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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2-1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4 23:27:14
조회 555 추천 18 댓글 10
														

더욱이 기묘한 것은 남자가 이어서 보인 행동이었다. 별안간 눈을 감더니 A에게 고개를 젖히고선 코를 조금씩 벌름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콧잔등까지 씰룩이며 빠르게 킁킁거리는 꼴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무슨 동물에 가까울 성싶었다.


갯과 짐승.


“비슷한 내, 냄새가 나는데.”


한참이나 킁킁대던 남자가 웅얼댔다.


“아니면 냄새를 무, 묻힌 건가? 어때?”


이어진 이야기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A는 대답하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로 상대를 샐쭉하니 바라보기나 했다. 혼자서 주절주절 떠든 것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고개를 비스듬히 수그리고 있었다. 입술이 쉬지 않고 들썩거리는 꼴을 보면 또 다른 혼잣말을 읊조리는 모양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썩 유쾌한 풍경은 아니었다. 깜깜한 거리에서 기괴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고개를 수그리고 혼잣말을 웅얼거리는 꼴이라니. 어디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일 초라도 빠르게 눈앞의 남자에게서 벗어나고픈 마음뿐이었다.


그냥 도망갈까?


바로 붙잡힐 것 같은데.


전화 늦게 하면 B 씨가 걱정할 텐데…….


“그, 그러면. 저기.”


속으로 고민하던 A가 귀를 기울였다.


“B라는 이름……. 호, 혹시 알아요?”


그러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내려치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이유야 물론 생판 처음 보는 남자가 제 애인의 이름을 언급했던 까닭이다. 어디 그냥 애인도 아니고, 세간에 죽은 것으로 공표하고 인적 없는 곳에서 홀로 은둔하는 늑대인간 남자친구가 아니던가.


가슴 한 구석이 일순간에 내려앉고 말았다. A는 몸을 우뚝 멈춘 채로 상대를 물끄러미 노려보았다. 시선이 맞닿자 제 무해함을 피력해 보려는 듯, 양쪽 입꼬리를 쓱 당겨 어설프게 웃는 남자. 세상 맹한 웃음을 바라보며 스멀스멀 떠오르는 의문.


저건 누구지?


“알아요?”

“모르는데요?”


정신을 차린 A가 딱 잘라 부정했다.


“몰라요.”


그러곤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저었다.


“모, 몰라요?”

“네. 그럼 이제 가도 되죠?”

“잠깐. 자, 잠깐…….”


A가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자 남자 또한 재빠르게 따라갔다. 한두 발짝 뒤에 바짝 붙어서는 해명인지 망상인지 모를 소리들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횡설수설, 급박하게도 떠들어대는 말소리는 언뜻 처량하게까지 느껴졌다.


“저, 저는 진짜. 수,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요. B라는 분한테. 전할 말이…….”

“누군지 모른다니까요.”

“지, 진짜 급해서.”


대충대충 답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A는 제 뒤를 졸졸 따라오는 남자를 따돌릴 방법에 대해 골몰했다. 키나 체격을 보면 달려서 도망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겠고. 대화로 돌려보내기엔 어딘지 집착이 상당히 심해 보이고.


민간인은커녕 상위 이능 보유자들에게도 극비로 부쳐지는 것이 B의 생존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곤 기껏해야 마왕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전 동료들, 더해서 정부 기관인 영복부 식구들이나 이능관리부의 소수 관계자가 전부였다.


그러나 B의 행방을 찾는 남자의 정체는 둘 중 무엇도 아닌 듯했다. 다섯 남짓 남은 B의 동료들은 전부 게이트가 열렸다는 남미로 향하는 중이었고, 이능부 소속이라면 애초에 여기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진작 B가 은둔하는 곳으로 향했겠지.


무엇이 됐든 상대가 범상치 않은 존재임은 자명했다. 자연스레 위험한 이능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도 굉장히 높았고 말이다. 무슨 이능 범죄 조직 소속이라도 되나. 몇 년 전에 뿌리가 완전히 뽑히지 않았나. 그런 사람이 B 씨를 찾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게. 사, 사실 제가. 지……. 아니. 이, 이계에서 왔는데요!”


