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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4. ‘우리만의 기후테크’는 위험하다: 글로벌 표준과의 동기화가 시급한 이유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2.16 18: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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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최근 국가 환경 교육 기관의 과정을 검토하며 당혹스러운 장면을 목격했다. '기후 적응 (Climate Adaptation)' 교육의 세부 과목으로 연금제도와 자산관리, 심지어 '약초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회복력(Resilience)을 뜻하는 '적응'을 퇴직 후 '생애 적응'으로 치환해버린 이 해프닝은, 기후 위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출처=제미나이로 이미지 생성


도덕적 선언 넘어 생존의 무기로: 기후테크의 부상


2026년 현재, 경제 뉴스의 헤드라인을 가장 빈번하게 장식하는 단어는 단연 ‘기후테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 보호를 위한 선언적 용어에 머물렀던 이 단어는, 이제 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이 용어의 이면에는 한국적 맥락과 국제적 기준 사이의 뚜렷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이 간극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쌓아 올린 기후테크 산업은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위험이 크다.

‘깨끗함’을 넘어 ‘탈탄소’라는 생존 문법으로


‘기후테크(Climate Tech)’의 뿌리는 2000년대 초반의 ‘클린테크(Clean Tech)’에 있다. 당시의 목표는 오염을 줄이고 자원 효율을 높이는, 다분히 포괄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이었다. 그러나 2015년 파리 협정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이라는 인류 공동의 마지노선이 설정되면서, 기술의 지향점은 ‘깨끗함’에서 ‘기후 위기 해결’로 급격히 좁혀졌다.

국제 사회가 합의한 정의는 더욱 명확하고 포괄적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정의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기후테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흡수원을 늘리는 기술과,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적응을 지원하는 기술 전반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적응’이다. 단순히 탄소를 안 내뿜는 저탄소 기술에 그치지 않고, 홍수나 가뭄 같은 기후 재난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기술까지를 기후테크의 필수 요소로 본다는 뜻이다.

산업 육성 중심의 한국, 탄소 감축 중심의 세계


문제는 이 ‘이름표’를 붙이는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은 2023년 정부 주도로 클린, 카본, 에코, 푸드, 지오라는 ‘5대 기후테크’ 분류 체계를 수립했다. 이는 제조업 강국의 이점을 살려 대체 식품이나 기상 AI 같은 유망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반면 IPCC나 글로벌 투자업계의 시선은 훨씬 엄격하다. 그들은 기술이 어느 산업군에 속하는가보다, 해당 기술이 실제 탄소를 얼마나 감축하는지, 혹은 기후 회복력을 얼마나 높이는지라는 단일한 잣대로 기술의 가치를 매긴다.

파편화된 정의가 부르는 ‘보이지 않는 장벽’


이러한 ‘정의의 파편화’는 실무 현장에서 아찔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한국의 육성 전략에 따라 기후테크 기업으로 공인받아 지원을 받았더라도, 국제 사회의 탄소 회계 표준이나 ‘EU 택소노미*’ (EU 녹색분류체계)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의무화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우리 기준으로는 ‘혁신’인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거나, 막대한 탄소세를 부과받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표준이라는 ‘공용어’ 확보가 성패 가를 것


기후테크는 이제 더 이상 도덕이나 자선의 영역이 아니다. 에너지 안보이자,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한 필수 생존권이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글로벌 통화 (currency)’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의 육성 논리와 국제적 규제 문법 사이의 동기화가 절실하다.

결국 기후테크의 성패는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기술을 ‘보유’하느냐 보다, 그 기술이 국제 표준이라는 ‘언어’로 얼마나 매끄럽게 번역되느냐에 달려 있다. 로컬 문법에 안주하는 기후테크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산업 육성의 속도만큼이나, 글로벌 표준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우리 기술의 정의를 정교하게 맞추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택소노미(Taxonomy)는 원래 생물 분류학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여기서는 어떤 대상을 판단하기 위한 ‘분류 기준표’라는 뜻이다. EU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활동’인지 EU가 정한 공통 기준표이다. 투자와 공시에서 ‘녹색’ 주장에 근거를 요구해 그린워싱을 줄이려는 제도이다. 이에 ‘EU 녹색분류체계’로 의역하였다.

글 / 정석희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출처=전남대학교



정석희 박사는 전남대학교 교수이자 에페트솔루션(EFET Solutions) 창업자 겸 CEO로,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기반 그린 하폐수처리 및 에너지 전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 장학 지원으로 해당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 분야에서 3년 연속 스탠포드대 ‘세계 상위 2% 과학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학계와 산업계를 아우르며 기후 에너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정리 /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본 콘텐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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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3. AI 시대의 에너지 해법▶ [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2. 기후변화의 바이블? IPCC 보고서 '제대로' 활용하기▶ [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1. 탄소중립 시대에 오히려 증가하는 탄소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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