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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기대의 단계별·맞춤 제조창업 지원, 그 6개월 간의 여정 짚어보니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2.09 11: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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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1986년, 로버트 G 쿠퍼 박사는 ‘신제품으로 성공하기’라는 저서를 통해 ‘스테이지 게이트’라는 새로운 경영학 방법론을 제안한다. 스테이지 게이트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출시까지 여섯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가 끝날때마다 합격, 보완, 중단을 결정하는 프로젝트 및 신사업 관리 방식이다. 북미 기업의 80%가 스테이지게이트를 사용하며, P&G, 3M, BASF, 화이자 등 40여년 간 수 천개 기업에서 3000개 이상의 신제품 프로젝트에 도입했다.

스테이지게이트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발견(Discover)’ ▲ 기술 가능성 및 간이 사업성 등을 평가하는 ‘범위 정의(Scope)’ ▲시제품 제작 및 산출물 등을 구축하는 ‘설계(Design)’ ▲시제품 신뢰성 및 사업성 검증, 고객 시험 및 의견 등을 수렴하는 ‘개발(Develop)’ ▲제품 양산 및 목표치, 규제 등을 점검하는 ‘확장/양산 준비(Scale Up)’ ▲시장 대응 및 KPI(핵심 성과지표) 확인, 초기 성과 등을 점검하는 ‘출시(Launch)’ 과정으로 나뉜다. 사업의 가능성을 가다듬고 한정된 시간과 예산 안에 유망한 과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스테이지 게이트의 핵심이다.

제조창업 지원 위해 기관이 준비한 한국형 ‘스테이지 게이트’


이러한 방법론은 가능성이 적은 프로젝트를 조기에 정리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문제는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면 스테이지게이트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 스타트업 규모에서는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는 커녕 하나의 프로젝트를 한 번에 성공해야 살아남는 상황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센터 입구 / 출처=IT동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센터(이하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는 서울 동북권 제조창업 스타트업의 체계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단계적 지원 프로그램인 ‘제품개발 패키지’를 운영한다. 제품개발 패키지는 상품성 진단, 소싱디렉팅, 제품개발, 브랜딩 및 성장 마케팅까지 네 단계에 걸쳐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 제조 스타트업의 눈높이에 맞춘 스테이지게이트를 통해 스타트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게 제품개발 패키지의 목표다. IT동아는 지난 간 진행된 제품개발 패키지의 현장과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이들의 성장 스토리와 지원책의 효용성을 직접 확인해봤다.

상품성 진단부터 소싱디렉팅으로 이어지는 상세 지원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는 지난 4월부터 예비창업자 및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했다. 선정 대상은 본인이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나 제품에 대한 상품성 및 수익모델 타당성을 점검받고, 시제품 제작 전 제품 기획력을 확인했다. 또한 대면 컨설팅을 통해 제품 제조 과정 구체화와 현실적인 사업 가능성을 확인했고, 결과물은 상품성 진단 보고서 형태로 발급됐다.

상품성 진단 참여 기업 중 사업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기업은 심사를 거쳐 이후 제품 제조 노하우 및 과정을 검토하는 소싱디렉팅과 시제품 제작까지 연계하는 제품개발, 추후 완성된 제품을 홍보하는 브랜딩 및 성장 마케팅 지원까지 연속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김진규 닷웨이브 대표(우측에서 두 번째)가 멘토와 제품 제조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이어서 6월부터 8월 사이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소싱 디렉팅이 진행됐다. 소싱 디렉팅은 창업가와 제조 전문가를 직접 연결해 제품 제조에 필요한 기술 조언부터 구체적인 제조, 네트워킹까지 지원하는 과정이다. 총 두 번의 디자인 컨설팅과 제조 컨설팅이 각각 진행되었다. 참가 기업 중 닷웨이브, 포부 두 개 기업의 소싱 디렉팅을 직접 참관했다.

김진규 닷웨이브 대표가 구상 중인 제품은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형태로 가구를 조립하고 만들 수 있는 구조다. 김진규 대표는 현실적인 제품 단가, 가공 방식에 대한 조언, 결과물의 적재 하중과 부속품 관련 조언을 요청했다. 김진규 대표는 “제품 제작은 처음이어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예측의 영역이었고, 제품을 설계해 생산 공장에 맡긴 뒤 바로 물류 센터로 보낼 생각이었다”라면서 “멘토링 덕분에 향후 과기대와 계약된 업체에 제품 제작을 의뢰하기로 했고, 또 간단한 부품은 직접 만들어 단가를 크게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받았다”라며 구체적인 도움 방안을 말했다.


