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났다니까요.”

“아니……. 간지럽다니까, 좀.”

눈앞에는 널찍하고 단단한 등이 있었다.

상의를 탈의한 B는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덩치가 어찌나 커다랬는지 소파를 차지한 A와 앉은키가 비스름할 정도였다. 빗이 닿을 때마다 어깨를 움찔거리는 늑대인간. 불편한지 부끄러운지, 두툼한 꼬리가 바닥을 빗자루처럼 자꾸만 쓸어댔다.

이래저래 시행착오가 있었다마는, 그럼에도 슬슬 끝이 보였다. 구부정한 등줄기를 따라 구석구석 빗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A가 콧김을 훅 내뿜었다. 그러고는 빗 귀퉁이에 뭉친 털을 미리 깔아둔 신문지에 담고, 몸을 뒤로 빼 늑대의 등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털을 전부 정리한 B는 한결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적어도 평소 보다시피 하던 꾀죄죄한 똥강아지 몰골은 절대 아니었다. 푹 꺼진 부분도, 뭉친 부분도 없는 검회색 모피. 결을 따라 가지런히 빗긴 털에선 무슨 윤기가 흐르는 착각마저도 들었다.

“끝났어?”

“다 됐어요.”

제 작품을 한참이나 감상하던 A가 빵긋 웃었다. 숙원사업 중 하나를 끝마치니 뿌듯함이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드디어 이 아저씨 털을 다 정리하네. 볼 때마다 불편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앓던 이가 빠진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빨리 뒤돌아 봐요.”

“별로 불편하지도 않은데…….”

시종일관 투덜대는 것치고는 B는 순순히 몸을 틀었다. 가부좌한 자세 그대로 엉덩이만 슬금슬금 움직여서 A를 마주한 것이다. 무뚝뚝한 듯 뚱한 듯 비뚜름한 시선이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고 있는 A에게로 향했다.

그런 늑대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빈말로도 깔끔하다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소파 한가운데에 쭈그려 앉은 A, 양옆에 가지런히 깔아둔 신문지. 수북하다 못해 산처럼 쌓인 털 뭉치들과 나풀나풀 허공을 떠다니는 털 몇 올까지.

짝짝짝, 손뼉을 친 A가 웃었다.

“와, 진짜 잘생겼다.”

“……뭐라는 거야.”

B가 불퉁하게 꿍얼거렸다.

바닥에 늘어뜨린 꼬리가 설렁설렁 흔들리는 꼴을 보아하니 정말로 불쾌하지는 않은 듯했다. 자연스레 눈치 볼 필요성도 못 느낀 A는 웃기나 했다. 좋으면 그냥 좋다고 말하시지. 자주 느끼지만 참 솔직해지질 못하신다니까. 볼 장 다 본 사이에.

“B 씨도 털 정리하니까 편하지 않아요?”“별로.”

“진짜요?”

다소 퉁명스러운 대답에 A가 재차 물었다. 그것도 모자라서는 상대를 빤히 바라보기도 했다. 짐짓 애처로움 섞인 눈빛에 B는 주둥이를 가리곤 나직이 헛기침을 내뱉기 시작했다.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시선은 덤이었다.

볼을 긁적인 늑대가 웅얼웅얼, 머쓱하게 대답했다.

“아니, 뭐……. 몸이 좀,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솔직하질 못하셔.

“거 봐요. 좋으면서.”

A가 장난스레 핀잔을 주고는 뒷정리를 시작했다. 옷에 붙은 검회색 털을 꼼꼼하게 떼어내고는, 이어 양옆에 수북하게 쌓인 털 뭉치를 정리했다. 내용물이 절대 빠져나가지 않게끔 귀퉁이를 곱게 접은 신문지는 미리 준비한 비닐 봉투에 하나씩 차곡차곡 들어갔다.

그 꼴을 얌전히 바라보던 B가 입을 열었다.

“그거 버리는 거 맞지?”

“네?”

A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가요?”

“그거.”

검붉은 눈동자는 봉투를 눈짓하고 있었다.

“에이, 그럼요. 당연히 버리죠! 그럼 이걸 얻다 쓰겠어요? 뭐, 어디 이불 만드는 데 쓰나.”

“……그렇긴 하지.”

진지한 궁금증은 아니었는지, B는 얌전히 수긍했다. 다만 조금 머쓱한 눈으로 A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나 할 따름이었다. 질문 하나에 과할 정도로 주절주절 떠들어댄 A는 여전히 웃는 낯이었지만, 속으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와중이었다.

눈치 되게 빠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