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나는 ‘질 좋은 성장’을 축으로 하여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희망한국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핵심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회와 희망을 주는 경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경제 체제를 확립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는 공정 경쟁의 장점이 발휘되는 건강한 시장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좋은 경제체제의 뒷받침 없이 성장만 추구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불균형한 경제구조를 더욱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창의적인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추구해야 합니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하고, 노력하기만 하면 미래의 희망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량 위주의 성장이 아닌 ‘질 좋은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통합과 공동체의 원리에 바탕을 둔 시민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현재와 같이 양극화가 심화되어서는 사회통합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사회가 해체되고 공동체가 위기에 처한다면 시장경제 체제도 민주주의도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시장경쟁이나 집단 간 이익 갈등은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연대하려는 노력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선진국들이 복지국가를 발전시키고 다양한 형태의 공익적 결사체 활동을 장려해 온 이유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자원의 비효율적 낭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될 때, 튼튼한 시장경제와 활력 있는 민주정치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책임과 결단의 유능한 정치 리더십을 갖추는 일입니다. 시민의 의사에 따라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공적 과제를 결정하고 실현하는 일은 정치에 맡겨진 민주적 임무입니다. 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치가의 책임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막스 베버가 말했듯이 정치가의 제1덕목은 책임윤리입니다. 정치가는 좋은 공동체를 만들라는 시민의 요구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을 현실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기득권층이 반발할 수도 있고 단기적 이익에 사로잡혀 즉흥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집단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가는 일부의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공동체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수의 국민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지금, 현실에 편승하고 상황 논리에 몸을 숨길 것이 아니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자신을 던지는 정치가의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규범적 차원의 가치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는 한 사회의 물질적 수요를 공급하는 좋은 경제체제뿐 아니라 사회통합의 기반이 되는 시민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있어 민주주의가 실질적인 힘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것, 정치가가 해야 할 역할 중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민주주의에 실망하고 경제 현실이 나아질 것인가에 대해 비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는 것입니다. 미국을 경제위기에서 구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그 자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희망이라는 무기를 움켜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