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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4.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의 '경험'이 중요하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16 13:51:33
조회 2552 추천 4 댓글 5
[IT동아]

[편집자주 /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SF영화에서나 보던 상상의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현실과 실제가 되어,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에 인공지능에 관한 보편적 지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가볍게 알아 둘 만합니다. 이 연재에서는 인공지능의 역사부터 일상/산업 내 융합, 국내외 인공지능 산업 현황, 인공지능 관련 최신 트렌드, 근미래의 인공지능 융합기술 등, 필자가 오랜 동안 현업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하나씩 독자와 공유합니다.]

1부 - 환갑이 훌쩍 넘은 인공지능의 어제와 오늘 (https://it.donga.com/102301/)

2부 -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높여라 (https://it.donga.com/102418/)

3부 - 인공지능 산업/기업을 지원,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 (https://it.donga.com/102543/)

본 연재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이제 전체 산업 분야 내 폭넓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고, 우리 일상에도 생각보다 깊게 들어와 있다. 앞으로는 누구나 자연스럽고 간편하게 인공지능 융합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리라 예상한다.

이전 연재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학습 결과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과 초기 데이터 준비/학습에 많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사업에 적용하는 융합기업들은 대부분 새로운 사업모델의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물론 기존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여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도 사용한다.)

즉 그들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누구도 진출하지 않은 이른 바, ‘이머징 시장(Emerging Market, 개척 신흥시장)’에 도전함을 의미한다.

아래 그림으로 보듯, 인공지능 융합기업은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해결할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위한 인공지능 모델을 설계한 뒤 관련 데이터를 수집, 가공해 학습을 준비하는 단계를 거친다.


인공지능 융합기업의 인공지능/머신러닝 활용 프로세스



학습이 완료되면 비즈니스 목적에 맞는 지를 검토해, 최종적으로 비즈니스에 적용(Model Deploy)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수학문제의 정답을 풀어 알려 주는 게 아니라, 학습에 의한 '확률'을 토대로 예측을 하는 것이다.

이 확률 토대의 예측이란 것에서 그 해석의 차이가 발생한다. 아래 그림처럼, 삼각형과 사각형 분포 데이터를 토대로, 삼각형과 사각형을 구분하는 그래프를 학습한 인공지능을 예로 들어본다. (1부 연재에서 다룬 그래프와 유사하다.)


삼각형과 사각형을 판단하는 그래프를 학습한 인공지능의 판단 예



그래프 중간의 붉은 선상에 정확하게 위치한 특정 도형을 입력으로 주었을 경우 인공지능은 어떤 결과를 낼까?

아마도 '50% 확률로 세모' 혹은 '50% 확률로 네모'라는 결과를 낼 것이다. 만약 이 도형이 세모였다면, '50% 확률로 세모'라는 결과가 맞다고 결론 내어 학습될 수 있을까? 또는 '50% 확률의 네모'는 틀린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단순히 학습이 잘될 것 같은 데이터를 수집, 가공하는 것뿐 아니라, 해석에 대한 경험도 필요하다. 역설적이게도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인간의 '경험적 지식(heuristic)'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아래 사진으로 보듯,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동영상 분석 학습이 되어 있는 인공지능 모델에, 산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입력으로 넣었다고 가정하자.


AWS 딥러닝 기반 이미지 및 동영상 분석 예 (출처: Amazon Rekognition 솔루션 설명 자료 캡처)



이때 사람을 구별해 사람으로 정확히 인식할 확률이 99.3%, 바위는 바위로 인식할 확률이 82.8%로, 각각의 사물을 분리, 인식해 확률을 기반으로 물체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알려줄 것이다.

이 정도의 확률로 사물을 인식한다면 인공지능이 잘 동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50% 확률보다는 확실히 높으니, 예측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최소 99% 이상의 확률로 예측돼야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잘 동작하지 않는 수준이라 해야 할까?

아마도 이는 자신이 만들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즉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사용자 경험(UX)에 따라 비즈니스에 사용 여부가 결정된다. 인공지능에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용자 경험이나 고객 경험이라는 걸 알기 위해, 시선, 뇌파, fMRI 같은 과학 장비를 활용한다. 또는 관찰, 질문, 토론 등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미리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전에 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하던 시절, 투자를 받기 위해 많은 기관투자자들을 만났던 때가 있다. 실리콘밸리 IT분야 1세대인 애플이나 IBM, 마이크로소프트, HP 등의 창업자들은, 손에 잡히는 유형의 제품에 익숙한 세대들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도 (무형의) 소프트웨어를 케이스에 담아서, 유형의 무엇인가를 고객 손에 쥐어 주어야 그 가치를 느끼고 체험했던 기업이다. 자신의 성공을 발판으로 후배들을 위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지원하여, 투자와 비즈니스 개발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주요 엑시트(Exit) 모델을 상장(IPO)에서 M&A(인수합병)로 바꾸어, 스타트업 생태계 변화를 구축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에게 IT 신세대들이 등장했다. 페이스북(현재는 메타)은 사람들의 사회 관계를 그래프 이론 바탕으로 구현하면, 사람이 모이고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말하며 투자를 요청했다. 유튜브는 플랫폼을 잘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콘텐츠를 무상으로 올릴 것이고, 이를 토대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투자를 호소했다.

