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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사기당한점붕소설17앱에서 작성

OoOo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10 02: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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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삽구."

"예, 형님."



베르씨는 무언가를 억누르는 느낌이었다. 귀는 빳빳하게 섰고 숨은 차분하게 내쉬었다.

경호원이자 삽살개 수인인 삽구에게 내뱉는 단호하고 찝찝한 목소리였다.



"너네 팀장이 규칙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지."

"규칙은 중요하다."

"그리고."

"규율이 없는 단체만큼 취약한 건 없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예외가 생기면, 다음에는 또. 다음에는? 말 나온다는 거 알잖아."

"클라이언트께서 환갑이셔서 잔치를 하신다고..."

"그런게 있었으면 미리 말했어야지."

"이번에는 작게 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그리고 이쪽 분들 워낙 성격 급한거 아시지 않습니까."

"연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힘든데..."



이러다 사람 잡겠네. 흉흉한 분위기가 부담스럽다. 베르씨는 화가 난 건가.

눈에서 스파크라도 튀길듯해서 어떻게 말로 끼어들기가 힘들었다.



건너편 건물에서는 여자의 맑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직 아이돌이라더니 실력이 좋았다.



[다음곡은 악룡뮤지션의 '오랜 날 오랜 낮'을 불러보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환호해주세요!]

박수갈채가 우레와 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선아, 라고 했지. 쇼맨십이 좋네...



반면, 삽구씨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힘들게 분양받은 인간을 꼭 자랑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그래도 원칙은 원칙이지..."

"저도 압니다. 하지만 결국 저희가 하는 일들은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것. 아닙니까."

"넌 인간 이선아의 경호를 맡은 거지 클라이언트의 경호를 맡은 게 아니잖아..."



도베르만은 이마를 짚었다. 옆에 서 있는 내가 무안하게도.

무슨 말이라도 던져야 하는 걸까. 그러나 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지 잘 감이 안 잡혔다. 이게 첫 근무인데.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는 것 같아서 기가 빨렸다.

한강이 베르의 왼손을 살짝 잡은 것은 그래서였다.



"그래도."



베르씨의 손이 살짝 떨린 건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화를 주체하느라 노력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선아씨가 원해서 하고 있는 일 일수도 있으니까요."



한강은 겁이 나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기꺼이 말을 꺼냈다.



"잠시 기다렸다가 선아씨의 의견을 들어봐요."



수인들은 키가 참 컸다. 내 키가 큰 편이 아니지만서도.

삽구씨와 베르씨는 잠시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베르는 슬쩍 한강의 손을 맞잡아주었다.



"삽구, 인간의 의사는 어땠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뭐든 체념한 듯이 굴어서요. 제가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도..."

"하지만 우리가 연회 중간에 끼어들면 회사 입장도 곤란해지고... 분위기도 망치잖아. 미리 방지했어야지. 회사 스케줄하고 요즘 분위기 생각하면... 우리 바로 끝이라고."

"하아... 그러게요.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어르신께서 친구분들이 오신다고 너무 간절히 원하셔서."



아무튼 여기서 이러고 있는다고 해결되는 건 없었다.

기 빨리는 일은 어서 처리해버리고 싶었다.

일단은 나, 정장도 입었고 매무새도 괜찮으니까.



"그냥 제가 데리고 나올게요."

"어?"

"아무래도 두 분은 인상이 흉악하시니까요... 제가 가는 편이 낫겠죠..."

"흉악이라니..."



삽구씨와 베르씨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둘 다 귀여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흉악한 편일지도 모르잖아...

일단 덩치부터가.



"귀여운 편인 제가 난입하면 그래도, 봐줄 만하지 않을까요..."



입에서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그냥 되는대로 막 내뱉었다.

베르씨와 삽구씨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런가..."

"여기 계시는 수인 분들은 인간을 좋아하는 것 같고."



설명하기 귀찮았다.



"몰라요. 데리고 나오면 되는 거잖아요. 계약이고, 원칙적으로 문제 없고."

"그게, 꼭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 아닌데..."



베르씨가 곤란해했다.



"다른 방법 딱히 없어 보이셔서요."



급발진일까. 모르는 일이었다.

그냥 이런 상황에 있는 게 피곤했다.

누군가가 화내는 모습을 보는 게 지긋지긋했다.

잡았던 베르씨의 손을 놓고 한강은 성큼성큼 연회장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



[악룡뮤지션의 오랜날 오랜밤은 이렇게 마쳤습니다. 다음엔 가장 요청이 많으셨던 노래를 불러볼건데요! 불 만난 불고기라는 곡을...]



안에서 이선아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들어간다.



"그...!"



윤이 나는 갈색빛의 나무 조각으로 미로처럼 문양을 새긴 대문.

한강은 그것을 힘껏 당겼다.



"와하하! 지화자 좋..."



갑자기 나타난 한 인간에 의해 연회장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연회장의 내부가 보였다. 형형색색의 음식들이 한 상 호화롭게 차려져 있었다. 기다란 테이블의 상석에는 이 집의 주인처럼 보이는 늙은 호랑이 부부가 한복을 입고 입을 떡 벌리고 앉아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잡다한 수인들이 나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금보니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이 세계에서 권력 좀 있다 싶은 동물들은 거의 육식동물들이었다. 이 호화로운 집의 주인도 호랑이인걸 보면 그랬다.

