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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젓자” 금융당국, 외환ㆍ자본시장 혁신 나선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1.16 19: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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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IT동아 강형석 기자] 글로벌 투자 자본이 한국을 바라본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밸류체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데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 시장 체질 개선에도 나섰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하나 둘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의 정책을 펼치자, 글로벌 자본은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기회로 포착한 셈이다.

2026년 1월 9일, 금융당국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2014년 관찰대상국에서 탈락한 뒤 11년째 신흥국 지위에 머물러 있는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화를 향한 본격 행보에 나선 셈이다.

MSCI 지수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다.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이 투자의 향방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점 중 하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MSCI 지수를 따르는 운용자산 규모는 약 16조 5000억 달러(약 2경 3984조 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중국, 대만, 인도, 브라질 등 24개국과 함께 MSCI 신흥국 지수로 분류했다. 선진국 지수에는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23개국이 포함됐다. 신흥국 지수와 선진국 지수는 시가총액에 큰 차이를 보인다. MSCI의 선진국 지수 시가총액은 82조 9000억 달러인 반면, 신흥국은 10조 2000억 달러에 그친다. 한국 자본 시장이 성장하려면 체급을 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MSCI는 한국 자본 시장은 경제ㆍ주식시장 규모, 유동성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했어도 시장 접근성 측면은 미흡하다고 봤다. 이 중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청산 및 결제 ▲증권 이동성 ▲정보 흐름 ▲투자상품 가용성 등 6개 항목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투자하려 할 때 겪는 장벽들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이 외환ㆍ자본시장 선진화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외환ㆍ자본시장 선진화 계획에는 ▲외환시장 선진화 ▲글로벌 표준 증권거래·결제 체계 마련 ▲투자자 등록 및 계좌개설 편의성 제고 ▲공매도 규제 합리화 ▲영문정보공시 개선 ▲현물이체·장외거래 제약요인 해소 ▲선진 배당절차 확산 ▲한국물 파생상품 접근성 제고 등 8대 분야별 추진 과제가 담겼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2026년 6월에 관찰대상국 등재, 2027년 6월에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4시간 문 여는 외환시장


외환ㆍ자본시장 선진화 계획의 첫 번째 변화는 외환시장 선진화다. 한국 외환시장은 당일 오전 9시에 개시, 익일 오전 2시에 종료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환전이 필요한 시간대에 시장은 닫혀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26년 7월부터 중개사 시스템을 24시간 연장 운영해 거래 공백을 해소하기로 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계좌를 두고 원화를 직접 운용하도록 허용하는 역외 원화결제 기관 제도가 도입된다. 등록제로 운영되며 초기에는 시장 참여도가 우수한 외국환거래기관(RFI) 등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한 뒤 단계적으로 참여기관을 확대한다. 한국은행은 24시간 결제망인 역외 원화결제망을 신규 구축해 외국기관 간 야간시간에도 원화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2026년 9월 시범운영을 거쳐 2027년 정식 시행이 목표다.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조 / 출처=금융위원회



외환규제 정비도 대폭 이뤄진다. 비거주자의 원화연계 외화증권은 5000만 달러 이하의 경우 사전신고에서 사후보고(3개월 내)로 전환된다. 규제 샌드박스 등 반복 제기되는 사업·거래의 신고·업무체계를 정비하고 법령 간 중복 신고도 일원화한다. 국내와 글로벌 외국환중개사 간 업무연계도 허용한다.

RFI 제도 개선도 눈에 띈다. 글로벌 은행들이 활용하는 중앙집중예약모델(CBM, Centralized Booking Model) 체계를 고려해 RFI 등록 시스템을 간소화한다. 신규 등록 RFI에는 3개월간 보고의무를 유예해 등록 후 즉시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제재 기준과 방법도 의무위반의 성격과 경중에 따라 세분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글로벌 표준으로 구축되는 증권 거래ㆍ결제 체계


