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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기구 설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줌

ㅇㅇ(119.197) 2022.09.30 12:12:31
조회 8359 추천 24 댓글 46
														

설계가 구체적으로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써봄.


난 기계과 나와서 기구설계로 들어갔고


있던 곳은 자동화 설비를 만드는 곳으로


주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대략적인 업무를 설명해주자면


1. 영업팀이 외부에서 일감을 따옴. 스펙이나 여러 조건 등은 영업팀과 설계팀 부장, 차장급이


고객사와 만나서 회의를 함.



2. 거래가 확정되면 부장, 차장급이 전체 레이아웃을 짜기 시작함. 레이아웃은 2D 캐드로 짜는데


쉽게 말해 설비의 전체 구조, 배치를 짜고 나 같은 말단은 그걸 기준으로 설계를 시작함.


예를 들어 A파트, B파트, C파트로 이루어진 장비가 있다면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A-B-C로 배치할 수도 있고, A-C-B순으로 배치할 수도 있음. 이건 그때마다 다름.



3. 전체 레이아웃까지 확정되면 이제 각 팀원들에게 일을 배분함. 앞에서 말한


레이아웃을 '기준'으로 설계를 시작. 설계에선 기준점이 상당히 중요하고


이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도 있음.


보통 이전에 납품한 장비를 토대로 새롭게 재구성, 개조 등을 거치는 거기 때문에


전체적인 큰 틀은 바뀌지 않지만 세부적인 건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바뀜.


예를 들어 높이를 낮춰달라던가, 컨베이어 길이를 늘려달라던가 하는 것부터


모터나 실린더의 메이커를 특정 메이커로 해달라거나 또는 새로운 공정 파트를


추가해달라거나 등등...


짬이 딸리면 최대한 변경할 것이 없는 파트를 받아서 작업함. 예를 들어


센서 브라켓의 형상을 바꾼다거나, 컨베이어 롤러의 크기를 늘린다거나


컨베이어 샤프트의 사이즈를 변경한다거나... 모델링으로 끄적대면 되는데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음. 모델링을 한 가지 수정하면 그에 연관된 다른 부분도


연달아 수정해야되고 그러다보면 실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함.



4. 큰 틀의 변경점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면서 계속 다른 부서와 협업해야 되는데


다른 부서들이 뭐 좀 변경해달라고 툭툭 던짐. 예를 들어


'지난 번 장비에서 배선을 이렇게 하니 조립이 어려웠다, 배선이 빠지는 구멍을


다른 쪽으로 옮겨달라' 라던가


'안정 장치를 고객사에서 요청해서 장비 외부에 긴급정지 버튼을 달 수 있게


자리 좀 마련해달라던가' 등등 설계를 하는 와중에 툭툭 던지는데


이러면 앞서 말했 듯이 수정 들어가야되고 그러면 또 연달아 수정이 이어짐.


또 끝난 줄 알았던 고객사의 요청사항도 설계하는 도중에 들어와서 계속 설계가


바뀜. 심한 경우 레이아웃이 통째로 바뀔 때도 있는데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야될 게 많아짐.



5. 이런 과정을 거쳐 모델링이 완성되면 상급자에게 컨펌 받고 수정할 게 없으면


통과, 도면 존나 치기 시작함. 각 부품별로 도면을 하나씩 만들고 전체 조립도를


만들어야되니까 제일 작은 부품이라도 도면이 최소 50장 이상 나옴. 많은 건


몇백장도 나오는데 이걸 이제 하나하나 검토해야됨. 치수가 누락된 게 없는지


공차는 제대로 기입했는지... 이걸 다 검토하면 상급자에게 검토받고 최종적으로


부장에게 결재를 받음. 오케이 떨어지면 가공품들은 제조팀으로 넘기고


구매품(센서, 실린더, 모터 등)은 구매팀으로 넘김. 가공품 목록을 받은 제조팀은


형상, 재질, 열처리 등을 고려해서 여러 가공업체로 도면을 뿌리라고 내게 요청하고


난 2D파일을 각 업체의 메일로 쏴주면 됨. 그럼 업체가 내 도면 보고 제작해옴.



6. 며칠이 지나면 가공품들과 구매품들이 도착하고 제조팀이 내가 보낸


조립도면을 보고 조립하고 세팅하기 시작함. 여기서 이제 조립이 안되거나 하면


설계팀 존나 소환해서 따짐. 그럼 시발 설계변경서 작성해서 다시 내려보내거나


현장에서 후빨 존나해서 사내 가공팀을 통해 수정을 거침.


보통 가장 많은 실수가 탭 구멍 실수... 만약 조립했는데 간섭 생기면 좆되는 거임.