고형선 포부 대표가 멘토들에게 조언받기에 앞서 제품 구동 방법 등을 설명 중이다 / 출처=IT동아



고형선 포부 대표는 완전히 자동화된 원스톱 바리스타 툴을 개발 중이다. 고형선 대표는 “시제품은 2024년 9월부터 자체 제작해오다가 기능적인 개선을 위해 소싱 디렉팅을 신청했다. 구체적으로는 기기에 탑재되는 스팀기의 시제품 개발 및 기계적 수정, 16온스 컵을 전자동으로 서빙하는 기능 개발이 필요하다”라면서, “제품 개발 시 필요한 전기전자, 소프트웨어까지는 가능한데 기계적인 부분은 도움이 필요하다. 멘토링을 통해 기계의 설계 및 제작, 외주 업체 선정 시 주의할 점 등을 조언받았고, 특정 제조 업체도 연결받았다”고 말했다.

소싱디렉팅에 이은 구체적인 제품개발 지원 이어져


소싱 디렉팅 이후 닷웨이브와 포부를 비롯한 10개 기업은 11월 말을 목표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기업별로 맞춤형 시제품 제작 지원, 제품 디자인과 제품 설계, 회로, 금형, 시제품 제작, 초도물량 생산까지 창업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기술 지원이 제공됐다. 또한 제품 개발도 총 네 단계에 걸쳐 완성도를 높였다.


멘토들이 상용 제품을 역설계하는 방법과 관련해 조언을 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1단계에서는 간단한 목업과 전기전자 및 코딩 등을 통해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2단계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해 코딩, 회로도 등을 제작하고 초급수준의 제품 설계가 제공됐다. 3단계부터 본격적으로 선별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최소 기능 제품 제작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제조 전문 인력과 외주 개발자 등이 합류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제품에 탑재되는 기판 제작을 비롯해 실제 제품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양산도 진행한다.

이 과정까지 진행되면 양산 직전의 제품이 완성되며, 제품 단가나 생산 과정 효율화 등의 조율을 거쳐 최종 양산 여부가 결정된다. 스테이지게이트로 따지면 스케일업 단계에 해당한다. 네 단계 제작 과정을 창업가가 직접 진행할 경우 십수차례 이상의 시행착오와 기술적 난관에 부딛히지만 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전문가 주선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는 제조 과정의 투명성과 제품 완성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계약 제조 업체를 직접 찾아 확인하기도 했다.

마케팅 지원을 통한 향후 제품 활로 확보까지


10월을 끝으로 참여기업 모두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마지막 단계인 제조창업 성장 마케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향후 제품을 판매하거나 소개할 때 용이하도록 온라인 숏폼을 제작하고, 오프라인용 홍보물 및 브로셔까지 제작한다. 제조창업 성장 마케팅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유니움 윤태현 대표와 유어리프 김희영 대표와도 얘기를 나눴다. 또한 김진규 닷웨이브 대표 역시 다시 만나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봤다.


윤태현 유니움 대표가 직접 제작한 보행보조기구를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윤태현 유니움 대표는 디자인을 개선한 보행보조기구를 제작했다. 윤태현 대표는 “보행보조기구는 주로 노인을 위한 제품이다. 하지만 이용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이용을 꺼리는 사람도 적지않다. 해외에는 유려한 디자인을 갖춘 보행보조기구들이 많으나 국내에는 최소기능만 제공하는 제품만 있다. 가구같은 느낌을 내면서도 실용성도 만족할 수 있는 보행보조기구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제품 제조에 대한 경험이 없어 난감했지만 소싱 디렉팅 과정을 거치며 제조 업체도 소개받고, 컨설팅을 통해 제품의 신뢰성, 그리고 제대로 제조하는지와 단가 문제까지 자문받았다. 혼자 힘으로 아이디어를 시제품까지 만드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사업 선배들로부터 자문도 받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심리적인 버팀목이 됐다”라고 말했다.


