임대표뿐 아니라 공동대표, 고문, 집행위원 등 임원진에 연수구에서 활동하는 인천시의원, 연수구의원, 사회단체장, 직능단체장 다수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다른 유력 대선 후보군과는 달리 이재명 지사는 인천 지역과 인연이 깊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연수구가 인천에서 이재명 지사와 접점을 갖는 중심지가 돼 가는 모양새다.

인천민주평화광장 관계자는 "인천민주평화광장은 정일영 의원,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 박우섭 전 미추홀구청장이 함께 출범 준비를 했다"며 "미추홀구, 연수구, 부평구 등에서 지역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했는데, 공교롭게 상임대표가 연수구 정치인들로 선임됐다"고 말했다.

재선 도전에 나서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총지휘할 박남춘 인천시장과 연수구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박찬대 의원은 인천 지역 국회의원 중 박남춘 시장과 가장 가깝다고 알려졌으나, 정일영 의원과 고남석 구청장은 여러 현안으로 박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현안이 아암물류2단지(송도 9공구) 화물차 주차장 조성사업과 자원순환센터(소각시설) 확충 계획이다.

송도 주민들은 인천시 추진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정 의원 등 지역구 정치인들도 주민들 뜻에 따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인천시가 추진하는 현안사업을 계속해서 반대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같은 당이라도 박 시장을 드러내놓고 지지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차인 2018년 6월 지방선거와는 달리, 내년 3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 연수구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연수구 발(發) 정치 구도 재편이 인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여지도 크다. 이 같은 기류 속 박남춘 시장은 지난 18일 시청에서 민주당 소속 계양구, 중구, 동구, 남동구, 연수구, 미추홀구 기초의원들을 잇따라 만나며 "우리는 영원히 원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연수구 정치인들도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들을 총괄하는 정승연 연수갑 당협위원장과 민현주 연수을 당협 조직위원장은 '유승민계'로 꼽히며, 이준석 당 대표와도 가깝다고 알려졌다. 이들도 최근 당내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타고 있어 지역 정치 지형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