이건 빼박 설계변경서 작성해서 재결재받고 외부 가공업체로 다시 도면 보내서


물건 받아와야 됨. 즉 그만큼 시간이 딜레이가 됨. 영업, 설계, 제조에서 동시에 욕먹음.


제조팀이 조립하고 세팅하고, 전장팀이 제어 세팅을 하고 그러는데 이 때 문제 생기면


무조건 설계 담당자 소환임.



7. 무사히 장비가 완성이 되면 이제 고객사가 검수하러 옴.


보고서 맘에 안드는 부분을 지적하거나 뭐 고쳐달라고 요청을 함. 그럼 이제


그거 대응 존나 해야됨. 문제는 이때 이미 다른 프로젝트 진행 중임 ㅋㅋㅋㅋ


그럼 다른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동시에 이전 프로젝트 잔건을 쳐내야됨.



8. 검수까지 끝나고 잔건 처리까지 다 하면 이제


고객사의 공장으로 보내는데 국내일 수도 있도 해외일 수도 있음. 해외가


더 많았던 듯. 그럼 이제 해외에서 새롭게 세팅하고 설치하는데 여기서 문제 생기면


국제전화로 전화옴 ㅋㅋㅋㅋㅋㅋ 그럼 시발 이제 또 문제 처리하면서


국제발송으로 수정 부품 보내야 되고 그럴 때가 있음....



9. 이 모든 게 끝나서 무사히 몇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갑자기 영업팀 통해서 연락이 와서 장비의 어떤 부분이 안된다, 또는


파손됐다고 함. 그럼 또 그거 돈받고 수리해줘야됨.


짧으면 몇개월, 길면 몇년전에 출하한 장비의 도면을 꾸역꾸역 찾아서 열고,


그거 보면서 수리할 부품 새롭게 만들고 가공해서 해외로 보내줌.


보통 담당자가 없어진 경우도 많고 도면도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진짜 대가리 존나 아파짐. 한두달 전 장비도 기억 안나는데 몇년 전 장비?


그것도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도 아닌데? 설계 이력 하나도 모름. 그냥


남겨진 몇년전 도면과 모델링으로 해보는 거... 왜 이렇게 형상을 만들었을까


궁금해도 그냥 추정만 해봄. 설계자가 지좆대로 형상을 만들었을 수도, 아니면


어떤 목적과 이유가 있어서 형상을 만들었을 수도 있는데 아무것도 알 수가 없음...


그래서 웬만하면 걍 이전 형태 따라가는 게 안전빵이긴 함.



이게 무한 반복인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한달, 길어야 두달 내로 이루어짐. 내가 도면을 출도하는 거까지는 보통 2주 줌.


2주 동안 여러 개의 파트를, 각 파트마다 적게는 10개, 많게는 20개 이상 되는 변경을


해주고 이 변경을 하면서 연쇄되어 변경이 존나 이루어짐. 그래서 설계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맨날 야근 하는 거임.


또 도면 출도한 뒤에 다른 프로젝트를 거의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쉴 틈이 거의 없음. 야근 패시브고 특근도 존나 자주함.


그리고 이 같은 직접적인 설계 업무 외에


자잘한 서류 업무도 제법 있음... 메뉴얼 작성이라던가


CE인증 관련된 자료 제출, 구매품 리스트 작성 같은 일들.


중간중간 회의 때 쓸 자료 만들기도 하고...



이 모든 건 자동화 설비가 고객 맞춤에 의한 커스텀 설계라 그럼. 내가 알기론


모터나 실린더 같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설계가 그렇게 안빡세다고 들었음.


한번 만들어 놓으면 계속 찍어내서 팔면 되니까... 커스텀 설계는 정말 수시로


설계변경 요청이 들어와서 진짜 대가리 깨질 거 같음.



뭐 오토캐드를 쓰니 인벤터를 쓰니 카티아를 쓰니 이런 건 그냥 도구일 뿐...


한마디로 화가가 연필로 그리니 펜으로 그리니 하는 수준의 이야기임. 화가의


본질은 그게 아니잖아? 설계도 똑같음.



이건 우리회사 이야기였고 난 기계설계였기 때문에 다른 곳은 잘 모름.




추가) 아 그리고 설계라고 꼭 저런 수정만 거치는 게 아니라 정말 0부터 시작하는


그런 설계를 하기도 함. 물론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는 설비나 부품 등을


리메이크하고 짜깁기해서 하긴 하지만 새로운 장비를 만들 때 종종 있음.


대신 그런 건 시행착오도 많고 설계하는데 몇개월씩 걸리는데 그런 게 


'진짜' 설계라고 볼 수있음. 보통 짬 좀 먹어야 하더라. 이런 설계를 해야


본인 커리어에도 유리함. 근데 대부분은 수정 설계 정도만 하는 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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