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우리 교육문제의 근원

  우리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여 공동체의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문제의 본질과 실태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숱한 정책이 있었지만, 대부분 무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원인은 대부분의 교육정책이 문제의 연원 및 본질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 근거하여 단기적인 대증요법 차원의 처방을 내리는 데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졸속으로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다 보니 의도했던 결과를 가져오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키기 일쑤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교육문제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국의 교육문제는 학교교육의 실패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학교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잘못된 기회구조 및 관행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체계의 개선과 함께 사회의 기회구조와 관행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교육제도나 교육정책에만 메스를 가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교육문제는 우리 사회의 기회구조와 사회적 이동의 통로가 대단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정된 특정한 사회적 지위를 향해 모든 국민들이 뜨거운 상승욕구와 경쟁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경쟁해 오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제한적 기회구조는 협소한 국토, 높은 인구밀도, 빈약한 부존자원 등의 객관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전통이나 관행의 영향 때문에 특정한 한정된 사회적 지위를 향해 모두가 무한경쟁을 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졌고, 이것이 오늘의 교육문제를 배태시킨 기본적인 요인이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전문적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학력이나 학벌을 더 중시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교육을 많이 받고, 그것도 가능하면 세칭 명문대학 배경을 업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 외에 달리 마땅한 대안이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더욱이 한국의 교육제도를 보면, 직업교육 체제가 미비하여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전문적 능력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한 실정입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스포츠 스타를 비롯하여 연예계 스타나 프로 게이머 등 신세대들의 역할모델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결코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키워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의 기회구조나 사회적 이동의 통로가 다양해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전문적 능력이나 실력보다는 학력이나 학벌로 대변되는 일반적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람의 능력에 대한 평가의 준거가 획일화되어 대학 입시의 결과가 두고두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명문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그 후광을 업고 사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반면 대학 입시 경쟁에서 한번 실패하면 그것이 훗날 다른 분야의 경쟁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불이익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인생의 한 시점에서 치르는 대학 입시라는 교육 선발이 그 이후 새롭게 이루어져야 할 사회 선발까지를 좌우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입니다. 그 결과 사람들로 하여금 사생결단의 각오로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도록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과중한 사교육비 지출 등 우리 교육문제의 많은 부분은 이러한 사회구조의 산물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