아무렴, 밑바닥엔 지하실이 있는 법이지만.


느닷없는 폭탄 발언에 A가 헛기침을 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사레가 들러서는 재채기를 연달아 내뱉기 시작했다. 걸음마저 멈추고 콜록거리고 있으려니 별안간 등에 큼지막한 손이 맞닿았다. 토닥토닥 두드리는 손길이 퍽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든 말든 경계심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겨우겨우 기침을 진정시킨 A가 뒤로 한두 걸음 물러났다. 손을 물리고 양팔을 모은 남자는 세상 조신한 자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과 염려, 그리고 기대감이 섞인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이계.


“이, 이계?”

“네, 네…….”


남자가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A는 가늘게 뜬 눈으로 상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곤 꺼림칙하게 읊조렸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눈앞의 남자는 이계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계 소속이라면 무릇 지구인을 향한 공격성, 그리고 인간과 확연하게 다른 외모가 특징이 아니던가. 당장 지구인과 생김새가 가장 유사하다는 엘프마저도 귀가 길고 뾰족했었지.


하지만 남자는 달랐다. 옷차림이 몹시 기괴하긴 했어도 전체적인 외양은 지구인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이계 소속 특유의 이렇다 할 신체적 특징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이를테면 기다란 귀, 짙은 초록색 피부, 짜리몽땅한 키.


아니면 야수의 외양이라든지…….


“자, 잠깐만요.”


꼬리에 꼬리를 물던 의심은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그러면……. 노, 놀라지 마세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자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어 메고 있던 가방을 주섬주섬 아래로 내려놓더니, 지금껏 구부정히 굽히고 있었던 허리를 곧게 폈다. 안 그래도 커다랬던 키는 이젠 무슨 주변에 세워진 담장과 엇비슷하게 느껴졌다.


“지, 진짜로. 놀라지 마, 마세요.”


거듭 반복한 남자가 눈을 찬찬히 감았다.


시야가 안 보이는 사이에 도망칠까 싶었으나, A는 그러지 못했다. 남자에게서 웬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던 까닭이다.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둔탁한 무언가. 뼈가 부러지고 꺾이는 소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살점이 찢어지는 소리라고 해야 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툭툭거리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 티셔츠가 조금씩 찢어졌다. 갈라진 섬유 사이로 드러난 맨살에선 진홍색 털이 하나둘씩 돋아났다. 웃기지도 않은 무좀 양말에선 억센 발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것이 아닌, 맹수의 까맣고 날카로운 발톱이었다.


더욱이 극적인 부분은 머리였다. 새빨간 머리카락이 별안간 구불거리더니 짐승의 모피로 변하는 것이 시작점이었다. 오뚝하던 콧날은 까맣고 뭉뚝한 코가 되었고, 다물린 잇새에선 억센 엄니가 자라났다. 기다란 주둥이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중 변하지 않은 것이라곤, 상대를 담은 노르스름한 눈동자뿐.


“짜, 짜잔.”


그런 눈을 한 늑대인간이, 이렇게 말했다.


A에게선 반응이 되돌아오지 않았다.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자세 그대로 꽁꽁 얼어붙어서는 상대를 마냥 바라보기나 했다. 슬쩍 벌어진 입술에선 말소리도, 숨소리도 들리질 않았다. 이따금 희뿌옇고 뜨뜻한 김만이 희미하게 새어나올 따름이었다.


“미, 미안해요. 많이. 노, 놀라셨죠…….”


자신 없는 웅얼거림은 A에겐 전혀 들리질 않았다. 온 정신이 제 자취방 서랍으로 향해 있었던 까닭이다. 예전엔 하루에 두세 번씩, 요즘은 좀 뜸하게 살펴보는 늑대인간 컬렉션. 그중에서도 첫 페이지, 그리고 전체의 사분지 일의 분량을 차지한 늑대인간 한 마리.


진홍빛 모피, 큼지막한 키, 샛노란 눈동자.


A의 첫사랑.


“혈랑……?”


늑대인간이 놀란 듯, 어깨를 들썩했다.


“저……. 어.”


그러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되물었다.


“절, 그게. 제 동생을 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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