테이블의 말단에 앉은 동물은 초식.

상석으로 갈수록 육식동물이 많았다.

애초에 여기 있는 구성원 대부분이 육식이었고.



육식동물들은 인간을 잡아먹을까?

잘 모른다.

그들의 발톱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난다.



뒤에는 베르씨와 삽구씨가 있다.

나에게는 회사라는 소속도 있다.

일과 계약이라는 명목도 있다.



그래, 난 지금 외교관이다.



"안녕하십니까. 산도깨비 주식회사에서 파견된 외교관 은한강입니다."



한강은 숨을 가다듬고 예의 바르게 말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폰에 대고 인사하던 베르씨처럼.

조용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늙은 호랑이가 들었던 막걸리잔을 내려놓고 외쳤다.



"뭐야?"



무대 위에서 드레스를 입고 노래하던 이선아씨로 추정되는 여자도 노래를 멈춘 지 오래였다.

주변에서 수인들의 수군거림이 시작되려 했기에 한강은 빨리 말을 던졌다.



"회사에서 어르신의 연회를 빛내기 위해 절 파견했습니다!"

"그런 거 연락받은 적 없는데."

"서프라이즈로 준비했으니까요."



늙은 호랑이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기에 난 최대한 말을 골라서 해야 했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만한 말, 괜찮은 말...

대충 둘러대기 좋은 말.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이후에 선아씨를 잠시 데리고 나갈 수 있을 만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말.

진실은 아니되 거짓은 아닌 말.



"저희 인간들이 유독 듀엣을 잘 부른다는 사실, 여러분 알고 계셨나요?"



그래, 나는 그냥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도 그럴게 악룡뮤지션이라는 이 가수의 노래...



가사만 다르지 우리 쪽 서울의 악동뮤지션 노래랑 똑같잖아.

다행히 늙은 호랑이 부부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으하하, 노래를 불러주러 왔다고? 또 다른 인간이?"

"당신이 준비한 거에요? 감동인데요."

"임자, 그래... 귀여운 것들아. 어디 한번 해보거라."



나는 무대에 올랐다.

눈을 마주친 선아씨에게 꾸벅 간소하게 눈인사를 건넸다.

선아씨의 반응은 떨떠름 했지만.



'뭐에요? 내 무대에서.'



잠시 스친 표정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무대 관리자 측에서 마이크를 하나 더 건네주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사를 진행했다.

나는 정말 무대 체질이 아니었다. 숨이 차오르려 했지만 무시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선아씨, 악룡뮤지션의 '불 만난 불고기'를 부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다행이 선아씨는 자연스럽게 나의 멘트를 맞받아쳐 주었다.



"네! 되게 재미있는 곡이거든요. 제가 이곳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여러분, 저희 쪽 세계에도 불 만난 불고기와 비슷한 곡이 있는 거 아세요?"



히키시절 방에 박혀서 하루종일 봤던 인터넷 방송인처럼 연회장의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몇몇 수인들은 웅성거리며 궁금증을 표출했다.



흥미를 끈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인생경험 뭐든 쓸 곳이 있다더니, 인터넷 방송을 본 경험이 여기에 쓰이는구나.



그 중에서 꼬마 호랑이 수인이 크게 되물었다.



"뭔데요!?"



놀란 부모가 꼬마의 입을 막자 다들 하하호호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었다.



"저희는 악룡뮤지션이란 그룹 대신에 악동뮤지션이, 불 만난 불고기 대신에 물 만난 물고기라는 곡을 부르거든요."

"뭐!? 불고기라 아니라 물고기라고? 그게 뭐야, 으하하!"



한강은 기세를 이어나갔다.



"어떤 곡일지 궁금하지 않나요? 선아씨, 저희 쪽 버전으로 듀엣으로 불러볼래요?"

"좋아요. 음악은 같으니까 그대로 불러보면 될 것 같아요."



연회장의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선아씨가 전직 아이돌답게 상큼하게 외쳤다.



"그럼, 연주 시작해주세요!"



전주가 시작됐다.

그리고, 내가 노래를 부를 시간이었다.



저질러버렸다.



* * *



연회장에 들어온 삽구와 베르는 불안하게 한강을 지켜보고 있었다.

의외로 순탄하게 연회에 섞여든 한강이었지만 저런 게 가능하다니.



"완전 미쳤어..."



그 중에서 가장 불안해하는 건 베르였다.



"...괜찮을까. 저거."



삽살개 경호원 삽구씨는 연회장의 벽에 등을 기댔다.

언제 가져왔는지 연회용 간식을 입에 물고.



"글쎄요. 보통 또라이가 아닌 것 같은데요... 선배가 데려온 인간."

"그런가."



베르는 괜히 다리를 덜덜 떨었다.



"아마 사장이 날 곧 자를 것 같아."

"그럴지도..."



한강과 이선아의 듀엣이 곧 시작됐다.



__________________


lick

베르씨곧책상없어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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