제조창업 패키지의 마지막인 마케팅 지원 용도의 사진, 영상 촬영이 진행됐다 / 출처=IT동아



유니움의 제품은 기구 설계 등을 일부 보완한 뒤 12월부터 양산에 진입한다. 또한 제품 이미지나 영상, 상세페이지 제작 등도 지원받아 대중을 상대로 제품 소개도 시작한다. 윤태현 대표는 “보행보조기구는 근력이 남아있을 때 쓰는 게 중요하다. 노인들이 더 이른 시기에 보행보조기구를 접하고 사회적인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을 사업의 목표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유어리프는 식물 관리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아티랩과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팟(화분)을 제조했다. 김희영 대표는 “우리 팀은 과기대 금속공예디자인학과 전공자들이 모여 시작했고, 식물 관리 차원을 넘어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을 둔 반응형 기기를 기획했다. 상품성 진단을 통해 창업의 기본 구조와 절차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디자인 차별화와 시장성의 균형점을 찾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라고 소개했다.


유어리프는 제조된 제품을 지난 10월 15일 개최된 서울 디자인위크에 출품했다 / 출처=유어리프



소싱 디렉팅 과정에서는 실제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구현과 생산 방식, 그리고 사업화 전략 등을 고루 전수받았다. 김희영 대표는 “소싱 디렉팅 과정에서 센서 구조나 회전 구현 방식, 사용자 의견 반영과 시장 내 목표 설정 등에 제품 제조와 사업 관점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초기에 디자인에 집중된 성향이 소싱 디렉팅을 거치며 기술, 사업, 사용자 경험이 모두 연결되는 형태로 구체화됐고 프로젝트 전반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업화 자금 지원과 멘토링, 외부 전문가와의 네트워킹 등도 제공됐고, 마케팅 과정에서는 브랜드 스토리 정리와 주요 고객층 분석, 홍보 콘텐츠 방향 설정 등을 전수받았다. 최근에는 ‘2025 서울디자인 페어’에 참가해 제품도 전시했고, 지상파 및 종편 방송사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품이 알려지며 상용화와 시장 진입을 구체화하는 계기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소싱 디렉팅 경험, 실질적으로 달라진 사업상 변화는?


김진규 닷웨이브 대표는 소싱 디렉팅을 거치며 사업의 윤곽이 명료해졌다. 김진규 대표는 “네 차례의 소싱 디렉팅 멘토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조율을 거쳐 시장 수요에 맞는 가격 및 제품 완성도를 설정할 수 있었다. 실제로 공장 세 곳에 제품 제조를 의뢰한 뒤 멘토들과 적정성을 검토하고 후가공 등을 통해 단가를 맞추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이제 제품이 양산 가능한 단계까지 왔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초기 물량 판매를 시작할 생각이다. 초기 판매를 계기로 추후에는 프레임과 상판을 넘어 서랍, 추가 확장 모듈까지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규 대표가 마케팅 지원 관련 영상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제조창업 성장 마케팅 프로그램은 원활한 크라우드 펀딩에 보탬이 될 예정이다. 김진규 대표는 “섭외된 스튜디오 쪽에서 제품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상세 조립과정까지 모두 다뤄줬다. 덕분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초기 매출이 확보되면 추가로 제품을 고도화하고 전반적인 양산 궤도에 들어갈 수 있을것 같다. 내년에는 예비창업패키지도 도전하고 원활하게 매출도 창출해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서울과기대의 단계적 제품제작 지원, 시행착오 줄이고 생존력 높여


2024년에 창업한 국내 기업 수는 118만 3000개로 전년 대비 4.5%가 감소했다. 2016년 이후 최저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의 스타트업 시장 투자는 전년 대비 9.5% 증가한 11조 9000억 원을 기록했고, 정부지원 사업의 숫자와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났다. 다만 지원 분야가 AI 및 기술기업, 바이오, 헬스케어, 소재 및 부품 장비, 모빌리티, 로봇 분야 등으로 집중되는 경향은 앞으로 더 심화할 전망이다.

지원 사업과 시장 투자가 입증되고 고부가가치인 산업에만 몰리는 경향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제조창업과 같은 분야는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와 같은 전문 지원 기관들은 창업 기업들이 시장에 온전히 안착할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구축해 제공하고 있다.

6개월에 걸친 추적 관찰에서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지원책이 글로벌 기업의 ‘스테이지게이트’와 같이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원 기업들의 만족도와 생존력도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에 있는 각 분야별 지원 기관들도 이번 사례처럼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사업에 매진하길 희망해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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