두 번째 변화는 글로벌 표준 증권거래ㆍ결제 체계 구축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최종투자자별로 각각 결제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수천 개의 펀드를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정부는 명목계좌 제도를 개선해 글로벌 수탁은행(Global Custodian)이 개별 펀드들을 대표해 국내 수탁은행(Local Custodian)에 결제계좌를 개설ㆍ관리하도록 허용했다. 일정 요건 하에 글로벌 수탁은행이 펀드별 결제계좌의 계좌주로서 실명확인과 자금세탁방지(KYC) 요건을 수행하면, 국내 보관기관은 펀드 계좌의 세부 관리 및 결제 업무만 담당하면 된다. 기존에 수천 개 펀드별로 요구되던 서류 제출과 계좌 개설 부담이 대폭 완화되는 셈이다.

예탁결제원은 2026년 4월까지 전문을 개편해 펀드별 실명확인 없이도 개별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기존에는 펀드별 결제계좌 정보를 기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펀드코드와 국적정보만으로 전환된다.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도 확대된다. 해외 중ㆍ소형 증권사들까지 참여를 넓혀 해외 개인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접근성을 강화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주식에 투자하듯, 해외 개인투자자들도 한국 주식에 쉽게 투자 가능해질 전망이다. 계좌 개설주체 제한 요건(국내 금투업자 등의 대주주 또는 계열사)을 폐지하고, 해외 금융투자업자의 최종투자자별 거래내역 보고 주기도 월 1회에서 분기별 1회로 완화한다.


글로벌 수탁은행 명의 결제계좌 도입 개선안 / 출처=금융위원회



거래ㆍ결제 인프라의 글로벌 연계도 강화된다. 국제 표준 시스템인 CTM(Central Trade Manager)ㆍALERT(Automated Link for Electronic Request and Transmission)와의 연계를 통해 거래ㆍ결제 체계를 자동화한다. 팩스나 이메일로 이뤄지는 펀드별 매매내역 확인, 결제지시서 자체 전산 입력 등 수기 처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27년까지 거래ㆍ결제정보 자동 집계ㆍ전달 시스템을 도입한다.

외환동시결제(CLS, Continuous Linked Settlement) 기반 증권결제 지원도 추진한다. 당일 CLS 외환결제를 통해 확보한 원화를 당일 증권결제에 활용할 수 있게 인프라와 제도를 정비한다. 한국은행 금융망과 예탁원 채권결제시스템 운영 연장을 계기로 연장시간대 자금조달·결제 여건을 조성한다.

일시적 원화차입(Overdraft) 활성화 방안도 마련된다. 증권결제 실패 방지를 위한 일시적 원화차입이 시장 내 정착되도록 운영 및 위험 관리 기준 등을 포함한 시장 표준 가이드라인을 2026년 상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 겨냥한 시스템 도입


투자자 등록 및 계좌개설 편의성 제고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1992년 도입된 투자등록증(IRC, Investor Registration Certificate) 제도는 2023년 12월 폐지됐고, 글로벌 표준인 법인식별번호(LEI, Legal Entity Identifier)로 전환됐다. 하지만 기존 계좌들은 여전히 IRC를 사용 중이어서 외국인 통합(옴니버스) 계좌 활용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기존 계좌의 폐지나 신규 개설 없이 식별체계를 IRC에서 LEIㆍ여권번호로 전환 가능한 인프라를 정비한다. 전환계획 사전홍보와 외국인투자자 수요조사를 2026년 1분기에 진행한 후, 은행과 금융투자업권의 전산개편을 2026년 상반기 내 병행한다. 전환을 원할 경우 LEIㆍ여권번호로 실명확인과 KYC를 거친 뒤 기존 계좌의 식별정보를 일괄 전환한다.


거래ㆍ결제 자동화 시스템 도입안 / 출처=금융위원회



외국법인의 실명확인 절차ㆍ수단도 개선된다. 외국인투자자의 대리인이 소속된 금융회사가 실명ㆍ고객확인을 수행하는 당사자라면 위임장 공증을 완화한다. 국내 자금계좌 개설이 없는 금융거래는 일정 요건 하에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하고 공증을 완화한다.

