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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진의 '고대 사상가, AI를 만나다'] 6/완. 칸트가 AI 시대에 태어났다면 말했을 한 마디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13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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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가 챗GPT를 쓴다면 절대 하지 않을 세 가지

소크라테스가 현대인들에게 가장 먼저 던질 질문 한 가지

플라톤의 동굴을 빠져나오면 우리를 기다리는 건 'AI'

마키아벨리가 AI를 쓴다면 가장 먼저 잘라냈을 변명 세 가지

아리스토텔레스가 보면, 요즘 AI 활용은 전부 ‘반쪽짜리’

완) 칸트가 AI 시대에 태어났다면 말했을 한 마디

[IT동아]


출처=황성진



만약 칸트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AI를 경계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평생 이성의 한계를 탐구하고, 인간의 사유 구조를 분석했던 사람이다. 방대한 지식을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응답하는 존재가 있다면, 오히려 흥미로운 대화 상대로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은 하나 있다. 요즘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

'생각을 맡기는' 일이다.

칸트는 1784년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Sapere Aude. 감히 알려고 하라."

한 줄로 풀면 이렇다. 계몽이란 지식을 많이 쌓는 일이 아니다. 타인의 지도 없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용기를 갖는 일이다. 칸트가 문제 삼은 건 '미성숙'이었다. 미성숙이란, 지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려는 결단이 부족'해서 타인의 판단에 기대는 상태다. 칸트는 그 원인을 게으름과 비겁함이라고 불렀다.

이걸 요즘 상황에 대입해보자.

현대의 우리는 참 많은 걸 안다. 검색하면 나오고, 물어보면 답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AI에게 정리를 시키면 된다. 예전처럼 도서관을 뒤지거나 전문가를 수소문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많이 알게 됐는데, 왜 더 불안해졌을까. 정보는 넘친다. 선택지도 넘친다. 문제는 그 앞에서 우리가 점점 판단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AI한테 물어보자'가 습관이 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답은 빨라졌지만, 질문은 사라졌다.

칸트 시대에 '타인'은 성직자, 군주, 전통이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대신 권위에 기댔다. 교회가 답을 주고, 군주가 방향을 정해주니까. 그게 편했다.

지금은 어떤가. 우리에게는 AI가 있다. 언제든 물어볼 수 있고, 언제든 답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편리함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AI는 우리를 미성숙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 수 있게 해줄 뿐이다.

칸트가 말한 게으름과 비겁함을 떠올려보자. 스스로 생각하려면 수고로움이 따른다. 틀릴 수도 있다. 책임도 져야 한다. 그 무게가 싫어서, 누군가의 판단에 기대고 싶어진다.

AI는 그 '누군가'가 되어주기에 너무 완벽하다. 빠르고, 논리적이고, 지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글도 쓰고, 전략도 짜준다.그래서 자꾸 맡기게 된다. 기획도, 정리도, 판단도.

결과는 손에 들려 있다. 그런데 과정이 없다. 왜 이 방향인지, 다른 선택지는 왜 아니었는지. 머릿속에 근거가 없다. 칸트가 보면 이건 여전히 미성숙이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타인의 판단에 기대는 구조는 그대로다.


출처=황성진



이 연재를 통해 여러 고전을 함께 읽었다.

한비자는 말했다. 결론을 넘기지 말라고. 최종 판단의 주도권을 지켜야 한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질문을 멈추지 말라고. 답을 받는 것보다 질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플라톤은 경고했다. 요약된 세계를 현실로 착각하지 말라고. AI가 보여주는 건 그림자일 수 있다고.

마키아벨리는 물었다. 책임까지 외주화할 셈이냐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판단은 연습해야 늘어난다고. 결과만 받으면 판단 근육이 약해진다고.

그 모든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생각을 대신 맡기지 말라는 것.

칸트라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AI를 멀리하라는 게 아니다. 다만, 생각을 맡기지는 말라."

AI 시대의 문제는 무지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너무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너무 빠르게 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그 환경이 '사고를 대신 맡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편리함은 커졌지만, 생각할 용기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질문, 판단, 책임, 선택까지 넘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자동화되지 않는 영역이다. AI 시대의 계몽은 기술을 멀리하는 일이 아니다. 사고의 주도권을 지키는 일이다.

이 연재는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AI는 생각을 대신해줄 수 있을 만큼 똑똑해졌다. 그래서 이제 질문은 이것 하나만 남는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용기를 여전히 갖고 있는가.

(주)비즈마스터 황성진 의장

'AI 최강작가'와 'AI 최강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AI를 활용한 콘텐츠 창작과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생각을 확장하는 대화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전파 중. 서경대학교 'AI 퍼스널브랜딩' 비학위과정 주임교수 역임.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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