앞선 IT 1세대들의 경험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고, 투자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설명이었다. IT 신세대들은 대부분 대략 18개월 이후부터 괄목할 매출을 기록했고,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갔다. 앞 세대들의 경험에서는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기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우며 투자를 요청하면 ‘젊은 친구들이 뭔가 큰 뜻이 있겠지’라며 흘겨 넘겼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관해 전 세계에서 가장 관대하다고 말하는 실리콘밸리 마저도 불과 20년 전만 해도, 앞 세대들의 경험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융합산업의 대부분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인공지능 모델을 설계한 뒤 데이터를 모아 학습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기에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 결과조차 확률로 나오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에 대한 실증 없이 결과가 고객에게 받아들여질 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내용 검증을 위한 미국 MIT식 리빙랩(지역사회 문제해결 집단/공동체)이나 고객접점에서 상용 수준의 제품을 실증하는 유럽식 리빙랩 같은 방법론이 존재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융합산업에는 그 정도가 거의 모든 것에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 반도체를 만들어 특정영역에서 추론 성능을 높인 회사의 경우, 최소 1년 정도의 추론 결과를 레퍼런스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증을 통한 레퍼런스를 만드는데 도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역이 많다. 이를 '시티 스케일 실증(City Scale Reference, 도시 규모 실증)'라고 한다. 인공지능 융합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도시 규모의 데이터와 공공과 민간부분의 협력을 통해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한 플랫폼을 도시 규모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 규모 실증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활용하는 지역이 바로 중국과 유럽이다. 중국의 경우 충칭시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인프라를 구축해,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등 관련 대기업과의 협력 및 투자 유치를 실시하고 있다. 주로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인공지능 및 첨단분야에서 거대 실증 인프라를 마련하는 중이다.

또한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는 교통문제 같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트윈,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솔루션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다. 이에 공공 데이터를 통한 문제해결과 이를 토대로 한 도시규모 플랫폼인 ‘시티 브레인(City Brain)’을 발표하고 실행하고 있다. 시티 브레인은 아시아 20여개 도시에 맞춤형 솔루션으로 수출도 이뤄졌다.


항저우시의 시티 브레인 (출처=바이두 ET Brain 설명 자료)



알리바바의 'ET Brain'를 기반으로 한 시티 브레인은 교통신호 제어를 통한 실시간 교통체증 해소, 교통사고 실시간 감지, 대중교통 스케줄의 효율적 관리로 비용 절감과 수송 능력 향상, 범죄 추적, 화재/가스감지/재난상황 예측 시민 알림 등 공공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한다.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시민이 체감하며 실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싱가폴 역시 '버추얼 싱가폴(Virtual Singapore)'이라는 가상 싱가폴 플랫폼을 만들어, 도시 전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태양광 패널의 최적 설치 지역과 예상 발전량, 아파트 밀집지역 내 유독가스 사고시 피해 범위 예측 등 도시 전체에 디지털 혜택을 적용하고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융합산업 플랫폼이다.


버추얼 싱가폴 (출처: 구글이미지 캡처)



이외 유럽 덴마크의 코펜하겐, 영국의 런던 등 여러 국가에서 도시 규모의 실증 플랫폼을 만들고, 공공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인공지능집적단지와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있는 광주광역시를 인공지능 혁신거점으로 삼고, 지난해부터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 의결하고 인공지능 융합산업을 위한 실증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이다.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의 대단위 컴퓨팅 파워와 저장공간을 활용하여, 자율주행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분야에 실증 센터를 만들어 해당 기업에게 각종 관련 장비와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헬스케어 실증센터의 경우 광주광역시 빛고을 건강타운에 설치해 모든 시민이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다. 모든 헬스케어 기업이 제품을 시민에게 제공하고, 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마이데이터 활용을 위한 체계도 만들었다. 또한 작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 반도체 실증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는 실제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토대로 한 실증과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실증 사업을 대구광역시, 제주도와 함께 초광역권으로 진행 중이다.

그중 자율주행 관련해서는 국내 최대규모의 '인공지능 기반 초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도 제작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가상환경 시뮬레이터



위 그림에서 보듯, 자율주행 자동차를 그대로 캐빈에 넣어 직접 테스트하고 주행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작년부터는 각종 센서를 장착한 차량을 통해 비전 데이터를 비롯한 실제 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완성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센서 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콘텐츠 업체 등 실제 도로운행 허가를 받기가 어려운 모든 자율주행 관련 기업의 지원 환경과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다. 더불어, 실제 도로주행에서는 테스트하기 곤란한 사고환경이나 특정상황을 구현해,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응 차이 같은 레퍼런스도 만들 수 있게 구성된다.

이렇듯 인공지능 융합산업은 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환경의 성능 검증 외에도, 사업 모델과 아이디어에 대해 실제 동작하는 레퍼런스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위한 플랫폼은 국가와 지자체 단위에서 제공해야 한다. 도시 규모 실증은 이제, 인공지능 융합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향후 이러한 인공지능 관련 요소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고 발전되는지 관심 갖고 바라보면, 새로운 활용 아이디어를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글 /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곽재도 본부장

미국 뉴욕 소재 로체스터 대학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공부한 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술 PD로 재직하며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했다. 현재 대통령 소속 지식재산위원회 4,5,6기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소속으로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인공지능 산업융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집적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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