LEI 발급확인서 제도도 도입된다. 전세계 발급 LEI의 87.2%를 차지하는 LEI 1단계 법인은 예탁원이 발급하는 LEI 발급확인서로 실명확인을 갈음할 수 있다. 예탁원과 글로벌 LEI 재단과 연계해 LEI 발급확인서 시스템을 2026년 1분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거래시간ㆍ공시방법ㆍ배당절차는 선진국 기준으로 개선


공매도 규제 합리화도 추진한다.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NSDS) 도입 등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남은 이중 규제와 실무 부담을 해소한다. NSDS 참여자의 중복된 감리자료 제출 및 보고 의무를 2026년 1월부터 면제한다.

영문 정보공시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2024년 1단계(자산 10조 원 이상, 외국인지분율 5% 이상 또는 자산 2조 원 이상, 외국인지분율 30%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이어, 2026년 3월부터는 2단계 의무화가 시행된다. 대상기업은 111개사에서 265개사로 확대되고, 공시항목도 주요 경영사항 공시 일부(26개 항목)에서 전부(55개 항목) 및 기타공시로 늘어난다. 제출기한도 국문공시 당일 또는 3영업일 이내로 단축된다.

2027년 3월부터는 적용 대상이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되는 3단계 의무화가 적용될 예정이다. 거래소는 AI 번역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번역 지원 대상기업을 확대한다. 영문 전자공시시스템(DART) 전용 인프라도 2026년 1월 구축하고 재무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적용 대상범위를 2028년 1분기까지 지속 확대한다.

장외거래 제약요인도 해소된다. 사후신고 허용 장외거래에 대한 실무상 오해와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외국인 투자제도에 대한 안내서에 포함된 장외거래 신고 방법ㆍ절차를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2026년 1분기 중 발간한다. 조건부 주식양도 계약(RSU)의 장외거래 사후신고도 허용할 방침이다.

배당절차 개선도 추진된다. 개선된 배당절차의 시장 확산을 위해 기업들의 정관 변경 등 후속 조치에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배당절차 개선여부 및 향후계획을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가이드라인에 포함하고, 개선 시 우수기업 선정가점을 부여한다. 공시우수법인 평가기준도 개정해 배당기준일 전 배당 결정 공시 여부 등을 토대로 가점을 부여한다.

한국물 파생상품의 접근성도 제고한다. FTSE Korea 지수 선물의 ICE Futures US 상장을 2026년 2월 추진하고, 국내 파생 정규 거래시간과 비중첩 시간대인 유럽(Eurex)ㆍ미국(ICE) 거래소의 거래시간을 확대한다. 시장 유동성 유출 최소화를 위한 선진 거래환경 구축을 전제로 지수사용권 전면 개방도 검토한다.

한국 자본시장 오랜 숙원 해소될까?


금융당국은 재정경제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한 관계기관 특별조직(태스크포스)을 중심으로 개선과제별 추진 상황을 분기 1회 이상 체계적으로 점검한다. 과제별 세부방안을 신속히 구체화하고 필요시 제도 보완을 병행해 지속 가능한 개선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시행 초기 혼선 방지를 위해 정책 가이드와 질의응답(Q&A)을 담은 자료 제공 등 후속지원도 강화한다.

대외 소통도 적극 추진한다. MSCI와 상시 소통하며 제도개선 현황을 공유·협의하고, 국제금융중심지(뉴욕·런던·홍콩 등)에서 현지 투자자 대상 범부처 합동 설명회를 연다. 해외 주요 투자자를 업종별·지역별로 타겟팅해 1:1 면담과 그룹 화상회의를 정례화한다. 정부 공식 해외투자자 원스톱 소통 페이지도 운영해 제도개선 사항의 영문 자료를 등록하고 건의·질의를 접수한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한국 자본시장의 오랜 숙제였다. 11년째 이어진 도전이 이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지수 편입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이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 글로벌 표준 증권결제 인프라 도입 등은 모두 한국 자본시장의 큰 변화들이다.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는 게 더 중요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의 가치를 제공하면서 장기ㆍ안정적 성향의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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