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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페이스 퀀텀 점프] 5/완. 항공안전을 위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지는 법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10 16: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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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5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 기고는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현황과 미래 전략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항공우주 분야의 핵심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과 정책적 제언을 제시합니다. 본문 내용은 본지의 편집 의도 및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연재순서

우주항공청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낡은 기종 대체할 항공업계의 투자유인 필요하다

공항개발의 수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UAM 상용화의 전제조건

항공안전을 위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지는 법

[IT동아]

2024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과정에서 사고가 나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는 항공안전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고, 국회는 사고일인 12월 29일을 ‘항공안전의 날’로 지정하는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항공은 통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에 속한다. 그럼에도 ‘0’에 가까운 위험을 유지하려면 산업 전반이 매일 같은 긴장감으로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3년 치명위험도(fatality risk)가 0.03(백만 비행구간당)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보고했고, 2024년에는 여러 치명사고가 발생하며 0.06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출처=대한항공 홈페이지



“안전은 좋아졌다”는 결론보다 “좋은 성과가 유지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 된다.

이 질문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있다. 1997년 8월 6일 새벽, 괌 아가나 공항으로 향하던 KE801편은 착륙 접근 중 추락해 228명이 희생됐다. 사고조사 과정에서 조종실 내 의사소통 구조, 즉 위계적 문화가 조종자원관리(CRM)의 취지를 충분히 작동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안전의 최전선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할 순간’에 말하지 못한 조직은, 결국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사고 이후 대한항공이 선택한 해법은 일회성 점검이나 규정 강화가 아니라, 조직문화·운영체계·인사·훈련·거버넌스를 함께 바꾸는 구조적 혁신이었다. 해외 안전 전문가를 영입하고, 안전을 비용이 아닌 전략적 투자로 재정의했으며,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팀 기반 의사결정이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손봤다. 이런 변화는 2000년 스카이팀(SkyTeam) 창립 회원사 참여로 상징되는 국제 신뢰 회복 과정과도 맞물려 있다.

항공안전에서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문화는 전략보다 오래가고, 제도보다 강력하게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 안전의 관점에서 문화는 곧 “위험을 어떻게 다루는 조직인가”라는 운영 원리다. 그 핵심은 실수는 학습의 기회로 삼되, 고의적 위반에는 책임을 묻는 균형 잡힌 ‘공정문화(Just Culture)’다. 보고가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조직에서는 위험이 숨겨지고, 데이터가 사라지며, 개선이 멈춘다.

또 하나의 축은 안전관리시스템(SMS)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운항·정비·관제·공항 등 주요 영역에서 안전위험 관리를 위한 SMS 체계를 요구하고 있고, SMS의 목적은 위험을 체계적으로 식별·평가·통제해 ‘예방’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결국 안전은 사고가 난 뒤 ‘대응’하는 일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 ‘학습’하고 ‘예방’하는 운영방식으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항공안전의 기업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필자는 다음 네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보고가 보호받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공정문화의 출발점은 구성원이 위험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고 채널의 독립성, 익명성, 불이익 금지 원칙을 명확히 하고, 반복되는 시스템 결함은 ‘개인’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문제로 다루는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CRM을 훈련 과목이 아니라 ‘현장의 언어’로 만들어야 한다. 조종실과 운항조직에서 위기 순간에 필요한 것은 절차 암기가 아니라, 권한·책임·호칭을 넘어서는 즉각적인 소통이다. 이견 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표준화된 콜아웃(call-out)과 의사결정 규칙을 강화하고, 리더십 평가에도 ‘안전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포함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 SMS를 ‘경영의 대시보드’로 끌어올려야 한다. SMS는 서류가 아니라 운영 시스템이다. 위험 데이터의 수집→분석→개선조치→재평가의 사이클이 돌아가도록, 안전지표를 이익지표와 같은 수준의 경영 의사결정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ICAO가 강조하는 SMS의 취지도 결국 여기에 있다.

넷째, 안전 거버넌스를 개방형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안전은 한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전사적 책임이며, 외부 이해관계자(규제기관·전문가·협력사)와의 학습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할 때 성숙한다. 안전을 ‘투자’로 재정의하고, 안전조직의 위상을 실질적으로 높이며, 현장 개선이 예산과 권한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항공안전은 기술과 규정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사고는 언제나 인간과 조직의 틈에서 발생한다. 결국 항공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장치는, “누구나 안전을 말할 수 있는” 기업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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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국내 항공경영 및 항공우주정책 분야를 개척한 석학으로, 한국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으로서 학술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 국토교통부 자체평가위원 등을 역임하며, 국가 주요 정책의 수립 및 평가에 참여해 날카로운 현장감과 정책 전문성을 입증해 왔다. 또한, 항공우주양자연구소 개소,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항공·드론) 주관기관 선정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둬, 한국항공대를 글로벌 항공우주 교육의 플랫폼으로 도약시키며 학교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항공대 제9대 총장 취임 후 제10대 총장에 연임됐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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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페이스 퀀텀 점프] 4. UAM 상용화의 전제 조건▶ [K-스페이스 퀀텀 점프] 3. 공항개발 수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K-스페이스 퀀텀 점프] 2. 낡은 항공기 대체할 항공업계 투자유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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